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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요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국수와 만유인력


 
오늘 고독한 미식가의 저녁 메뉴는 까르보나라 파스타입니다. 달군 프라이팬에 다진 양파와 베이컨을 노릇노릇하게 볶다 잘 삶은 파스타면과 미리 준비해 둔 계란노른자를 넣고 조금 더 볶아 주면 훌륭한 까르보나라를 만들 수 있답니다.
허겁지겁 허기진 배를 채우던 고독한 미식가의 머릿속에 이번 달 식탁에 올릴 공식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만유인력의 법칙입니다. 갑자기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요? 제가 봐도 좀 황당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그래도 자기만 믿어 보라니…. 자 딱 한번 눈감고 무슨 이야기인지나 들어 봅시다.

 

F는 힘(Force)을 뜻한다. r은 거리를, M과 m은 질량을 나타낸다. G는 중력상수의 기호다.

만유인력(萬有引力)이란, 모든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입니다. 지금 여러분과 눈 앞의 수학동아도 계속 서로를 끌어 당기고 있답니다. 하지만 평소에 만유인력을 느끼기란 쉽지 않죠. 힘이 너무 작기도 하고 대부분은 마찰력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구나 달처럼 무거운 물체 정도가 돼야 우리는 만유인력을 느낄 수 있죠.

그래서였을까요? 옛날 사람들은 아예 땅과 하늘은 서로 다른 법칙을 따른다고 믿었답니다. 위대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구 주위를 도는 달과 태양처럼 하늘에선 모든 물체가 일정한 속도로 원운동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땅 위의 물체는 힘을 주지 않으면 반드시 멈춘다고 봤습니다. 불완전한 땅에선 영원한 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는 건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가려는 성질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과는 원래 땅에서 온 것이니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죠. 지금 들으면 다소 황당한 이야기지만, 이런 설명은 무려 2000년 가까이 ‘진리’로 받아들여졌답니다.

‘진리’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망원경 같은 기구의 발달로 우주를 더욱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코페르니쿠스는 화성이 공전방향과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을 보고 태양이 우주의 중심 때문이라는 지동설을 발표해 유럽을 발칵 뒤집었습니다. 갈릴레오가 목성 주위를 도는 위성을 발견하면서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은 완전히 설 자리를 잃게 됐죠.

한편 케플러는 방대한 관측자료를 분석해 행성은 타원 궤도를 움직인다는 ‘케플러 법칙’을 발표합니다. 하늘의 운동은 반드시 완벽한 원운동이라는 오래된 진리는 잘못된 믿음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거죠. 갈릴레오와 데카르트는 마찰이 없는 경우 힘을 주지 않은 물체는 운동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관성의 법칙을 발견합니다. 땅 위의 운동은 항상 변한다는 생각도 잘못됐다는 게 드러난 겁니다.

수학으로 자연을 설명한다

이제 사람들은 행성이 어떤 모습으로 움직이는지는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운동의 원리에 대해선 누구도 속 시원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갈증은 1687년 뉴턴이 만유인력을 비롯한 자신의 새로운 물리학을 집대성한 <;프린키피아(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발표하면서 해소됩니다.
 

<;프린키피아>;가 나오자 세상은 발칵 뒤집어집니다. 이 세상이 어떤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지를 완벽히 설명하고 과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까지 보여줬기 때문이죠. 여기선 만유인력의 의미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봅시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수학과 공식만으로 자연현상을 설명했다는 점입니다. 뉴턴 이전까지 과학은 글과 대화로 이뤄진 철학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방법으론 자연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결과를 정확히 계산하기가 힘들었죠. 게다가 당시 과학은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관측결과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처지였습니다.

만유인력 법칙은 달랐습니다. 누구든 공식을 보면, 만유인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질량에 비례한다는 걸 알 수 있죠.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지 않고, 정확한 힘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뉴턴은 만유인력 법칙을 통해 케플러의 법칙을 완벽하게 증명해 냅니다.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었죠. 기하학과 대수학에 누구보다 뛰어났던 뉴턴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만유인력은 당시로썬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힘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하나의 물체에 작용하는 하나의 힘만 생각했었죠. 하지만 뉴턴은 힘이 두 물체 사이의 작용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뉴턴의 말을 쉽게 믿지 못했답니다. 힘은 충돌을 통해서 전해진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죠. 연금술처럼 신비주의 과학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뉴턴의 생각이 옳았습니다.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으로 예상한 대로 지구의 적도 부근이 볼록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죠.

만유인력 법칙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하늘과 땅은 다르다는 오랜 믿음을 깨뜨렸다는 겁니다. 뉴턴은 우주의 태양이든 땅 위의 사과든 따르는 법칙은 하나라고 말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평등하게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수학이라는 강력한 무기에 온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해지자 과학은 빠르게 발전합니다. 과학혁명이 시작된 겁니다. 한편 사람들은 더 이상 철학과 신학에 얽매이지 않고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은 물론이고 사람이 사는 사회도 객관적인 이성으로 이해하고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계몽주의의 씨앗이 전유럽에 뿌려졌죠. 사람들은 자연에도 없는 위 아래의 구분이 왜 우리가 사는 세상엔 아직 있냐는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자유롭다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갔습니다. 만약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었을까요?
 

만유인력의 법칙은 표절이다?

뉴턴이 만유인력 법칙을 발표하자 옥스퍼드대의 기하학 교수였던 로버트 후크는 뉴턴을 표절자라고 맹비난 했습니다. 후크는 힘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아이디어를 뉴턴이 훔쳐갔다고 주장합니다.
뉴턴의 입장은 다릅니다. 후크로부터 아이디어가 담긴 편지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자신은 그 보다 한참 전인 1665~66년 무렵 이미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흔히 기적의 해라고 불리는 시절에 말이죠.
진실은 무엇일까요? 뉴턴이 후크의 생각을 표절했다고 보긴 힘듭니다. 당시에 힘이 거리 제곱에 반비례 한다는 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었거든요. 후크를 포함한 많은 과학자가 이로부터 타원궤도를 구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합니다. 오직 뉴턴만이 뛰어난 수학실력을 바탕으로 타원궤도를 계산하는데 성공합니다. 후크 입장에선 배가 아플 수 있지만, 만유인력의 주인공이 뉴턴인 이유입니다.

모두에게 평등한 음식, 국수

아, 까르보나라를 깜빡하고 있었군요! 과연 고독한 미식가는 왜 뜬금없이 만유인력을 떠올렸던 걸까요? 까르보나라는 이탈리아 국수입니다. 미식가가 만유인력을 떠올린 건 바로 국수가 만유인력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죠.

국수는 만유인력만큼 공평한 음식입니다. 일본의 라멘에서 이탈리아의 파스타까지, 국수만큼 나라와 문화에 상관없이 세계 곳곳에서 사랑 받는 음식은 없습니다. 가난하든 부자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국수는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음식입니다.

그런데 100년 전까지 해도 국수는 평등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날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죠. 국수를 만드는 데 만만치 않은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잔치국수라는 이름도 잔칫날이나 돼야 먹을 수 있다는 뜻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국수가 오늘날처럼 대중음식이 된 이유는 기계에 있습니다. 국수 뽑는 기계가 만들어지면서 누구나 싼 값에 국수를 즐길 수 있게 됐죠. 수학이라는 도구를 만나서 보편적인 법칙으로 거듭난 만유인력과 닮지 않았나요? 날씨가 제법 쌀쌀한 오늘, 따끈한 국수 한 그릇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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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이한기(dryhead@donga.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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