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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충★ 번데기를 거치지 않고 성충이 되는 곤충의 유충.
도대체 어디에 붙어 있을까? 맴맴 소리를 따라 눈을 커다랗게 뜨고 주변 나무줄기를 훑었다. 앗, 나무와 비슷한 색깔을 띤 매미 한 마리가 새침한 자세로 붙어 있다. 통통한 배를 들썩이며 일정한 박자대로 맴맴 우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참매미다!
우리나라에는 참매미 외에도 몸집이 큰 말매미, 기름이 끓는 소리를 내는 유지매미, 나방처럼 온몸이 털로 덮인 털매미, 새처럼 지저귀는 애매미 등 매미 12종이 살고 있다. 매미는 공통적으로 어미가 땅에 알을 낳으면, 알에서 깨어난 약충이 땅속으로 들어간다. 약충은 몇 년 뒤 나무로 기어 올라와 허물을 벗는다. 번데기를 거치지 않고도 날개 달린 모습으로 재탄생한다(불완전변태). 다 자란 매미는 약 2주 동안 불같은 시간을 보낸다. 수컷이 우렁차게 울음소리를 내 암컷을 유혹한 뒤 짝짓기를 한다. 그리고 땅에 알을 낳으면 오랜 생애를 마감한다.
매미가 소수 해마다 나온다는 건 거짓!
알에서 깨어난 매미 유충이 땅 속에서 머물다가 바깥으로 나와 허물을 벗기까지를 1주기로 봤을 때 이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흔히 매미가 5년, 7년, 13년, 17년…, 즉 소수 해마다 나타난다고 한다.
매미가 천적과 맞닥뜨릴 확률을 줄이기 위해 이렇게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새와 거미, 말벌처럼 매미를 잡아먹는 천적은 주로 2~6년 주기로 성장한다. 만약 매미가 2와 6의 배수인 해마다 바깥으로 나온다면 그만큼 천적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크다. 그래서 1과 자기 자신 외에는 약수가 없는 소수 해에 나오면 천적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얘기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물리교사이자 우리나라에 있는 매미들의 소리를 연구하는 윤기상 박사는 “매미는 전 세계에 2000종이나 된다”며 “아직까지 어떤 과학자도 종마다 알에서 태어난 유충이 밖으로 나와 성충이 될 때까지 몇 년이 걸리는지 관찰했다는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매미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대략 3~6년 주기로 매미가 나타난다고 짐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북아메리카에는 일일이 관찰하지 않아도 1주기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매미가 있다. 이 매미는 어느 해에 잔뜩 떼를 지어 나타났다가 십수 년 동안 사라진다. 또 특정 주기가 지나면 다시 잔뜩 나타난다. 이들을 주기매미라고 부른다. 주기매미는 6종이 있는데, 그 중 3종은 13년마다 나타나고, 나머지 3종은 17년마다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주기매미가 일정한 주기마다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설을 세웠다. 천적인 기생충의 주기를 피해서라거나 일정한 공간에 서로 다른 종이 한꺼번에 나타나면 짝짓기 성공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3년 주기매미와 17년 주기매미가 동시에 나타나는 해는 13과 17의 최소공배수인 221년이다. 즉 221년 동안 딱 한 번만 만나기 때문에 서로 같은 종끼리 번식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 여섯 종의 사례로 모든 매미가 이 주기를 따른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북아메리카와 달리 매년 여름마다 매미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알부터 유충, 성충이 될 때까지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서는 주기를 절대 알 수 없다.
수학으로 알아낸 매미 날갯짓의 비밀
나무에 기어 올라온 약충은 가만히 숨을 죽였다. 그러더니 등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틈이 점점 벌어지면서 새싹처럼 푸릇푸릇하고 반짝거리는 뭔가가 보였다. 앞발로 몸을 밀어 올려 머리가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끙끙거리는 매미를 손에 땀을 쥐고 관찰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드디어 허물벗기에 성공했다!
허물벗기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날개를 펴는 일도 목숨만큼 중요하다. 매미가 날개를 제대로 펴지 못하면 짝짓기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천적에게 잡아먹힐 위험도 크다. 윤기상 박사는 “약충 시절에는 날개가 촉촉하게 젖은 채 구겨진 모양으로 단단한 껍질 안에 들어 있지만, 허물에서 나오면 날개 맥을 따라 체액이 흐르면서 단단해지고 편평하게 펴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다른 곤충과 비교했을 때 매미 날개는 어떤 효율성이 있을까? 미국 버지니아대 기계항공공학부의 하이보 동 교수팀은 매미 날갯짓을 수학적으로 분석했다. 우선 매미를 3차원으로 분석했다. 오른쪽 날개가 붙어 있는 곳을 원점으로 머리에서 가슴과 배가 이어지는 일직선에서 머리를 향하는 x축, 양 날개를 뻗었을 때 왼쪽 날개를 향한 y축, 그리고 하늘을 향하는 z축으로 정했다. 그리고 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각도와 몸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각도를 관찰했다(위 그림).
그리고 매미 80마리가 날갯짓하는 모습을 각각 촬영했다. 매미는 커다랗고 두꺼운 앞날개와 그 아래 뒷날개가 서로 연결돼 있어서 마치 날개 한 쌍으로 나는 것처럼 보인다. 연구팀은 영상을 천천히 재생하며 매미의 몸이 세 축에 대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세심하게 관찰했다. 또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을 적용해 매미가 날갯짓할 때 주변 공기 흐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매미가 날개로 회오리를 일으키듯이 허공을 휘저으며 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매미는 나는 동안 방향을 쉽게 바꾸지 못하고 앞으로만 날았다. 하지만 다른 곤충보다 훨씬 더 적은 힘으로 날개를 적게 움직여도 먼 거리를 빠르게 날아갈 수 있었다. 이런 비행 방법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울음소리로 상대를 찾아 짝짓기를 하는 매미의 생활방식에 적합하다. 하이보 동 교수팀은 매미 날개를 흉내 내 매미처럼 짧은 직선거리를 빠르게 날아다니는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비에-스톡스 방정식★ 점성을 가진 유체에 대한 일반적인 운동방정식. 이 방정식을 이용하면 물이나 바람의 흐름, 오염물질의 확산, 별의 움직임 등을 설명할 수 있다.
매미 울음소리 수학모델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매미는 종에 따라 울음소리가 다르다. 대표적인 토종 매미인 참매미는 “맴맴맴맴매앰~” 하고 일정한 울음소리로 운다. 몸집이 큰 말매미는 “따라라라라~”하고 리듬 없이 운다.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건 수컷이다. 수컷 매미가 작은 몸집으로도 우렁차게 소리 낼 수 있는 비결은 몸속이 절반 이상 비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나무로 된 기타의 속이 비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기타 줄을 튕기는 것처럼 매미는 양쪽 옆구리에 달린 진동막을 튕겨 소리를 낸다. 진동막은 탄성이 뛰어난 단백질막인데, 몸 안쪽으로 V자 모양의 발음근이 달려 있다. 이 근육이 수축·이완하면 진동막이 들어갔다 나오면서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텅 비어 있는 몸통 안에서 공명하며 울려 퍼진다. 하지만 암컷 매미는 진동막도 없고 뱃속은 알로 가득 차 있다.
미국 쿠란트수학연구소의 에스테반 타바크 박사팀은 매미의 진동막에 붙어 있는 발음근의 길이와 진동막이 떨릴 때 원래 달려 있던 위치에서 벗어나는 정도, 그리고 진동수를 고려해 매미 울음소리에 대한 수학모델을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진동막이 움직이는 것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나타냈다. 이 식을 풀어낸 결과, 연구팀은 진동막이 내는 울음소리는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한 나무와 그 주변에서 우는 같은 종의 매미들은 서로 리듬을 맞춰, 결국은 하나의 커다란 소리처럼 울려 퍼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오늘 저녁, 무더위를 식혀 줄 매미의 세레나데를 들어 보자. 우리 집 근처에서 짝을 애타게 찾고 있는 매미는 과연 누굴까?
※ 편집자 주_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매미 사진을 감상하고 싶다면 김선주 선생님이 운영하는 블로그(blog.naver.com/rlatjswn875)에 가 보세요. 각 매미의 울음소리는 윤기상 박사님의 블로그(blog.naver.com/cicadasound)에서 들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