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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었다는데, 왜 우리 동네는 피기 전?
봄은 꽃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신 나는 계절이야. 3월부터 4월까지 매화와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벚꽃이 활짝 피며 마음까지 화사하게 만들어 주잖아. 날이 더 따뜻해지면서 꽃들이 시들어 조금 아쉽지만 말이야. 하지만 더 화려한 5월이 있다고! 5월에는 철쭉, 장미, 찔레꽃, 복숭아, 아까시처럼 더 많은 꽃들이 만발하며 봄꽃 이어달리기를 하거든. 무뚝뚝해 보이는 나도 꽃을 좋아한다고~.
서울 같은 대도시는 한쪽에서 비가 오고, 다른 쪽에선 해가 뜰 때가 있을 정도로 넓어. 경기도 같은 도 단위로 가면 더 넓지. 그러다 보니 같은 지역이라도 자연 현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그래서 기상청에서는 지역을 시나 군 단위에서 읍이나 동 단위까지 잘게 쪼개서 날씨를 알려 주는 ‘동네예보’를 하고 있지.
그런데 벚꽃이 핀 날 같은 경우는 다른 차이가 더 있어. 공원에 벚나무가 있으면 그 중 꽃이 핀 나무와 안 핀 나무가 같이 있거든. 나무의 품종과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야. 이 때 공원의 벚꽃이 피었다고 봐야 할까, 아닐까? 같은 장소인데도 벚나무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면 벚꽃이 피었는지를 판단하기 어려워. 게다가 벚나무에는 꽃송이가 무수히 많은데, 몇 송이가 피어야 ‘피었다’고 할 수 있지?
5월에 피는 철쭉도 비슷해. 학교에 있는 철쭉꽃은 피었지만 집 마당의 철쭉꽃이 피기 전이라면 우리 동네의 철쭉꽃이 피었다고 봐야 할까, 아닐까? 이렇게 알쏭달쏭한 자연 현상을 정확하게 하는 데 필요한 게 기준이야.
우리 동네 벚꽃 피었는지 알려주는 표준목!
올해 서울에서 공식적으로 벚꽃이 핀 날은 3월 28일이야. 지난해보다 18일이나 빨랐지. 서울 벚꽃의 기준은 바로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있는 서울기상관측소의 ‘벚꽃 표준목’이야. 이 나무가 꽃을 피우면 서울 벚꽃이 공식적으로 핀 날이 되는 거지. 단 주요 가지마다 최소 3송이 이상이 활짝 피어야 해. 이 벚나무만 꽃이 안 피고, 서울의 다른 벚나무의 꽃이 모두 피면 어떻게 하냐고? 이때는 공식적으로 서울의 벚꽃은 핀 게 아니야.
송월동 표준목처럼 주요 도시와 벚꽃 군락지에는 그 지역의 벚꽃 개화시기를 결정하는 표준목이 따로 있어. 인천, 부산, 대구, 서귀포 등 주요 도시는 기상관측소 안에 있고, 진해 여좌천, 청주 무심천변 등 벚꽃 군락지는 지자체와 기상청이 협의해서 특정 나무를 표준목으로 정해. 여의도 벚꽃 군락지는 국회의사당 뒤편 벚나무 가운데 영등포구청이 관리하는 관리번호 118, 119, 120번 세 그루가 표준목이야. 이 세 그루에 꽃이 펴야 공식적으로 여의도 벚꽃이 핀 거지.
벚나무는 팔만대장경의 목판 재료로 썼을 정도로 재질이 좋은 나무야. 벚꽃이 일본의 나라꽃이라는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벚나무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이지. 1908년 프랑스의 타크 신부가 한라산 북쪽 관음사 부근 숲속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해 제주도가 왕벚나무의 자생지임이 처음 알려졌단다.
법으로 나라꽃을 정한 국가는 소수!
인터넷에서 일본의 나라꽃이 국화(菊花)이고 벚꽃은 아니라는 내용을 볼 수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중국의 매화나무, 콜롬비아의 카틀레야처럼 법으로 나라꽃을 명시한 나라가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우리나라처럼 대부분의 나라는 법으로 나라꽃을 정하지는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벚꽃을, 우리나라는 무궁화를 관행적으로 나라꽃으로 쓰고 있다.
계절에도 기준이?
올해 봄꽃은 기상청의 예상보다 열흘 이상 빨리 폈어. 기상청은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어. 봄과 여름, 가을, 겨울 같은 계절에도 기준이 있냐고? 맞아! 기상학적으로 기준이 있어!
그런데 이 기준은 10년 단위로 분석해서 평균적으로 활용할 때만 사용한대. 과거에 여름이 며칠이었는지는 말할 수 있어도 올해 여름이 며칠인지 말할 수는 없는 거야. 그래서 보통 봄은 3월~5월, 여름은 6월~8월, 가을은 9월~11월, 겨울은 12월~2월로 구분해. 가끔 언론에서 ‘올해 봄이 시작된 날’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된 거란다.
기상청에서 최근 100년 동안의 관측 기록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계절 변화를 알아 봤더니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어. 봄과 가을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
서울은 1911년부터 1920년까지 봄이 73일, 여름이 94일, 가을이 66일, 겨울이 132일이었어. 그런데 2001년부터 2010년까지는 봄이 76일, 여름이 121일, 가을이 66일, 겨울이 102일이었지. 원래부터 봄과 가을은 세 달보다 보름 이상 짧았고, 여름과 겨울은 길었던 거야.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더 길어지고 겨울이 많이 짧아졌어. 대구는 2001년~2010년 여름이 무려 130일이나 되고, 겨울은 겨우 79일이었단다.
일기예보 볼 때마다 헷갈리는 것?
일기예보에는 구름의 양도 기준이 있어. 하늘이 흐리고 맑은지는 4단계로 구분해서 사용하는데, ‘맑음’은 구름이 하늘을 0~20% 정도 가리는 상태를 말하는 거야. ‘구름 조금’은 21~50%, ‘구름 많음’은 51~80%, ‘흐림’은 81~100% 가리는 상태인 거고.
친구들은 아침과 오전, 낮과 오후, 저녁과 밤이 어떻게 다른지 아니? 헷갈리는 시간에 관한 말에도 기준이 있었어.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면 다음과 같아.
3시간 단위로 구분하려고 6시간 단위인 오전, 오후, 밤을 ‘늦은 오전(9시~12시)’, ‘이른 오후(12시~15시)’, ‘늦은 밤(21시~24시)’으로 부르기도 하지.
비나 눈이 ‘한때’ 오거나 ‘가끔’ 온다고 할 때도 헷갈리지? ‘한때’는 지정된 기간 중에 한두 번 정도 일어나거나 전체 시간에서 25%까지 일어나는 경우를, ‘가끔’은 26~50% 수준으로 일어나는 경우를 뜻해. 그 이상이 지속되면 ‘계속’이나 그 사건이 항상 일어난다고 말하지.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면 12시~18시 사이에 3시간 이상 비가 온다는 얘기야.
비 올 확률은 어떤 의미?
일기예보를 볼 때 비 올 확률 몇 %라는 표현을 자주 본다. 이 확률은 어떤 기준으로 발표하는 것일까? 기상청은 과거의 기상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에 비가 올지 안 올지 예측한다. 관측된 자료를 토대로 과거에 조건이 똑같았던 날을 모두 찾아서 이 중에 비가 얼마나 왔는지를 확인한다. 같은 조건에서 10번 중에 비가 3번 왔으면 비 올 확률이 30%, 7번 왔으면 70%가 된다. 그럼 5번 왔으면 50%? 비 올 확률 50%는 발표하지 않는다. 반반이라는 50% 확률이 예보를 보는 국민을 더 헷갈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대신 여러 가지 변수를 더 검토해서 40%나 60%로 바꿔서 발표한다.
만든 기준은 기상관측소에 다 있다?
첫눈이 왔는지를 판단할 때도 기준이 있어. 바로 지역별 기상관측소에 첫눈이 오느냐 아니냐지. 비가 왔는지는 전국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치 600여 대가 자동으로 판단해. 사람의 도움 없이도 관측이 가능하지. 하지만 눈은 아직까지 관측 장비로 알 수 없어서 사람이 직접 보고 판단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자연 현상에 대한 기준을 주로 기상청에서 정하고 있어. 자연현상은 온도나 강수량, 일조량 같은 기상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야. 꽃이 피는 시기도 온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지.
우리나라 기상청은 계절 변화를 알려고 매년 식물과 동물을 관측하고 있어. 식물로는 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 복숭아, 배나무, 아까시나무, 코스모스, 은행나무, 단풍나무, 동물로는 종다리, 나비, 개구리, 제비, 뱀, 뻐꾸기, 기러기, 잠자리, 매미를 관측해. 특히 식물은 기상관측소에 10종의 표준목을 둬서 꾸준하게 관측하고 있지. 이들의 공식적인 개화시기가 궁금하다면 기상관측소에 가면 되는 거야. 목록에 없는 철쭉 같은 꽃은 어떻게 하냐고? 철쭉은 기준이 없어 개화여부를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아. 대신 철쭉이 많은 소백산과 지리산, 한라산 세 곳 군락지의 개화 상태를 관측해서 알려 주고 있지.
어때? 기준이 있으니까 나 초정밀처럼 정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동생이나 형과 뭔가 일치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면 다투지 말고 기준을 정해 봐. 그럼 문제가 풀리고 한결 사이도 좋아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