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들의 화보 촬영이 있대~!
키도 크고 무늬도 화려한 기린이 모델로 제격이지!
오늘도 멋지게 뽐내러 가볼까?
동물원 인기스타 그물무늬기린!
안녕? 나는 그물무늬기린이야. 내 고향은 아프리카에 있는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의 초원이야. 난 지금 한국에 있는 동물원에서 지내고 있어. 아마 동물원에 나를 보러 오는 친구들이 많을 거야. 동물원에 있는 기린은 대부분 그물무늬기린이란다.
기린이 한국에 처음 오게 된 건 1971년이었어. 한 기업의 대표가 일본에서 기린 부부 한 쌍을 데려오기로 했대. 그런데 기린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과정이 생각보다 무척 어려웠어. 기린을 배에 싣고 오는 동안 큰 태풍을 만나는 바람에 암컷 기린은 배에서 그만 죽고 말았지. 남은 수컷 기린은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지만, 옮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어. 대형 화물 트럭에 기린을 싣고 가는 동안 기린을 처음 본 사람들이 몰려들어 길이 막혔다지 뭐야. 하여튼 이놈의 인기란. 그렇게 인천에서 2시간 걸려 겨우 서울의 ‘창경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고 해. 창경원은 조선시대의 궁궐이었던 창경궁을 일본 사람들이 이름을 바꾸고 동물원으로 만든 곳이야.
그물무늬기린은 이름처럼 무늬가 그물처럼 생긴 기린이야. 흰색 테두리로 둘러싸인 다각형이 온몸을 덮고 있어. 다른 종류의 기린보다 더 또렷한 무늬를 갖고 있지. 하지만 다른 기린에 비해 키는 좀 작은 편이야. 대부분 기린의 키는 4.5~5.5m 정도인데, 그물무늬기린의 키는 3.5~4.5m 정도거든.
동물원에서 기린은 언제나 인기스타야. 너희들도 날 보러 놀러 오지 않을래?
우리에겐 특별한 비밀이 있지!
기린의 독특한 무늬에 숨은 비밀!
호랑이와 얼룩말은 줄무늬가 있고, 치타와 표범은 점무늬가 있지.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다각형 모양의 기린 무늬가 가장 독특하지 않니? 지금부터 기린 몸에 있는 무늬의 비밀을 하나씩 알려줄게.
비밀 1. 다각형 무늬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
기린 무늬는 모양이 조금씩 다른 여러 다각형으로 이뤄져 있어요. 이와 비슷한 무늬는 잠자리 날개와 양파 세포에서도 발견할 수 있죠. 얼핏 보면 규칙이 없는 것 같지만, 이런 무늬는 수학 원리에 따라 평면을 나누는 과정에서 생긴 거예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이라고 부르죠.
러시아 수학자인 조지 보로노이는 식물의 세포를 관찰하다가 독특한 모양을 발견했어요. 식물이 자랄 때 하나의 세포가 두 개로 나뉘면서 세포의 개수가 늘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세포들은 서로 다른 모양으로 빈틈없이 전체를 채우고 있었죠. 그 모습에서 보로노이는 수학적 원리를 찾아냈고, 거기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어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각각의 다각형 안에 점이 하나씩 있어요. 서로 가까이 있는 두 점을 선택했을 때, 두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을 연결한 게 바로 다각형의 모서리예요. 이런 방법으로 평면을 여러 개의 다각형으로 나눌 수 있어요.
비밀 2. 기린이라고 다 같은 무늬는 아니야!
1758년 스웨덴의 분류학자 카를 린네는 처음으로 기린을 하나의 종으로 분류했어요. 이후 사람들은 기린이 한 가지 종이라고 생각해 왔죠.
그런데 최근 기린이 4개의 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기린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몸의 무늬와 사는 지역 등에 따라 북부기린, 그물무늬기린, 마사이기린, 남부기린으로 나눌 수 있었어요. 4개의 기린 종은 유전자가 서로 많이 다르고, 교배한 흔적도 없다는 걸 알게 됐죠.
4종의 기린 무늬는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씩 달라요. 테두리가 가장 얇고 다각형 무늬가 또렷한 건 그물무늬기린이에요. 반면 마사이기린은 테두리 선이 많이 갈라져 있고 무늬가 불규칙해요. 기린의 종이 밝혀지면서, 기린을 연구하고 보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해요.
비밀 3. 기린 무늬, '엄마'를 닮는다!
2018년 미국과 스위스의 연구팀이 함께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기린의 무늬는 어미 기린으로부터 유전된다고 해요. 연구팀은 4년 동안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어미와 새끼 기린 31쌍의 무늬를 연구했어요. 그 결과 어미와 새끼의 무늬가 비슷한 비율은 평균 40.5%였죠.
또 기린 무늬의 크기와 모양이 수명과 관계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어요. 새끼 기린의 무늬가 어미보다 크고 복잡할수록 새끼 기린은 태어난 뒤 처음 몇 달 동안 살아남을 가능성이 컸죠.
앞으로 연구팀은 아빠 기린과 새끼 기린의 무늬 사이에도 어떤 관련이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해요.
동물에게 배운 지혜
여기에도 기린 무늬가 있네~!
기린 무늬를 닮은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우리 생활 속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대. 멋진 건물을 만들기도 하고, 마을에 공공기관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하지.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볼까?
아래 사진에 있는 건물의 모습이 마치 비누거품 같죠? 이 건물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수영경기장 ‘워터큐브’예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각종 수영 경기를 치른 곳이죠.
워터큐브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요. 바로 건물 안에 기둥이 없다는 점이에요. 보통 건물을 지을 때는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기둥이 꼭 필요해요. 건물이 커지면 건물을 받쳐주는 기둥의 개수도 많아져야 하고요. 그런데 워터큐브는 면적이 축구경기장의 10배만큼 큰데도 기둥이 하나도 없어요. 덕분에 기둥이 있었다면 사용하지 못했을 공간까지 구석구석 활용할 수 있죠.
기둥이 없어도 건물이 튼튼한 비밀은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닮은 겉모습에 있어요. 여러 개의 다각형이 서로 붙어 있는 구조로 벽을 세워 각각의 다각형 모서리들이 서로 받쳐주는 거예요. 그래서 기둥이 없어도 큰 건물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거랍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죠.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는 데에도 쓰일 수 있어요.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경찰서, 소방서, 도서관 같은 공공기관이 꼭 필요하죠. 이런 공공기관은 어디에 짓는 게 좋을까요? 어디에 살든 누구나 찾아가기 편리한 곳이라면 좋겠죠. 이럴 때 보노로이 다이어그램의 특징을 이용하면 도움이 돼요. 다각형 모양을 하나의 동네라고 생각하면, 다각형 안에 있는 점의 위치에 공공기관을 짓는 거죠. 그러면 어느 한쪽에만 몰리지 않게 골고루 배치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