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카는 그저 작은 자동차 장난감인 줄만 알았던 하비맨은 트랙 위를 날아다니는 미니카를 보고 깜짝 놀랐다. 트랙에 따라 다양한 부품을 조합하는 미니카가 수학동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거라 확신했다. 움직이지 않는 레고도 겨우 조립하는 하비맨은 과연 씽씽 달리는 미니카를 만들 수 있을까?
※ 편집자 주
취미를 묻는 질문에 언제나 ‘독서’라고 답하는 독자를 위해 다양한 취미를 소개한다. 수학 토핑을 듬뿍 넣은 천방지축 얼렁뚱땅 체험기를 통해 취저(취향저격) 취미를 찾아보자.
미니카는 경주용 자동차를 축소한 형태의 장난감입니다. 미니카가 등장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달려라 부메랑’의 인기를 타고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일본과 한국에서 크게 유행했습니다. 미니카는 프라모델 등 조립형 완구를 제조하는 일본 제조업체 타미야에서 주로 만듭니다.
미니카를 단순한 장난감으로 생각하면 큰 오해입니다. 미니카가 트랙에서 잘 굴러가게 하려면 다양한 과학 원리를 이해해야 하거든요. 모터를 고를 때는 회전하는 장치가 1분 동안 몇 번 회전하는지를 나타내는 RPM과 물체를 회전시키는 힘인 토크를 고려해야 합니다. 바퀴는 트랙의 모양에 따른 마찰력과 크기를 생각해 골라야 하죠. 권순성 홍대 타미야 점장은 “똑같은 미니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부품을 조합하는 경우의 수는 거의 무한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도 미니카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을 위한 대회가 꾸준히 열립니다. 한국 타미야가 주관하는 미니카 대회는 1년에 8번 정도 열리는데, 아주 작은 너트 하나도 타미야에서 생산된 제품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대회 전에 레이아웃을 미리 발표하는데,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이 레이아웃을 보며 미니카를 어떤 식으로 조립할지 생각합니다.
미니카의 바퀴와 롤러는 정폭도형
미니카의 바퀴는 여느 바퀴처럼 원 모양입니다. 미니카의 꼭짓점에서 미니카가 트랙에서 이탈하지 않게 도와주는 ‘롤러’도 원형이죠. 미니카가 더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롤러를 위로 몇 단씩 쌓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퀴와 롤러는 왜 원이어야 할까요?
원은 중심에서부터의 거리가 같은 점들의 집합입니다. 그래서 삼각형이나 사각형과는 달리 원은 굴러가는 동안 높이가 변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사각형 모양의 바퀴는 바퀴 중심에서 각 점까지의 거리가 모두 달라서 평면에서 굴리면 중심의 높이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덜컹덜컹 굴러가죠. 하지만 원형의 바퀴는 높이가 일정해서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습니다. 롤러도 벽에 부딪힐 때 매끄럽게 회전하면서 중심을 잡죠.
원처럼 도형에 맞닿으면서 서로 평행하는 선을 임의로 2개 그을 때 두 선 사이의 거리가 항상 일정한 도형을 ‘정폭도형’이라고 합니다.
맨홀 뚜껑이 원형인 이유도 같습니다. 맨홀 뚜껑은 아래로 빠지면 안 됩니다. 만약 맨홀 뚜껑이 변의 길이가 a인 정사각형이면 대각선의 길이는 변의 길이보다 긴 √2a라서 뚜껑이 대각선 쪽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한변의 길이가 a인 정삼각형의 경우도 높이가 √3a/2로 변보다 짧아서 덮개가 수직이면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은 중심에서부터의 거리가 모두 같아서 아래로 빠질 일이 없습니다.
네 바퀴 모두 움직이는 미니카
자동차가 움직이는 방식을 말할 때 사륜구동, 이륜구동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 있을 겁니다. 사륜구동은 4WD라고 부릅니다. 이는 ‘4 Wheel Drive’의 줄임말로 네 바퀴 모두에 동력이 전달된다는 의미입니다. 엔진의 동력이 바퀴 4개에 25%씩 전달되죠. 만약 어떤 차의 출력이 100마력*이면 한 바퀴에 25마력씩 힘이 분배됩니다.
이륜구동은 앞뒤 바퀴 중 한 쌍에만 동력이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동력을 받지 않는 바퀴는 동력을 받는 바퀴를 따라 굴러갑니다. 이때는 바퀴 1개에 50%씩 동력이 전달됩니다. 출력이 100마력이면 바퀴 하나당 50마력의 동력을 받죠.
사륜구동 방식은 네 바퀴 모두에 동력이 들어가서 바퀴 하나가 미끄러져도 잘 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험한 길을 잘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SUV 차량에 많이 사용됩니다.
미니카는 어떨까요? 미니카의 정식명칭은 ‘미니 4WD’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모든 미니카는 사륜구동 방식입니다. 네 바퀴에 동시에 동력이 들어가서 미끄러지지 않고 달릴 수 있죠.
3단계 미니카 굴리기 총평
“이게 정말 움직인다고? ”
뚝딱뚝딱 조립하고 스위치를 ‘on’으로 두자마자 바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친구랑 같이 트랙을 분석하고 부품을 조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걸요!
장점 부품을 조립할 때 나는 ‘딱’ 소리에 쾌감이 든다.
단점 부품에 대한 욕심이 계속 생길 수 있다.
하비맨이 난생 처음 만들어 본 미니카, 생각보다 멋있죠? 트랙의 오르막길에서 한번 고꾸라졌지만, 그래도 거의 완주했답니다. 하비맨의 좌충우돌 취미 리뷰는 다음 호에도 계속 됩니다. 쭈욱~!
*용어정리
마력 : 1초 동안 75kg을 1m 높이로 들어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