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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재] 영국 매스투어2탄, 위대한 수학자들의 자취를 찾아서!

런던으로부터 기차를 타고 4시간 가량을 북쪽으로 달리면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에 도착해요. 에든버러는 해리포터의 탄생지로도 유명하지만, 로그를 발명한 존 네이피어가 태어난 곳이랍니다. 영국 매스투어 2탄에선 영국의 위대한 수학자들의 자취를 찾아보려고요. 존 네이피어에 이어 펜로즈 타일을 만든 로저 펜로즈와, 건축물 속에 수학적 원리를 숨겨 놓은 크리스토퍼 렌까지 만나볼 거예요. 그럼 먼저 스코틀랜드로 출발해 볼까요?
 

 제1코스  에든버러

존 네이피어의 도시, 머키스톤 타워를 찾다

로그를 발명한 존 네이피어가 태어난 곳은 에든버러 시내에서 6km 떨어진 머키스톤 타워예요. 현재는 네이피어대학으로 바뀌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로그란, 곱셈과 나눗셈을 덧셈과 뺄셈으로 바꿔서 계산할 수 있게 해 주는 편리한 계산법이에요. 당시 천문학자들은 큰 수의 곱셈과 나눗셈을 많이 했는데,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가 ‘로그로 인해 계산할 일이 줄어든 천문학자들의 수명이 두 배로 늘어났다.’고 말을 할 정도였대요.

네이피어는 곱셈을 쉽게 할 수 있는 ‘네이피어 막대’도 발명했어요. 네이피어 막대는 10개의 직사각형 블록으로 구성돼 있어요. 각각의 블록에는 4개의 면이 있는데, 4면에 4개의 숫자에 대한 구구단을 새겨놨어요. 직접 계산해 볼까요?

539×28을 계산해 봅시다. 먼저 맨 위에 5, 3, 9라고 씌어 있는 막대를 차례로 붙입니다. 이제 곱할 수가 28이니까, 2번째 줄과 8번째 줄의 값을 계산하면 돼요. 2번째 줄은 539×2의 결과예요. 오른쪽부터 대각선 방향으로 합해 주면 1078이 됩니다. 8번째 줄을 계산하면 4312가 되죠. 이제 2번째 줄의 값을 8번째 줄의 값보다 한 칸 앞으로 오도록 더해 주면 15092를 얻을 수 있어요. 정말 간단하죠?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에서 네이피어 막대와 계산표를 본 뒤, 그가 생전에 다녔고, 사후에 묻혔다는 성 쿠드버트 교회로 가 네이피어 기념비를 봤어요. 사실 기념비보다도 묘가 어딘지 궁금했는데, 정확히 안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그 분들도 네이피어의 영면을 위해 일부러 찾지 않으신대요. 어쨌든 위대한 수학자가 잠들어 있는 곳이란 생각 때문인지 더욱 경건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제2코스  옥스퍼드

옥스퍼드에서 만난 펜로즈 타일링


 로저 펜로즈

흔히 수학자라 하면 오래 전에 살았고, 교과서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요. 그런데 바로 지금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위대한 수학자들도 의외로 많답니다. 로저 펜로즈도 그 중 한 사람이지요. 로저 펜로즈는 너무나도 유명한 펜로즈 삼각형, 펜로즈 타일링을 만든 영국의 수학자랍니다. 1931년 영국의 콜체스터 주 에섹스 지방에서 태어난 유명한 물리학자이기도 하지요. 그는 일반상대성 이론과 우주론 등을 연구해 1988년 스티븐 호킹 박사와 함께 울프상★ 을 수상하기도 했답니다.

현재는 옥스퍼드의 워드햄 컬리지의 명예교수인데, 바로 그곳에 유명한 펜로즈 타일링 바닥이 있어요. 그렇다면 이 펜로즈 타일링을 직접 눈으로 보는 감동을 놓치면 안 되겠죠?

빅토리아 코치스테이션에서 옥스퍼드 튜브를 타고 2시간 정도 가면 옥스퍼드에 도착해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영국의 대학들은 여러 단과대학들이 연합된 형태이기 때문에, 매우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어요. 따라서 원하는 대학에 가려면 지도를 보고 찾아가야 하지요. 워드햄 컬리지는 과학역사박물관 가까이에 있어요. 과학역사박물관에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 대해 수업할 때 직접 썼다는 칠판이 전시되어 있지요.

울프상★ 이스라엘의 울프 재단에서 살아 있는 과학자와 예술가들에게 매년 수여하는 상으로, 권위있는 상으로 손꼽힌다.

펜로즈 타일링을 보기 위해 워드햄 컬리지의 기숙사 건물로 갔어요. 1층 바닥에 바로 비주기적인 펜로즈 타일링이 깔려 있었지요. 생각했던 것보다 면적이 그리 넓지 않고 빛이 바래긴 했지만,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했어요.

마름모 모양과 곡선을 번갈아가며 보다 보면 정오각형, 별, 우주선 등 다양한 모양을 볼 수 있어요.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또 다른 패턴으로 달라지는 것을 보니 정말 비주기적이구나 싶어요.

펜로즈 타일링은 1974년 만들어졌어요. 펜로즈는 정오각형만으로 평면을 빈틈없이 채우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해 했어요. 하지만 정오각형의 한 내각은 108°이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해요.

흔히 타일링 혹은 테셀레이션이라고 알려져 있는 평면 채우기는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데 펜로즈는 정오각형으로부터 서로 다른 두 개의 마름모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정오각형의 패턴이 살아 있는 평면 채우기를 성공시켰어요.

제가 서 있던 자리에 펜로즈 교수도 서 있었겠죠? 그런데 생각보다 워드햄 컬리지에 펜로즈 타일링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뿌듯한 마음이 들었어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찾아낸 수학자들의 마음과 같이 말이에요.


 제3코스  런던

영국 건축계를 주름잡은 수학자, 크리스토퍼 렌


크리스토퍼 렌이란 수학자는 여러분에게 조금 생소할지도 몰라요. 그는 런던에 있는 세인트 폴 대성당을 지은 건축가로 더욱 유명하거든요. 세인트 폴 대성당은 런던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 중 하나로, 건물의 돔이 바티칸 대성당의 돔 다음으로 크고 높은 것으로 유명해요.

세인트 폴 대성당이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어요. 1666년 런던 대화재 이후 재건됐지요. 사실 렌은 뉴턴과 파스칼에게 칭송되었을 만큼 뛰어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답니다. 옥스퍼드에서 천문학 교수로 재직하던 렌은 기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틈틈이 건축에 대한 기술적 자문을 해 주었다고 해요. 그러다 건축학에 매력을 느끼고 공부한 뒤, 세인트 폴 대성당에 대한 첫 번째 설계를 했죠.

하지만 세인트 폴을 짓는 과정이 그리 순조롭지는 않았어요. 거대한 돔을 포함한 그의 디자인이 너무 현대적이고 경제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성직자들이 반대했죠. 결국 렌은 그들의 의견을 꺾지 못하고 성당을 짓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돔만은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 결과 건축을 시작한 지 35년만인 1710년, 바로크양식으로 돔을 완성시키고야 말죠.

세인트 폴 대성당을 등지고 밀레니엄다리를 건너면, 테이트 모던과 세익스피어 글로브 사이에 당시 렌이 살던 집이 있어요. 집 앞에서 우뚝 솟은 세인트 폴 대성당의 돔을 바라보니, 300여년 전 바로 이곳에서 성당을 바라보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을 그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세인트 폴 대성당에 있는 수학적 원리

크리스토퍼 렌은 건축만큼이나 수학도 사랑했어요. 성당을 설계한 도면을 보면, 그가 기하학자로서 돔을 안정적이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거든요. 도면을 보면 돔은 세 겹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바깥쪽의 돔은 지름 34m인 거대한 반구로 만들어졌어요. 안쪽 돔을 보기 위해 건물의 내부에 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휘스퍼링 갤러리’가 나와요. ‘휘스퍼링’, 즉 속삭인다는 뜻 그대로 한쪽 끝에서 속삭이면 30m 넘게 떨어진 반대쪽에서 들을 수 있어요. 돔이 타원 모양을 하고 있어 소리를 모아 주기 때문이지요.

돔의 가장 큰 비밀은 내부와 외부 돔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세 번째 돔에 있어요. 도면을 보면 렌은 돔의 단면에 가로축과 세로축을 긋고 작게 숫자를 써 놓았어요. 그리고 가운데 있는 돔의 모양을 보면 가파른 곡선을 따라 바닥까지 내려와 있는데, 이 곡선이 바로 삼차함수 $y=x$³의 그래프의 일부예요.

렌은 곡선을 아치 모양으로 만들면 무게를 분산시켜, 기둥이 없이도 안정적인 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구 끝에 아치의 모양이 현수선을 거꾸로 한 모양이라는 것을 발견했죠.

그러나 당시에는 현수선에 대한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렌은 $y=x$³의 곡선을 사용했어요. 이 곡선이 정확한 현수선은 아니지만, 현수선에 가까운 곡선임에는 틀림없어요. 세인트 폴 대성당의 돔은 이러한 수학적 설계로 인해 6만 5000톤에 달하는 무게와 기둥이 없는 구조적인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지요.


런던 시내를 장식한 크리스토 렌의 건축물들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스테판 월브룩 교회에도 거대한 돔형 구조가 있어요. 또 옥스퍼드에 가면 크리스토퍼 렌이 설계했다는 최초의 돔, 쉘도니언 극장의 연두색 돔이 있어요. 사실 엄청 큰 돔을 상상하고 갔다가 살짝 실망을 했는데요, 그 작은 돔이 세인트 폴의 돔의 모태가 됐다고 생각하니 다시 보이더라고요.

해리포터 식당을 촬영한 걸로 유명한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입구에 서있는 톰 타워도 렌의 작품이랍니다. 뿐만 아니라 그리니치 천문대와 왕립해양대학, 캠브리지대학의 트리니티 컬리지, 헨리 8세가 가장 좋아했다던 햄프턴 코트 궁전, 켄징턴 궁전, 런던 대화재 추모 기념비 등 많은 그의 건축물들이 런던 시내를 장식하고 있답니다. 천천히 걷다 보면 18세기 영국 전역에 바로크 건축 양식의 붐을 일으킨 그의 영향력을 느낄 수가 있어요.

사실 렌이 살던 시대에는 학자가 건축을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어요.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소신껏 선택해 일평생을 바쳤다고 해요. 알면 알수록 재주 많고 매력 있는 분이 수학자였다니…. 수학 교사로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지금 그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세인트 폴 대성당의 지하묘지에 잠들어 있어요. 만약 렌의 얼굴을 보고 싶다면 지하철을 타고 차링크로스 역으로 가면 돼요. 그곳에 내셔널 포트레잇 갤러리가 있는데, 2층 10번 방에 그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거든요.

“여행에서 지식을 얻어 돌아오고 싶다면, 떠날 때 지식을 몸에 지니고 가야 한다” 영국의 한 문학가가 한 말이에요. 언젠가 여러 분이 영국 여행을 가서 수학의 자취를 실제로 만나는 감동을 얻게 되길 기대할게요.
 

2013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문태선(서울 강북중 수학 교사)
  • 사진

    문태선, 위키미디어
  • 진행

    김정 수학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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