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다리, 강력한 위턱과 날카로운 송곳니, 그물을 치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 거미! 무서워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거미는 사실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이에요. 지난 8월 25일,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이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운길산 자락에서 거미 사랑에 푹 빠진 연구자들을 만났습니다. 세 명의 ‘스파이더맨’ 김대희, 김태우, 이형민 연구원과 함께 한 거미 특별탐사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거미, 어디까지 알고 있니?
“흐엑, 이게 다 거미야?!”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이 먼저 찾은 곳은 한국 거미 연구의 선구자인 김주필 박사님이 만든 ‘주필거미박물관’! 박물관에 들어서자 벽을 가득 채운 거미 표본이 보였어요. 표본 아래에는 다양한 크기의 거미가 사는 사육 상자가 늘어서 있었죠. 탐사에 앞서 대원들은 박물관 2층에서 김대희 연구원의 특별 강연을 들었지요.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거미는 정말 매력적인 동물이에요.”
거미는 지금까지 4만 8000여 종이 발견됐다고 알려졌어요(World Spider Catalog, 2019). 이중 우리나라에는 약 900종의 거미가 살고 있죠. 김대희 연구원은 거미의 매력을 ‘외적인 미’, ‘내적인 미’, ‘유익함’,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어요.
“지구상에는 다채로운 색을 띤 공작거미처럼 겉모습이 아름다운 거미가 있어요. 또 알과 새끼를 직접 등에 지고 키우는 늑대거미처럼 모성애를 보여주는 거미도 있지요. 마지막으로 거미는 포식동물로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이기도 해요.”
포충망을 휘두르면 거미가 쏙~!
강의 후 직접 거미를 관찰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어요. 오늘 탐사의 목표는 박물관 주변 산에 사는 ‘한국땅거미’! 김대희 연구원이 대원들에게 한국땅거미에 관해서 설명했어요.
“한국땅거미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거미 중 가장 원시적인 종류에 속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발견된 땅거미 속이라 매우 귀중하지요.”
박물관 앞 예봉산으로 가는 길 여기저기에는 호랑거미와 무당거미들이 거미줄을 치고 매달려 있었어요. 대원들이 거미를 관찰하는 사이, 김대희 연구원이 거미를 쉽게 찾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어요.
“우선, 돌 아래를 뒤집어봐요. 특히 겨울철에는 땅과 살짝 떨어져 있는 돌 틈새에서 거미가 동면하지요. 풀이 많은 요즘 같은 계절에는 포충망으로 작은 풀들을 훑듯이 뒤적이는 방법도 있어요. 이 방법을 ‘스위핑(sweeping)’이라 하는데, 풀을 훑고 나면 작은 거미들이 포충망에 들어가 있지요.”
김대희 연구원이 길가 풀숲에서 직접 스위핑 시범을 보였어요. 낮은 수풀을 몇 번 휘젓자 포충망에 잎사귀와 작은 곤충들, 그리고 조그만 거미들이 걸려들었답니다.
바위틈에서 한국땅거미를 찾다!
“여기예요, 여기!”
이형민 연구원이 대원들을 부른 곳은 커다란 바위 밑! 연구원이 바위 밑 흙을 파내고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그러자 바위에 흙색 콩깍지 같은 것이 붙어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바로 한국땅거미의 집이에요.
“한국땅거미는 땅속에 수직으로 구멍을 파고 살아요. 그리고 구멍 내부에 거미줄을 치면 거미집이 완성되죠. 이를 ‘전대 그물’이라 불러요.”
이형민 연구원이 흙 묻은 양말처럼 생긴 거미집을 들어 올려 한쪽을 살짝 눌렀어요. 그러자 거미집이 꿈틀꿈틀하더니 반대쪽으로 까맣고 광택을 가진 귀여운 한국땅거미가 빠져나왔지요. 김대희 연구원은 “한국땅거미는 예봉산을 비롯한 경기도 일대, 강원도에만 서식하는 희귀한 거미”라며, “관찰이 끝나면 다시 풀어줄 예정”이라 덧붙였답니다.
한 시간여의 탐사 동안 지구사랑탐사대와 연구원들은 한국땅거미를 비롯해 무당거미, 긴호랑거미, 꼬마호랑거미, 운길유령거미 등 20종에 달하는 거미를 만났어요. 박물관으로 돌아와 채집한 거미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뜨거웠던 탐사를 마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