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수학자를 배출한 가문에서 태어났다면서요?
에헴. 그렇습니다, 남양 홍씨 가문이지요. 조선 시대엔 수학을 ‘산학’이라고 불렀는데, 저희 가문은 산학의 명문가였어요. 나라의 산학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 ‘산원’을 선발하는 시험에서, 합격자 대부분이 저희 가문 출신이었거든요. 제 아버지, 할아버지, 다섯 형제, 외삼촌 모두가 산학자였어요. 저도 어릴 적부터 산학을 가까이해서 20세에 산원이 되었지요.
Q 멋져요! 수학자로서 큰 존경을 받으셨겠어요!
안타깝게도 그때는 공자의 가르침을 배우는 ‘유학’만 중요하게 생각하던 시기였어요. 조선의 관리는 1품부터 9품까지 등급이 나뉘는데, 산원은 가장 낮은 9품으로 시작해 6품까지만 오를 수 있었지요. 하지만 나중에는 수학이 점점 중요한 학문으로 인정받았어요. 토지의 크기를 재고, 백성들에게 세금을 얼마나 걷을지 계산하고, 성벽을 높이는 등 실생활에 꼭 필요했거든요.
Q. 청나라 최고 수학자 ‘하석주’와 대결했지요?
하하, 1713년 5월 하석주가 조선을 방문했을 때 ‘자존심 대결’을 펼쳤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제가 조선에서 수학을 가장 잘한다고 인정받았거든요. 하석주는 저를 보자마자 계산, 도형 문제를 여러 개 냈어요. 그때마다 제가 빠르게 암산해서 척척 대답하니까 당황하더군요. 이어서 제가 어려운 수학 문제를 냈더니, 답을 모르겠는지 “내일까지 알려 주겠소”라고 한 뒤 중국으로 그냥 돌아가 버렸지 뭡니까, 하하.
Q조선의 모든 수학책 중 가장 좋은 책이라고 소문난 <;구일집>;을 쓰셨지요?
맞아요! 500여 개의 수학 문제를 비롯해 나뭇가지를 이용해 간단히 계산하는 법, 식을 세워 모르는 숫자를 알아내는 법, 흥미로운 숫자의 규칙들을 담았어요. 당시 교과서처럼 읽히던 중국 수학책의 오류를 바로잡기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