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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나는야 산에서 태어난 산바람. 어느 날 갑자기 더 넓은 세상이 보고 싶어서 사람들이 사는 도시로 내려왔어. 과연 도시에는 높은 건물과 쌩쌩 달리는 자동차 등 온갖 신기한 풍경이 넘쳐나더구나!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지 뭐야. 이제 슬슬 도시를 떠나 다시 산으로 돌아가야겠어. 그런데 잠깐! 나가는 길이 어디지?

 


도시에서 길을 잃다

아무래도 길을 잃은 것 같아. 자~, 침착하자. 차분히 생각하면 빠져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길이 너무 복잡해~. 이 쪽으로 가도, 저 쪽으로 가도 건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잖아. 도시란 정말 미로 같구나! 그나저나 도시는 왜 이렇게 뜨거운 거야? 건물은 따끈따끈하고, 아스팔트 도로에서도 후끈후끈한 열기가 올라오고 있어. 자동차들은 아예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고. 으악~, 내 몸이 점점 달구어지고 있어!

바람이 막히면? 열섬이 심해진다!

도시에서는 에너지의 소비가 많아 그만큼 열이 많이 나온다. 뜨거운 공기를 내뿜는 에어컨 실외기나 자동차의 배기 가스, 겨울철의 난방 등이 도시를 뜨겁게 달군다. 이렇게 도시가 주변의 다른 지역보다 뜨겁게 되는 현상을 ‘열섬’이라고 한다. 도시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콘크리트는 낮에 열을 흡수했다가 서서히 내뿜기 때문에 밤이 되어도 시원해지지 않는다. 또한 아스팔트는 물을 머금지 않기 때문에 물이 증발하면서 생기는 냉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 결과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어 더욱 더워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이 때 도시 밖의 찬 공기를 끌어들이고 뜨거운 공기를 외부로 내보낸다면 열섬 현상을 줄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에 바람길이 잘 뚫려 있어야 한다.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바람길이 막힌다면 뜨거운 공기가 빠져 나가지 못해 열섬이 더욱 심해진다.

그렇구나! 내가 지금 열섬 현상을 느끼고 있는 거였어. 따뜻하게 덥혀진 내가 빨리 도시를 빠져 나가야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잠깐! 사방이 건물로 막힌 곳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보니 숨이 점점 막혀 와. 공기가 왜 이러지?

바람이 막히면? 오염물질이 쌓인다!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에서 나온 오염물질은 바람을 타고 넓은 공간으로 퍼지거나 도시를 빠져 나가야 한다. 그런데 바람이 건물에 막혀서 움직이지 못하면 오염물질이 한 곳에 쌓이기 때문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에 큰 해를 끼친다.

점점 쌓여 가는 오염물질 때문에 답답해! 에라, 모르겠다. 정면으로 돌파해 보는 거야! 마침 또 커다란 건물 하나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군. 돌격~! 어? 어? 왜 이러지? 갑자기 내가 소용돌이를 치
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잖아!

바람이 막히면? 돌풍이 생긴다!

바람이 건물에 부딪치면 상하좌우로 퍼지게 된다. 아래로 흘러간 바람은 땅에 부딪친 뒤 위로 다시 솟구치며 소용돌이를 만들어 낸다. 양 옆으로 흘러간 바람은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을 통과하면서 속도가 더욱 빨라져 돌풍이 된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생긴 돌풍을 ‘빌딩풍’이라고 한다.
빌딩풍은 길을 걷는 사람에게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지붕을 날려 버리거나 간판을 떨어뜨려 위험을 끼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태풍 급에 해당하는 초속 17m 이상의 바람이 수십 차례 불었다. 하지만 이런 빌딩풍 때문에 지어 놓은 건물을 헐 수는 없다. 그래서 가로수를 심어 빌딩풍의 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도시의 바람길을 찾아서

으아아~, 억지로 건물에 부딪쳤다가 큰일 날 뻔했네. 안 되겠어. 이러지 말고 차분히 생각해 보자. 이 도시에서 내가 다닐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이 내 앞길을 방해하는지, 어디가 시원하게 뻥 뚫려 있는지부터 하나씩 확인해 봐야겠어.

빽빽한 건물

빽빽하게 놓인 아파트나 고층건물은 바람의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가 느려지게 한다. 그 결과 낮 동안에 데워진 열기와 쌓인 오염물질이 도시 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고층 건물

건물이 빽빽한 지상에 비해 30~50m 상공에서는 바람이 통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바람이 고층 건물에 부딪치면 방향이 아래로 바뀌어 건물사이에서 소용돌이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지상에서 생긴 오염물질이 하늘로 퍼지지 않고 건물 사이에 쌓인다.
 


도시를 돌아다니며 찬찬히 살펴보니 내가 왜 도시에서 빠져 나가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아.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에는 바람이 움직일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져 있지 않아. 또 도로 양 옆에는 높게 건물이 솟아 있고, 시원하게 몸을 식혀 줄 하천도 거의 없어. 게다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하고 있는 도시가 많아서 도시의 뜨겁고 오염된 공기가 밖으로 잘 빠져 나가지 못해.

하천

도시를 지나가는 하천은 바람이 부는 통로가 된다. 특히 물이 증발할 때는 주변의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기온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도로

도로는 바람이 방해를 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길이다. 바람은 자동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넓게 퍼뜨리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도로는 폭이 넓을수록 먼 곳까지 바람이 잘 통한다. 반대로 도로가 좁고 구불구불하거나 도로 양 옆으로 높은 건물이 늘어서 있다면 오염물질이 넓게 퍼지기 어렵다.

도시 가장자리의 아파트 단지

도시 바깥의 산이나 언덕은 찬바람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그런데 도시 가장자리에 아파트를 많이 지으면 찬바람이 도시로 들어오는 길이 막혀 버린다. 흔히 산 아래에 집이 있으면 공기가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막는다면 오히려 공기가 안 좋을 수도 있다.

바람길을 틔워 줘~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책을 생각해 보자. 도시에 바람길을 충분히 만들어 놓아야 앞으로도 나처럼 길을 잃는 바람이 생기지 않을 거 아냐. 시원한 산바람이 도시의 뜨거운 공기를 식히고 오염물질도 밖으로 가져가 줄 테니까 바람이나 사람에게나 모두 좋은 일이 될 거야.
바람길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를 알아야 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은 위치나 지형, 계절에 따라 모두 다르고 시시각각 변해. 그래서 1개월 또는 1년 등 오랜 기간 동안 바람의 방향을 측정한 뒤 가장 많이 부는 방향을 하나 정해서 ‘주풍’이라고 부르지.
바람길을 만들려면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낼 때 주풍을 최대한 덜 가로막도록 만들어야 해. 만약 주풍이 서쪽에서 불어온다면 건물을 남북 방향이 아닌 동서 방향으로 길게 짓는 거지. 도로도 동서 방향으로 만들어 주면 바람이 도로를 타고 움직일 수 있어. 그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넓게 벌리거나 건물 1층을 기둥만 남겨 놓고 시원하게 뚫어 준다면 바람이 움직이기 더 쉬워져. 도시 외부의 시원한 바람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도시에 바람이 솔솔 통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란다.

찬바람을 만들자

산이나 녹지, 강은 찬바람이 생기는 곳이다. 이런 곳은 머금고 있던 물이 증발하면서 온도가 떨어지는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밤이 되면 차가워진 공기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찬바람을 만들어 낸다. 도시 안에 녹지와 물이 흐르는 곳을 많이 만들어 주면 시원한 바람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도시 안에서 넓은 녹지나 강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럴 경우 찬바람이 만들어지는 도시 바깥에서 도시 안쪽으로 녹지를 이용해 바람길을 내 주면 바람을 도시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찬바람이 생기는 곳이나 바람이 지나다니는 통로에 고층 건물이나 빽빽한 아파트 단지를 짓지 않는 것은 기본!
 


풍동실험으로 미리 보는 바람길

도시에 바람길을 내기 위해 수많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일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바람길은 도시를 계획할 때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때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 풍동실험이다. 풍동실험은 도시의 모형을 이용한다. 500분의 1에서 1000분의 1 정도로 축소한 모형에 바람을 불어 준 뒤 센서를 이용해 바람의 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때 실제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바람의 속도와, 모형의 같은 지점에서 측정한 속도를 비교해 바람의 속도를 계산한다. 지난 4월 전북대학교에 국내 최대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대형풍동실험센터’가 문을 열었다. 첫 실험으로 전주시 모형을 이용해 전주시의 바람길을 조사했다.
 


휘유~, 드디어 찾았다~! 도시에서 영원히 못 빠져 나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았어. 막상 떠나려니 아쉽지만,
내가 도시의 열기와 오염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니 보람이 느껴져.
앞으로는 우리 바람이 다닐 수 있도록 도시에 길을 잘 내 주면 좋겠어. 우리는 마음껏 도시 구경을 할 수 있고, 사람들은 도시가 시원하고 깨끗해지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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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 도움

    김운수 연구위원
  • 도움

    권순덕 교수
  • 진행

    박현정
  • 진행

    레이먼드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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