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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과동TV 기상캐스터 안흐려입니다. 오늘은 좀 특별한 예보를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올 여름의 날씨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예보인데요, 이는 어떤 세 분의 간곡한 요청으로 해 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무슨 이유로 이런 요청을 하셨는지, 그리고 올 여름의 날씨는 어떠할지 지금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여름, 더 더워지고 더 길어진다


먼저 경기도 수원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녹지마 씨의 말씀을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올 여름이 얼마나 더울지 무척 궁금합니다. 여름은 당연히 더운데, 왜 이런 질문을 하냐고요? 모르는 말씀입니다. 2003년에는 이상저온 현상이 일어나 선선한 여름을, 2005년에는 100년만의 폭염이 찾아와 정말 무더운 여름을 보냈지요. 그리고 2007년에는 동해안에서 이상저온이, 2008년에는 다시 무더운 여름이 오는 등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는 지경이랍니다.
너무 덥거나 웬만큼 덥지 않으면 아이스크림이 팔리지 않기 때문에 여름 날씨는 저한테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니 올 여름이 얼마나 더울지 정확하게 예보 부탁드립니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일단 올 여름이 얼마나 더울지 말씀 드리기 전에 여름의 정의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보통 하루 평균기온이 20℃ 이상, 하루 최고기온이 25℃ 이상에 접어드는 시기를 여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전국에서 동시에 여름이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분지 지역은 더 빨리, 바닷가 지역은 더 늦게 시작되지요.
하루 평균기온이 20℃ 이상, 하루 최고기온이 30℃를 넘어선 지금 6월 15일은 이미 여름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여름의 절정인 올 7월과 8월은 과연 얼마나 더울까요?
 
2007년 6월의 강릉. 이상저온 현상 때문에 가을에 피어야 할 코스모스가 여름에 피었다

티베트고원에 눈이 없으면 덥다?

중국에 있는 세계 최대의 고원인 티베트고원에 쌓인 눈도 올 여름이 더울 거라는 예보를 뒷받침합니다. 그 동안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봄 동안 티베트고원에 눈이 적게 쌓이면 우리나라의 여름이 덥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티베트고원에 눈이 적으면 땅이 햇빛에 계속 가열되어 티베트고원 위쪽으로 뜨거운 공기가 생기고, 이 뜨거운 공기가 우리나라로 흘러들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의 관측 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티베트고원에 눈이 적게 쌓였다고 하니, 이번 여름은 더울 거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더욱 더 커진 북태평양고기압

여름은 덥고 습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여름이 되면 우리나라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북태평양고기은 덥고 습한 성질을 가진 공기 덩어리로, 적도 부근에서 햇빛에 데워져 상승한 공기가 아열대 지역의 바다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습기를 많이 머금어 생깁니다.
올해는 이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훨씬 거세질 전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평년의 여름 기온인 19~26℃보다 기온이 높고, 습도도 높아 눅눅한 여름이 될 거랍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여름이 32일이나 길어지고, 평균 온도도 1.7℃나 올랐어요.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100년 뒤의 여름은 지금보다 평균 4℃가 올라갈 것이고, 5월 말에 시작하는 여름이 4월 말에 시작되는 등 기간도 더 길어질 거예요"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과장)

비, 한 번에 왕창!

다음은 서울 창동에서 우산을 파는 맨날비 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강수량은 계속 늘었다는데, 어째 예전보다 비가 자주 내리진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년에는 옆 동네에는 비가 많이 왔는데, 우리 동네에는 비가 안 와서 우산을 팔지 못한 기억도 나네요. 올 여름에는 비가 어디에, 얼마나 올지 알 수 있을까요?

네, 맨날비 씨의 말씀대로 지난 100년 동안 여름철 강수량은 점점 늘었습니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 여름철 강수량은 861.3㎜로, 평년의 722.8㎜에 비해 12.9%나 늘어났습니다. 반면 1910년대 이래로 비가 내리는 날을 살펴보면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요. 즉 많은 비가 한꺼번에 갑자기 내리는 집중호우가 많이 생겼다는 건데요, 과연 올해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지 알아보겠습니다.

더위가 집중호우를 부른다

비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햇빛에 가열되어 위로 올라간 뒤, 물방울이 되어 다시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그러므로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고, 땅이 쉽게 가열되는 여름은 다른 계절에 비해 비가 많이 내릴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공기 중의 수증기 양과 땅이 가열되는 정도는 기온처럼 지역에 따라 고르지 못하고, 장소마다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좁은 장소에서 비가 갑자기 내리는 집중호우가 내리는 거지요.
특히 올해처럼 습하고 더운 성질을 가진 북태평양고기압이 거세지는 경우에는, 땅이 불균등하게 가열되고 대기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요. 따라서 올 여름에는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❷올해는 서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많이 올라가 상승기류(A)가 많이 생겨난 상황이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상승기류는 반드시 아래로 내려오는데, 예상되는 하강 지점(B)이 우리나라 근처다. 그래서 올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산이 집중호우를 부른다

그렇다면 집중호우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도 알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현재의 예보 기술로는 집중호우가 몇 월 며칠에 어느 동네에 내릴 거라고 예측할 수는 없어요. 왜냐 하면 집중호우는 대기가 갑자기 불안정해지면 생기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겨우 몇 시간 전에야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거든요. 다만 집중호우가 특히 잘 생기는 곳을 미리 짐작해 볼 수는 있어요. 바로 산이 있는 지역!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움직이다가 산을 만나면 산을 타고 위로 올라가서 비구름이 되거든요. 실제로 지난 100년 동안 태백산맥 주변지역에서 집중호우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깜짝 예보
올 여름은 장마가 없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장마가 언제 시작하고 끝날지를 예보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부터 장마가 사라지기라도 하는 걸까요? 보통 6월 말에서 7월 말까지 비가 많이 내리는 기간을 장마 기간이라고 하는데,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 기후가 변해 장마가 끝난 8월에도 비가 많이 내리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장마가 끝났다고 알리는 게 의미 없게 되었다고 하네요.

태풍, 점점 더 거세진다!

마지막으로 제주도에서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왕장미 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태풍이 오면 꽃과 나무가 뽑히고, 온실이 깨지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2002년 태풍 루사가 6조, 2003년 태풍 매미는 4조의 피해액을 내기도 했죠. 듣자하니 태풍은 원자탄보다 1만 배, 벼락보다 10억 배나 더 큰 위력을 갖고 있대요. 이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는 자연 현상이라면 당연히 언제 어떻게 올지 미리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여름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을 타고 온다

태풍은 움직임이 매우 불규칙해 진로나 이동 속도가 자주 바뀝니다. 그래서 3일 전에야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지요. 하지만 수학적 계산을 통해 태풍을 예상해 볼 수는 있어요.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여름엔 13개의 태풍이 발생하고, 그 중 2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해요.
그렇다면 태풍의 위력도 예측할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 짐작은 가능한데, 이는 바로 여름철 태풍이 갖고 있는 특이한 이동 덕분입니다. 여름철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을 오른쪽에 두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합니다(왼쪽 그림 화살표). 따라서 태풍의 진로와 속도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와 세기에 따라 바뀌지요. 이번 여름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우리나라 쪽으로 훨씬 가까이 오고, 그 영향 범위도 커질 전망입니다. 그래서 태풍이 북태평양고기압에 가로막혀 아예 우리나라로 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만약 온다면 거세어진 북태평양고기압을 타고 오면서 에너지를 얻게 되어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태풍이 될 수도 있답니다.
 
태풍은 바다 위에서 에너지를 얻어 생긴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태풍도 점점 거세어질 전망이다.

날씨 예보, 이것이 궁금해요!

여름 날씨를 미리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내일의 날씨를 아는 것은 우산을 챙기거나 선풍기를 꺼내 놓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 주는 정도지요. 그런데 여름의 날씨를 미리 예측하는 것 같은 장기 예보는 좀 더 큰 의미를 갖고 있어요. 태풍이 오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걸 미리 알면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줄일 수 있어요. 또한 가뭄을 미리 알면 시장의 곡물 가격을 조정하거나, 수출과 수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지요.

현재, 여름의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날씨는 대기의 상태를 말하는데, 대기는 바람, 온도, 기압, 습도로 나타낼 수 있어요. 이 요소들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계산해야 날씨를 예보할 수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대기를 바둑판처럼 칸을 나누어 각 칸마다 해당되는 요소를 측정한 뒤, 다시 모아 계산을 해야 해요.
내일의 날씨는 좁은 지역만 측정하면 되므로 칸을 5㎞ 간격으로 나누어요. 그런데 넓은 지역을 측정해야 하는 장기 예보는, 칸 간격이 100㎞로 넓지요. 간격이 넓을수록 정밀한 예측 결과를 얻기가 어렵답니다. 그래서 예보도 자세하지 못하고 대략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럼 여름의 날씨를 미리 정확하게 알 순 없는 건가요?

각 나라에서는 장기 예보를 할 때, 전세계를 함께 예측해요. 장기 예보는 자기 나라 주변의 대기만 분석해서는 알 수 없거든요. 우리는 20~30개의 나라가 예측한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를 모아 분석한 뒤, 예보를 해요. 이러한 분석 방법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장기 예보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앞으로 더 정확한 예보를 위해 노력할 테니, 많이 응원해 주세요.

네, 지금까지 올 여름의 날씨를 미리 알아보았습니다. 여름의 날씨를 미리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리 대비를 하는 것이겠지요. 무더위와 집중호우, 거센 태풍이 예상되는 올 여름, 철저히 준비하시고 모두들 건강한 여름을 보내기를 바랍니다. 이상 어과동TV 안흐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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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맑아 기자
  • 도움

    권원태 기후연구과장
  • 도움

    윤원태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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