이상한 건 사라진 용용만이 아니었습니다. 온천 주위에 아까는 없었던 구덩이가 여러 개 파여 있었습니다. 딱지는 황급히 온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하지만 용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까지 내리고 있어 먼 곳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딱지가 통신기로 해롱 선장에게 보고했습니다.
“비상입니다! 용용이 사라졌어요.”
“뭐라고? 온천에서 나오면 바로 얼어붙을 텐데?”
“아무 흔적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주변에는 이상한 구덩이가 몇 개 생겼고요.”
“거기서 기다려. 우리가 간다.”
딱지는 그 자리에 선 채로 덜덜 떨며 기다렸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곧 해롱 선장과 프로보가 도착했습니다.
“정말이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아까 없던 구덩이가 생겼는데, 혹시 땅이 꺼지면서 거기에 빠진 건 아닐까요?”
딱지가 물었습니다.
“설마…. 일단 흩어져서 주변을 찾아보자.”
셋은 온천을 찾아냈을 때처럼 세 방향으로 흩어져서 용용을 찾아보았습니다. 용용이 움직인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흔적이 있었다 해도 그 사이 내린 눈에 덮여 버렸을 것 같았습니다.
“해롱 선장님! 프로보! 뭔가 찾았나요?”
“아니, 눈밖에 안 보여. 춥긴 엄청 춥네. 으으.”
“이쪽에도 아무것도 없다. 이 날씨에 용용이 멀리 갔을 확률은 낮다. 아마 온천 근처에…. 응? 이게 뭐지?”
“네? 뭐가요?”
딱지가 물었지만 프로보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딱지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약하지만 발밑에서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이게 뭐지? 지진인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뭔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게 보였습니다. 동시에 땅의 진동이 강해졌습니다.
‘저건 또 뭐지?’
구름처럼 피어오른 눈발 사이로 알 수 없는 물체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습니다.
‘앗, 그러고 보니 저기는 프로보가 간 방향이잖아?’
“선장님, 프로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나도 봤어. 뭐가 폭발했나?”
딱지는 서둘러 달려갔습니다. 푹푹 빠지는 눈을 헤치며 힘들게 찾아갔지만, 프로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자리엔 또 다른 온천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까 용용이 사라진 곳에 있었던 수수께끼의 구덩이도….
“프로보! 프로보! 어떻게 된 거예요?”
딱지가 통신기에 대고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프로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번엔 프로보가 사라지다니….’
딱지는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황급히 통신기로 해롱 선장을 호출했습니다.
“선장님, 프로보도 없어졌어요! 이상한 구덩이가 또 생겼고요.”
“그래? 아, 난 가고 있는데, 여기서 온천을 또 발견해서….”
순간 딱지는 화가 치솟았습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온천 타령이에요? 비상사태라고요!”
“알았어, 알았다고. 금방 그쪽으로 갈게. 프로보야 로봇인데 별일 있겠어? 다른 데서 용용을 찾고 있겠지.”
딱지는 프로보의 발자국을 찾아 온천과 구덩이 주변을 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눈이 워낙 금세 쌓여서 발자국이 쉽게 지워졌습니다. 조금 전에 남긴 딱지의 발자국도 순식간에 덮여 버릴 정도였지요.
‘해롱 선장님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딱지는 태평하기 짝이 없는 해롱 선장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페가수스 선장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척척 해결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그때 또다시 땅이 울렸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가까웠습니다. 딱지는 본능적으로 균형을 잡으며 사방을 살폈습니다.
‘콰쾅-.’
멀리서 천둥 같은 소리가 들리면서 화산이 폭발하듯 눈과 얼음이 하늘로 날아가는 게 보였습니다.
“해롱 선장님, 또 뭔가 터졌어요! 어쩌면 여기에 화산이 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온천도 있는 거고요.”
하지만 해롱 선장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내 말을 무시하는 건가?’
투덜거리던 딱지는 문득 해롱 선장이 있을 만한 방향을 가늠해 보았습니다. 방금 폭발이 일어난 곳의 방향과 일치했습니다.
‘앗! 해롱 선장님도 당한 걸까?’
“선장님? 선장님?”
딱지는 통신기로 해롱 선장을 부르며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딱지는 해롱 선장이 발견했다는 온천과 구덩이 몇 개를 마주쳤습니다. 해롱 선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지요. 딱지는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딱지는 재빨리 해롱 호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루띠! 루띠! 큰일이에요. 모두가….”
딱지가 몇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땅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딱지의 앞쪽에서 땅이 솟아올랐습니다.
‘저게 뭐지? 폭발인가?’
하지만 불룩하게 솟아오른 땅은 딱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왔습니다. 딱지는 자기도 모르게 뒤돌아서 도망쳤습니다. 뛰면서 뒤쪽을 돌아보니 솟아오른 땅이 딱지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안 돼! 큰일이다!’
눈이 높이 쌓여 있어서 더 빨리 달릴 수가 없었습니다. 끝장이라고 생각한 순간 바닥이 무너지면서 딱지는 땅속으로 떨어졌습니다.
“으으~.”
딱지가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떴습니다.
“정신이 들어?”
용용의 목소리였습니다. 딱지의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용용?”
주변을 둘러보자 용용은 물론 프로보와 해롱 선장까지 함께 있었습니다.
“용용! 살아있었군요!”
딱지가 용용을 껴안았습니다. 그때 용용의 뒤로 낯선 생명체가 눈에 띄었습니다. 하얀 털로 뒤덮인 작은 유인원처럼 생겼고, 새까만 눈이 반짝였습니다.
“저, 저들은 누구지요?”
딱지가 묻자 용용이 설명했습니다.
“이 행성의 주민 ‘우왁족’이야. 아직 은하 연방 소속이 아니라서 우리가 몰랐어. 내가 온천에서 괴물의 습격을 받았을 때 저들이 날 구해줬어.”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그랬지.”
프로보와 해롱 선장이 거들었습니다.
“괴물이요?”
“땅속을 돌아다니다가 땅 위에 돌아다니는 동물을 잡아먹는 거대 괴물이래. 여기 언어로는 ‘부르르’라고 해.”
딱지는 이제야 이해가 갔습니다. 수수께끼의 구덩이는 부르르가 튀어나올 때 생긴 흔적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공기가 훈훈했습니다. 딱지는 자신이 있는 곳을 둘러봤습니다. 용용이 눈치를 채고 설명했습니다.
“여기는 우왁족이 사는 지하 동굴이야. 부르르가 싫어하는 광물로 둘러싸여 있어서 안전하대.”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따뜻하죠?”
“벽에 구멍을 뚫고 뜨거운 온천물로 덥히는 거야. 더 궁금한 건 직접 물어봐. 만능 통역기가 작동하더라고.”
그때 딱지의 통신기에서 루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봐, 다들 괜찮은 거야? 연락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잖아.”
“아, 루띠. 우리는 괜찮아요. 용용도 찾았어요.”
“그래? 다행이네. 그러면 빨리 돌아와. 이쪽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