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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마니아, 발명왕에 오르다


지난 7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학생발명가들이 한자리에 다 모였다. 미래의 에디슨을 꿈꾸는 발명꿈나무들이 겨루는 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수많은 발명품 중 유독 수학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이상현 군의 보드게임 ‘클라이밍 큐브’ 가 바로 그것이다.
 

상현 군의 멘토 남준희 선생님과 함께.
 

1% 영감에 99%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

“솔직히 이렇게까지 좋은 상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제33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울산남부초 6학년 이상현 군이 수줍게 말을 꺼냈다.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는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청소년 발명대회다.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초중고 학생들이 출품한 발명품의 가짓수만도 4만 8000점이 넘었다. 이중에서 약 300점이 입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대회는 그야말로 전국에서 발명 좀 한다는 쟁쟁한 학생들이 모두 모여 경쟁하는 전국 오디션이다.

상현 군이 대회를 준비한 시간은 무려 9개월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준비한 대회라 감회가 새롭다. “작년 11월부터 대회를 준비했어요. 처음에는 지역 대회에서 입상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국대회에 앞서 열린 지역예선에서 금상이란 좋은 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점점 더 욕심이 생겼죠.”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 나가려면 먼저 지역예선을 거쳐야 한다. 울산 지역예선에서는 총 17개의 작품이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는데, 상현 군은 98명의 참가자 중 금상을 차지해 당당히 전국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그리고 전국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상현 군이 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는 그와 함께한 든든한 멘토가 있었다. 울산 남부초의 남준희 선생님이다. 남 선생님과 상현 군의 인연은 교육청 영재교육원에서 시작됐다.

“영재교육원에는 수학, 과학, 정보, 발명으로 총 4가지 교육과정이 있어요. 상현이는 5학년때부터 발명과정을 듣고 있고요. 보통 수업은 매주 토요일마다 이뤄지는데, 대회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는평일에도 저녁 늦게까지 함께할 만큼 열심을 냈어요.”남준희 선생님의 말이다. 상현 군은 다니던 학원도 하나 둘 끊으며 전국대회 준비에 ‘올인’ 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한 작품이 바로 ‘클라이밍 큐브’ 다.

tip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1979년부터 국립과학관 주관으로 시작했다. 매해 봄 지역예선을 통과한 작품이 전국대회인 본선에 진출한다. 청소년 발명대회로는 가장 권위가 있는 대회다.

수학을 기본으로 한 보드게임, ‘클라이밍 큐브’

상현 군의 발명품‘클라이밍 큐브’는 창의성이 돋보이는 보드게임이다. 발명품으로 보드게임이라니 조금 생소하다. 보통 발명품은 과학의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명품의 상당수는 전기를 이용해 만든 기계다.

그런데 보드게임은 과학의 원리가 거의 없는 대신, 규칙을 만들기 위한 논리, 규칙성, 문제 해결과정이 모두 수학적인 사고력을 바탕으로 들어 있다. 상현 군은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소재로 대회를 준비한 것이다. 하지만 보드게임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상현 군은 평소 보드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보드게임 마니아다.

“우봉고, 모노폴리, 팁 오버, 블로커스 같은 보드게임을 좋아해요. 게임을 하면서 규칙을 이해한 다음, 상대를 이기기 위해 전략을 생각하는 게 보드게임의 매력인 것 같아요. 제가 만든 클라이밍 큐브는 ‘팁 오버’ 라는 보드게임에서 아이디어를 따 왔어요.”

상현 군은 새로운 보드게임을 발명하기 위해 다양한 보드게임을 연구했다. 기존에 있는 게임의 규칙을 서로 합치거나 바꾸기도 해 봤다. 이런 과정을 수없이 거쳐 수정하고 보완해‘클라이밍 큐브’를 완성했다. 이번 대회에서 클라이밍 큐브는 심사위원들에게 “단순한 규칙을 이용해 만든 재밌는 게임이자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tip

‘팁 오버’ 는 상자를 쓰러뜨리며 길을 찾는 퍼즐 게임이다. 상현군의 발명품 ‘클라이밍 큐브’ 의 모태가 되는 보드게임이다.
 

클라이밍 큐브 게임 방법!
 

이상현 군의 발명 노하우!

① 다른 발명품을 많이 관찰하라. 다른 작품을 관찰하면서 부족한 점을 깨닫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②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을 ‘불완전한 사람이 만든 불완전한 물건’ 으로 생각한다. 비판적인 사고가 발명의 시작이다.
③ 마인드맵을 그린다. 한 주제로 생각을 이어나가는 훈련을 한다.
④ 수첩에다 그때그때 생각난 아이디어를 메모한다.

발명가는 문어다?!

자신이 만든 게임을 설명하는 상현 군의 눈빛이 무척 진지했다. 또박또박 논리적인 말투로 게임의 규칙을 설명하는 것이 초등학생답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 지도교사인 남 선생님이 보는 상현 군은 어떤 학생일까?

“상현이는 성취욕구가 매우 큰 학생이에요. 그래서 과제에 대한 집착력도 강하죠. 제가 어떤 문제를던져주면 다양한 방법으로 충실하게 과제를 해옵니다. 어린 학생인데도 가끔은 예리한 질문을 하기도하고요. 또 예의 바르고 진중한 학생이에요. 한 마디로 ‘애늙은이’ 같다고나 할까요? 하하.”

상현 군은 스스로를 ‘문어’ 라고 표현했다. “문어가 발이 많은 것처럼 저는 좋아하는 게 많아요. 과학과 수학은 물론이고, 육상과 피아노도 좋아해요.”

그는 본인 말대로 문어가 맞는 것 같았다. 다양한 분야를 결합해 완성하는 발명과 발이 많은 문어가 묘하게 비슷하기도 하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상현 군에게 “발명이란?” 질문을 던졌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 당황스러워했지만 재치 있게 답했다. “발명은 장편소설이에요. 오랜 기간을 거쳐 하나의 멋진 작품을 완성하니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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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장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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