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이상한 기계나라의 앨리스

기계와 대화를!

나른한 토요일 오후,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TV가 벌떡 일어나 말을 했다.
“이런 이런, 너무 늦겠는 걸?”
난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이 때, 냉장고가 쿵쿵 달려와 끼어들었다.
“서둘러, 서둘러!”
컴퓨터도 내 옆을 빙글빙글 돌며 말했다.
“지금 가야 해!”
“도대체 어디를…?”
“기계들의 파티에 말이야!”
기계들이 말을 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내 말을 알아듣기까지 하다니!
TV와 냉장고, 컴퓨터는 물론 어디선가 휴대전화와 MP3까지 나타나 내 팔을 잡아끌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나도 모르게 기계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기계와 악수를!

기계들과 손을 잡고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나는 어딘가로 끊임없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깊은지 떨어지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쯤, 폭신한 풀밭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멈추게 되었다. 엉덩이를 툭툭 털면서 일어나자 내 앞에 놀라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세상의 모든 기계들이 모인 걸까? 수많은 기계들이 끊임없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흠흠, 처음 뵙겠습니다.”
낡고 녹슨 기계 할아버지가 우아한 몸짓으로 나에게 태엽 손을 내 밀었다.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태엽을 돌리며 가볍게 악수를 했다. 컴퓨터가 잘난 체 하듯 말을 했다.
“손이야 말로 기계와 대화하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자 가장 최신 방법이지.” 손으로 기계와 대화를 한다고? 이게 무슨 말이야?



손으로 말해요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태엽을 감거나 버튼을 누르기도 하고, 마우스로 클릭을 하기도 하지요. 바로 손으로 기계에게 동작하라고 말을 거는 것이랍니다. 예전에는 기계를 움직이기 위해 많은 동작이 필요했어요. 컴퓨터를 예로 들면, 처음에는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마우스를 이용해 훨씬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지요. 이렇게 기계와 대화하는 방법은 점점 더 간편하게 진화해 왔답니다.


가볍게 터치 터치!

최근에는 화면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기계와 대화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다른 도구를 거치지 않고 기계를 동작시킬 수 있고, 화면이 바로 반응을 하기 때문에 쉽고 간편하지요. ‘터치스크린’을 만드는 여러가지 방법을 만나 볼까요?


저항막 방식

얇은 틈을 둔 두 장의 막으로 이루어져 손으로 누르면 두 장이 맞닿는 위치를 감지하는 기술이에요. 맨 위층에 압력에 눌리는 약한 막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표면이 손상되기 쉽고, 두 막 사이의 틈 때문에 화면이 선명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또 화면을 크게 만들기 힘들지요. 하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답니다.


정전용량 방식

사람의 몸에 전기가 흐른다는 점을 이용한 기술이에요. 전기가 통하는 물질로 코팅된 유리에 전기가 흐르게 한 뒤, 사람이 터치를 하면 유리에 흐르던 전기가 손으로 흘러 전기의 흐름이 변한 지점을 알아채는 기술이랍니다. 튼튼하고 화면이 선명하지만 장갑이나 손톱처럼 전기가 흐르지 않는 물체는 인식하지 못하고, 크게 만들기 힘들어요.


적외선 방식
터치스크린의 표면에 적외선을 흐르게 하고, 적외선을 막는 손가락 등의 물체가 터치를 하면 적외선 흐름의 변화로 위치를 알아 내는 방법이에요. 터치스크린 주변에 적외선을 내보 내고, 그 변화를 알아채는 장치를 달기 때문에 화면 자체에 변화가 없다는 장점이 있어요.


카메라 방식

화면 자체를 초당 24장 이상 빠른 속도로 촬영해서 화면 위의 손이나 물건의 변화를 감지해 터치를 알아 내는 방법이랍니다.


초음파 방식

적외선 방식과 비슷하지만 적외선이 아닌 초음파를 이용한다는 점이 달라요. 표면에 초음파가 흐르게 하고 초음파의 흐름을 방해하는 손가락이 닿으면 그 변화를 읽어 내는 방법이지요. 액체가 묻으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어요.


광학 이미징 방식

터치스크린의 위나 아래에 적외선 조명을 달아 터치를 하면 생기는 적외선 그림자나 반사되는 적외선을 감지하는 방식이에요. 50인치 이상 큰화면에서 사용해요.



 
손가락 하나? 아니, 멀티터치!

멀티터치는 여러 개의 터치를 한번에 인식 할 수 있는 기술이에요. 모든 방식의 터치스 크린이 멀티터치가 가능하게 개발되고 있어요.
멀티터치는 여러 번의 동작을 한 번으로 줄여 줘요. 예를 들어 사진을 확대할 때 두 손가락으로 사진의 끝부분을 잡고 늘여 주면 사진이 커지는 것처럼 말이죠.



 





 
신나는 터치 세상
 
태엽을 돌리고, 버튼을 누르고, 스위치를 올렸다 내리고, 마우스로 클릭을 하는 등 수많은 기계들과 악수를 했다. 이 많은 기계들과 언제 악수를 다 하나 하는 생각에 하늘이 노래질 지경이었다.
이 때, ‘ET’라는 영화에서처럼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하며 악수하는 기계들이 다가왔다. 내가 오래전 기계들부터 현재 많이 사용하고 있는 터치 기계들까지 악수를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앞으로 악수할 기계들은 얼마 안 남았겠지’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터치로 악수하는기계들의 줄도 어마어마했다.
“으아~, 터치 기계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나의 불만을 들은 냉장고가 이야기 했다.
“지금은 터치 세상이거든!”



 

컴퓨터도 엘리베이터도, 냉장고도 터치시대

터치스크린이 달린 휴대전화나 MP3에 이어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컴퓨터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이미 2009년 6월에는 우리나라 기업인 삼보컴퓨터에서 ‘루온키즈컴’이라는 어린이용 터치 컴퓨터가 나왔답니다. 2009년 10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터치로 움직이는 운영체제인 ‘윈도7’을 내놓아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다양한 터치 컴퓨터도 나오고 있어요.
터치스크린 기술이 널리 퍼지면서 터치로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도 나왔어요. 2010년 2월, 현대엘리베이터는 손글씨로 가려고 하는 층을 터치스크린에 쓰는 엘리베이터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내놓았어요. 가고자 하는 층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이 먼저 계산을 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 줘요. 게다가 에너지도 20%나 적게 쓸 수 있지요. 이 밖에도 냉장고, TV 등 터치 기술은 빠르게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답니다.



만지지 않아도 알아요!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긴 악수행렬이 드디어 끝나고 있었다. 마지막에 악수할 기계는 정말 귀엽게 생긴 기계 소년이었다. 내가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자 소년은 공중에 떠있는 화면으로 손을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이제껏 기계들은 손가락으로 만지기라도 해야 했는데, 마지막의 소년은 허공에서 움직이는 나의 손을 인식할 수 있어서 기분이 무척 묘했다.
“우와~, 직접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내 손을 어떻게 알 수 있니?”
기계 소년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젠 만지지 않아도 알 수 있거든.”
우와~, 만지지 않아도 안다고? 그 원리를 어서 알려 줘~!


"여러 기계들이 점점 더 사용하기 쉽게 변하고 있어요. 이런 발전들은 바로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이 발전하기 때문이에요. 인터페이스는 사람이 전자기기와 소통할 수 있게 해 주는 입력장치와 출력장치를 말해요. 컴퓨터로 말하면 마우스와 키보드, 모니터 등이죠. 인터랙션은 여기에 장치를 움직이는 방법도 포함한 거예요. 미래의 인터랙션은 아마 친구들이 상상하는 모든 것이 될 거예요. 만들면 만들수록 더 발전하는 것이 인터랙션이거든요. 친구들이 만들 더 재미있게 기계와 대화하는 세상, 저도 기대할게요~!"
박지형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지능인터랙션연구센터 센터장)


2054년? 아니지~, 2010년!
2054년을 배경으로 한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가 2002 년에 개봉했어요. 주인공인 탐 크루즈가 허공의 화면을 손에 장갑 같은 장치를 끼고 마음대로 조종하는 장면이 나오죠. 2002년에는 이런 기술이 2054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거예요.
하지만 이 기술은 2010년 현재에도 가능해요. 게다가 손에 아무런 장치가 없어도 되지요. 원리는 바로 적외선이에요. 움직이는 사람을 향해 적외선을 쏜 뒤,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반사되는 적외선을 감지하는 것이죠.
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컴퓨터도 작동시킬 수 있어요. 국내업체인 셀루온은 손의 움직임을 인식해 마우스와 키보드처럼 작동하는 제품(오른쪽 사진)을 내 놓았어요. 둥글게 주먹을 쥐고 손을 움직이면 마우스 포인터가 움직이고, 바닥에 쏘아진 키보드 영상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키보드를 친 것처럼 작동한답니다.


온 몸으로 이야기해요

모든 기계와 인사하느라 정신없는 나에게 기계 소년이 신나는 게임을 하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게임? 당연히 좋지! 그런데 기계 소년은 게임기를 가져올 생각도 없이 멀뚱멀뚱 서 있었다.
“게임기는 어딨어?”
나의 질문에 기계 소년은 씽긋 웃으며 대답했다.
“너의 온 몸이 게임기야!”
뭐라고? 내 몸이 게임기라고? 나도 기계로 변한 걸까? 깜짝 놀라 내 몸을 훑어봤지만 내 몸은 그대로였다. 당황하는 나에게 기계 소년이 말했다.
“네 몸의 움직임, 너의 눈동자, 너의 표정…, 모든 것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단다.”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온 몸이 게임기?


닌텐도의 ‘위’라는 게임에 대해 들어보았나요? 위는 사람이 손에 리모컨을 들고 움직이면 화면 속의 캐릭터가사람과 똑같이 움직이며 여러 가지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줘요. 텔레비전에 붙인 적외선 바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손에 든 리모컨이 인식해 위치를 알아 내는 거예요. 여기에 리모컨 안에 달린 가속도계가 앞뒤, 좌우, 위아래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측정해 게임 속 다양한 동작을 표현하는 것이죠.
하지만 2010년 10월에는 몸동작과 음성만으로 조작이 가능한 게임기도 나올 예정이에요.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젝트 나탈’이라는 게임기랍니다. ‘시작’이라고 말을 하면 자동으로 게임이 시작돼요. 자동차 게임의 경우 손을 뻗어 좌우로 움직이면 자동차가 좌우로 움직이지요. 속도를 내고 싶으면 오른발로 힘차게 엑셀을 밟는 것처럼 움직이면 속도가 올라가요. 인간의 온 몸을 인식할 수 있으니, 정말 실감나는 게임을 할 수 있겠죠?


 
몸으로 입력한다?

내 몸이 화면이나 입력기로도 쓰일 수 있게 되었어요. 카네기멜론대학교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자들이 손바닥이나 팔을 터치스크린으로 이용하는 ‘스킨풋’을 개발했거든요. 특수 센서가 달린 밴드를 팔에 차고 몸의 이곳저곳을 터치하면 터치하는 부위에 따라 전파를 인식해 작동하는 원리예요. 물론 손이나 팔 등 몸을 스크린처럼 이용할 수도 있답니다. 앞으로 오른손은 게임기, 왼손은 MP3로 온 몸을 컴퓨터처럼 사용하게 될거예요.
 

 



표정에 소변까지?
‘스마일샷’을 알고 있나요? 웃을 때 카메라가 사진을 자동으로 찍어 주는 기술이지요. 웃는 얼굴뿐만 아니라 다양한 표정도 인식할 수 있어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인공지능 연구소가 개발한 로봇 ‘키즈멧’은 기쁨, 슬픔, 놀람, 공포, 화남, 무감각 같은 다양한 표정을 95%까지 알아 낼 수 있답니다.
이 외에도 눈동자를 인식해 자동으로 보고자 하는 화면으로 이동해 주고 화면 크기도 바꿔 주는 컴퓨터는 물론, 적외선으로 체온을 감지해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해 주는 자동차도 있어요.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면 소변이 건강한지 아닌지, 체온과 혈압은 정상인지, 비만인지 아닌지를 자동으로 체크해 주는 컴퓨터 변기도 있지요. 이렇듯 우리가 어떤 조작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기계들이 우리의 온 몸을 인식하는 기술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답니다.



 
정말 내 ‘말’을 알아듣다

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기계 소년과 신나게 게임을 하고 나니 목이 말랐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무울~!”
이 말을 듣자마자 냉장고가 쿵쿵 뛰어와 배를 열어 물을 꺼내 주었다. 아까부터 정말 궁금했던 것이지만 도대체 기계들이 내 말을 어떻게 알아듣는 걸까? 게다가 물이라고 한 것도 아니고 우울하고 길게 늘여 말했는데도 단번에 알아듣다니…. 난 기계 소년에게 물어보았다.
“도대체 내 말은 어떻게 듣고 알아차리는 거니?


인공지능과 채팅을?!

메신저로 신나게 대화를 나누었는데, 알고 보니 인공지능이었다면? 실제로 ‘심심이’라는 프로그램은 ‘나 오늘 시험 봤어’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잘 봤으면 좋겠어요’라는 답 메시지를 보내요. 적당한 대답을 데이터베이스에서 골라 보내는 거죠. 하지만 엉뚱한 대답을 할 때가 많아 금방 프로그램이라는 걸 알게 돼요.
이젠 사람의 대답이라고 속을 정도로 정교한 인공지능 대화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요.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행동연구소는 매년 12명의 심판관 중 가장 많은 심판관이 사람과 대화하고 있다고 속은 프로그램에 ‘뢰브너 상’을 주는 대회를 열고 있어요. 2008년에 상을 받은 ‘엘봇’은 심판관 중 3명이 사람과 대화한다고 생각했어요. 2009년에는 ‘두 머치 모어’라는 프로그램이 상을 받았죠.
2010년 대회는 10월 23일에 열린다고 해요. 얼마나 더 똑똑한 프로그램이 나올지 기대되네요.


귀처럼 듣는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에 의해 귀로 전달돼요. 사람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죠. 귀는 목소리가 만드는 진동의 주파수 특성을 분석해 여러 가지 정
보를 알아 내요. 컴퓨터도 마찬가지로 목소리의 진동 주파수를 분석해 알아듣는 것이랍니다.
이런 목소리 인식 기술은 1960년대부터 개발되어 왔지만 처음에는 시끄러운 곳에서는 잘 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어요. 하지만 목소리를 인식 하는 기술이 발전되면서 휴대전화에 말만하면 자동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주거나, 전화로 말한 것을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작성해 주는  서비스도 생겼어요.


 
생각만 해도 알아차린다고?

물을 마시며 음성인식 기술에 대해서도 알고 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좀 앉아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바로 기계 소년이 의자를 가져다 주며 말했다.
“그래, 많은 기계들과 악수에 게임까지…. 힘들지? 앉아서 좀 쉬어.”
허걱! 어떻게 내가 생각만 한 걸 알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자 기계 소년이 또 이야기 했다.
“네가 생각만 해도 우린 알아챌 수 있거든!”
우아아~, 이건 또 어떤 기술인 거야?


뇌파로 강아지와 대화를?

강아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할 때가 있죠?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신형철 교수 연구팀은 강아지 ‘아라’와 대화를 하는 데 성공했어요. ‘이름이 뭐니?’라고 물으면 ‘아라입니다’라고 목에 있는 스피커를 통해 대답하는 것은 물론 감정 표현과 TV를 켜는 것까지 가능하답니다. 바로 강아지의 머리에 컴퓨터 칩을 심고, 이를 컴퓨터와 무선으로 연결해 뇌의 신호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기술을 BCI(Brain Computer Interface)라고 해요. 가장 먼저 사람의 뇌와 컴퓨터의 연결을 사용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생각으로 기계를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에요. 키보드와 마우스는 물론 휠체어나 인공 팔을 뇌로 움직이는 기술이 이미 사용되고 있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생각만으로 모든 기계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예요.


 

"미래에는 영화 아바타처럼 뇌의 기억을 다른 종의 동물에 옮겨 놓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신기하면서 조금 무섭기도 하죠?
기술 그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것이 될 수도 나쁜 것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만들 뇌와 컴퓨터 연결 기술의 미래는 분명히 밝고 좋을 거라 믿어요!

신형철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 교수)


온 몸으로 느껴 봐~!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신나는 음악이 들려왔다. 깜짝 놀라는 나에게 기계 소년이기계들의 파티의 하이라이트, 댄스타임이라고 알려 주었다. 기계 소년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함께 춤출래?”
“그래, 좋아! 무대는 어디니?”
“네가 서 있는 곳이 어디든 그 곳을 무대처럼 느끼게 될 거야!”
기계 나라에서는 온통 놀라운 일 뿐이다. 기계가 우리의 손과 동작, 표정과 말을 느끼는 것을 넘어 우리에게 느끼게 해 준다고 하는데…. 이번엔 또 어떤 기술일까?


3D를 넘어 4D!

오른쪽 눈을 감고 손가락을 보세요. 이번엔 왼쪽 눈을 감고 보세요. 어때요? 손가락의 위치가 조금씩 달라 보이죠? 우리는 이렇게 두 눈이 본 다른 이미지를 합친 뒤, 그 차이를 인식해 입체로 봐요. 3D는 이 원리를 이용해 양쪽 눈이 영상을 다르게 보도록 만든 것이에요. 한 가지 영상을 두 눈이 다르게 보게 하기 위해 특수 필터 안경을 쓴 답니다. 주로 ‘어린이과학동아’ 1월 15일자의 실험부록이었던 편광필름을 이용하지요. 촬영을 할 때도 간격이 조금 벌어진 렌즈가 두 개 달려 있어 두 가지 영상을 동시에 찍을 수 있는 ‘스테레오 카메라’를 사용해요.
3D를 넘어 4D로도 영화가 개봉되고 있어요. 4D는 진동이나 경사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의자를 움직이거나, 향기나 냄새, 바람이나 습기까지 느끼게 해 주는 거예요. 여러 가지 감각을 모두 자극하면 더욱 진짜처럼 느끼게 된답니다.


 
현실 + 가상 = 증강현실!

3D나 4D, 화면 속으로 들어가는 기술은 모두 진짜가 아닌 가상을 현실 처럼 느끼게 해 주는 기술이에요. 하지만 현실에 가상을 더해서 보여
주는 기술이 있답니다. 바로 증강현실이에요. 증강현실이 처음 개발되 었을 때는 화면으로 비춰지는 현실에 가상의 캐릭터나 정보를 더해 보여 주는 방법이었어요. 소니에서 4월에 출시할 예정인 ‘아이펫’이 이 기술을 사용한 것이랍니다. 아이펫은 화면 속의 애완동물이에요. 하지만 여기에 우리의 모습이 더해져 우리가 아이펫을 만지는 손짓을 하면 아이펫이 기분 좋아하기도 하고, 우리가 그림을 그려 화면에 비추면 아이펫이 이 그림을 가지고 놀기도 한답니다.


 
증강현실이 튀어나오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가상의 화면이 튀어나와 보여 주기도 해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 대학교(MIT) 미디어랩은 최근 ‘식스센스’를 공개했어요(오른쪽 사진). 식스센스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카메라와 가상현실을 현실에 더하는 프로젝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목에 걸어 사용할 수 있지요.
손가락을 인식할 수 있게 검지에 여러 가지 색의 캡을 끼우면 식스센스를 사용할 준비 끝~. 식스센스는 손목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시계를 보여 주는 것은 물론, 손가락을 사진 찍는 것처럼 네모로 만들면 자동으로 사진을 찍어 줘요. 물건을 비추면 물건의 가격이나 사람들의 평가를 바로 보여 주기도 하지요.
MIT 미디어랩의 ‘가이딩 라이트’도 있어요. 손전등이 불빛을 비춰 주듯 가상의 세계를 현실에 더해 준답니다. 가이딩 라이트를 길에 비추면 화살표 모양이 나와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를 찾을 수 있게 안내해 줘요. 그림을 비추면 그림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지요. 가이딩 라이트 안에 가상 애완동물이 함께 산책을 할 수도 있답니다.


 
대화를 넘어 소통하다.

가상현실 속에서 기계 소년과 춤을 주고 있는데, 기계 소년이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속삭였다.
“나 널 좋아하는 것 같아….”
꺄아~, 귀여운 기계 소년이 날 좋아한다고? 그런데 기계들도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털썩, 뭔가가 푹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번쩍 떠 보니 난 우리집 거실의 소파 위에 누워 있고, 동생이 소파에 털썩 앉아 있었다.
그럼 기계 나라는 꿈…?

기계도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람의 손과 몸은 물론 음성과 표정, 생각까지 읽을 수 있게 된 기계들은 자신의 감정도 표현할 수 있어요. 2001년 MIT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로봇 ‘레오나르도’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채고 구별할 수 있으며, 32개의 모터가 달린 얼굴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요. 손과 몸에는 촉각 센서가 있어 사람이나 물체의 터치를 느낄 수 있지요.
한국은 지난 2006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한국 최초 인조인간 ‘에버원’을 발표했어요. 눈에 달린 카메라로 상대방의 얼굴을 알아보고, 약 400개의 단어를 상황에 맞게 표현할 수 있으며, 얼굴에 달린 15개의 모터로 희노애락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나 에버원이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한다고 해도 사람을 단순히 흉내내는 수준이에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라는 프로그래밍에 의해 감정을표현하는 것이죠. 진짜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감정을 가진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답니다.


기계들끼리도 대화한다?

미국의 타임지는 2009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사물의 통신(The internet of things)’을 선정했어요. 사물의 통신이란 모든 사물이나 기기들이 언제 어디서나 통신망과 연결되어 여러 가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말해요. 이로 인해 기계와 기계의 대화 혹은 기계와 땅, 나무, 도로 등의 대화가 가능해지는 것이죠.
기계와 기계 혹은 기계와 사물간의 소통이 일어나면 인간을 거치지 않고도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더 편리해질 거라고 해요. 예를 들어, 다리에 설치된 센서가 다리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받게 되면 사람에게 다리가 무너진다는 정보를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안전장치를 작동하는 거예요. 자동차들은 서로의 속도와 떨어진 거리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할 수도 있고요. 기계와 기계가 소통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MIT 미디어랩에서는 기술적 능력보다는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 자신만의 관점을 가진 사람을 높이 평가해요. 이러한 상상력과 자신만의 관점은 책과 지식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느끼는 작은 경험에서 생겨요. 그러므로 자신이 느끼는 여러 가지 작은 궁금함과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 그리고 남의 소중한 경험과 생각을 존중하는 자세가 좀 더 창의적인 사람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더 많이 경험하고 상상하세요.”  정재우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 박사)


기계 나라에서 기계 소년과의 즐거운 시간이 모두 꿈이었다니! 어쩐지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곧, 기계 나라에서 체험한 모든 것들을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 시작했다. 기계가 나를 생생히 알아보고, 생생히 체험하게 해주며, 나와 생생하게 대화하는 세상! 우리가 상상하면 상상한대로 모든 것이 이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더 멋진 상상으로, 더 멋진 미래를 만들어야지!”
이런 내 모습을 동생이 어이없게 쳐다봤다. 아! 기계 나라에서 있었던 일을동생에게도 모두 말해 줘야겠다. 동생도 멋진 기계 나라에 대해 알고나면기계를 보는 눈이 달라지겠지?

2010년 07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현수랑 기자
  • 도움

    박지형 센터장
  • 도움

    신형철 교수
  • 도움

    지형근 선임연구원
  • 사진

    현수랑 기자
  • 진행

    레이먼드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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