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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자 꽃들이 술렁거려요. 고래가 노래를 하고 나비와 벌들은 춤을 춥니다. 자연이 펼치는 각양각색의 유혹은 봄을 다채롭게 물들여요. 춥고 배고픈 겨울을 견뎌 낸 자연은 따스한 봄이 되자 절로 사랑이 하고 싶어지나봐요. 알록달록한 색과 아찔한 향기, 교묘한 속임수에서 역동적인 춤사위까지 자연이 펼치는 유혹의 세계로 빠져 볼까요?

알록달록 색의 유혹

이성을 만났을 때여러분은 가장 먼저 무엇을 보나요? 눈, 얼굴, 손가락,패션 등 다양한 대답이 있겠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보이는 것들이라는 점이에요. 시각은 우리머릿속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자연도 마찬가지예요. 세상은 다채로운색으로 가득하고, 자연은 색을 이용한 유혹의 기술을 발달시켜 왔어요. 봄이 되면 빨강, 노랑, 분홍, 흰색까지 보기만 해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 꽃들의 유혹이 느껴져요. 꽃들은 왜 저렇게 예쁜 색을 뽐내는 걸까요? 식물이 온갖 색깔과 향기로 치장한 꽃을 피우는 이유는 많은 자손을 만들기 위해서랍니다.
식물은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닿아 꽃가루받이가 이뤄지면 비로소 씨앗을 맺을 수 있어요. 이 때 곤충의 도움을 받는 식물들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하고 향기로운 꽃을 피웁니다.

수컷 가재는‘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를 사용하여 온몸을 붉게 물들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문어와 갑오징어는 촉수를 파랗고 노랗게 물들이며 암컷을 유혹하지요. 수컷 새우 또한 오렌지색 베타카로틴을 온몸에 머금고 감미로운 사랑의 몸짓을 보냅니다.


 

 

아찔아찔 향의 유혹

향기를 맡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의식이 몽롱해지며 눈의 초점은 뿌옇게 흐려진다면…. 그런향기가 있다면 어떨까요? 밤에 칙칙 뿌리면 편안히 잠들 것 같다고요? 하지만 자연의 세계에서는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랍니다. 언제나 주위에는 나보다 강한 적들이 득실대고 있어요. 가끔은 좋아하는 향기를 무작정 좇아가다가 치명적인 덫에 빠질수도 있거든요.

기다리는 건 내 성격이 아니야! 볼라스거미

일반적으로‘거미’하면 정교한 거미줄을 쳐놓고 먹잇감이 걸리길 기다리는 인내심 많은 사냥꾼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먹이를 유혹해 사냥하는 교활한 거미도 있답니다. 볼라스거미는 암컷 나방이 수컷을 유혹할 때 풍기는 냄새를 흉내내요. 아리따운 암컷 나방 냄새를 맡고 막무가내로 날아드는 눈먼 수컷들은 곧 거미줄에 꽁꽁 묶인 처지가 돼버리지요.


 

큰줄흰나비의 비늘가루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의 날개를 가진 큰줄흰나비는 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수컷 큰줄흰나비의 날개에는 독특한 향기가 나는 비늘가루가 뿌려져 있답니다. 이 냄새를 맡은 암컷 나비는 무언가에 홀린 듯 수컷에게로 날아오지요. 향기나는 날개를 가진 수컷나비는 암컷을 유혹하는 데 가뿐히 성공합니다. 사람이 몸에 뿌리는 향수도 자연의 유혹을 모방한 것이아닐까요?

향기로 날 찾아 봐, 나방의 페로몬

나방은 주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페로몬이라는 냄새에 의존해요. 짝짓기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암컷이 공기 중에 페로몬을 뿌리면 수컷은 어떻게 알았는지 수 ㎞나 떨어진 곳에서도 날아온답니다. 수컷 누에나방은 페로몬을 더 잘 감지하기 위해 정교한 더듬이를 가지고 있어요. 페로몬은 같은 종의 동물끼리 의사소통과 짝짓기를 위해 방출하는 화학물질입니다. 무리지어 사는 곤충들에게 페로몬은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하는 신분증과 마찬가지예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벌이나 개미가 보내는 화학적 신호는 약 600가지에 이른답니다.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포유류가 분비하는 오줌이나 똥 같은 배설물도 일종의 페로몬이에요.
 
 

두근두근 거짓말의 유혹

“짝짓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거짓말이라도 마다하지 말라!” 자연이 즐겨 쓰는 유혹의 기술을 망라한 백과사전이 있다면, 이 구절에 중요 표시가 잔뜩 붙어 있을 거예요. 지금부터 동물과 식물 그리고 곤충들이 어떤 속임수를 즐겨 쓰는지 살펴보아요.

암벌을 흉내내는 난초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에 피는 난초는 벌을 유혹하기 위해 교묘한 속임수를 쓴답니다. 암벌의 엉덩이와 꼭 닮은 꽃을 피우는 거예요. 수벌은 난꽃을 암벌로 착각하고 열심히 드나들며 사랑을 고백하지요. 그 과정에서 난초의 꽃가루는 벌의 몸에 묻고, 그 벌이 다른 꽃으로 날아갔을 때 꽃가루받이가 이뤄져요. 결국 난초는 수벌을 완벽하게 속이고 번식에도 성공한 셈이지요. 힘들여 꿀을 만드는 대신 모양만 살짝 바꿨을 뿐인데 말이에요.

영국에서 발견된 파리의 경우, 수컷이 암컷에게 죽은 곤충 같은 선물을 주고 환심을 산다고 해요. 선물을 좋아하는 건 곤충도 마찬가지인가 봐요. 영리한 수컷들은 때때로 속이 비어 있는 명주실 뭉치를 암컷에게 주고 짝짓기에 성공한답니다.

 


암컷 반딧불이의  위험한 유혹

반딧불이가 내는 빛은 루시페린이라는 화학물질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생깁니다. 그런데 이 빛은 반딧불이의 종류에 따라 달라요. 어떤 종의 수컷들은 짧은 빛을 여러 번 내는가 하면, 어떤 종은 빛을 내며 날아올라 곡선 무늬를 만들기도 하지요. 암컷들은 대개 날개가 없어서 이 멋진 쇼를 지상에서 감상하며 누가 잘 하나 지켜봅니다. 그리고 더 밝은 빛을 오래 내는 수컷을 선택해요.
그런데 미국 동부에 사는 반딧불이의 경우 암컷이 식욕을 채우기 위해서 수컷을 유혹해요. 다른 종의 수컷이 내는 신호를 보고 교활한 암컷들은 가짜 신호로 응답합니다. 이 신호를 보고 날아온 수컷은 암컷에게 잡아먹혀요. 반딧불이가 사용하는 빛의 언어가 종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비극이에요.

여자로 변장하는 물고기와 뱀

강한 수컷만이 짝짓기에 성공하고, 많은 자손을 거느리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입니다. 수컷을 선택하는 암컷의 기준도 힘과
건강함을 최고로 치지요. 그렇다면 자연에서 힘없는 동물들은 모두 죽으라는 걸까요? 그건 아니에요. 못생기고 약한 동물들에게도 방법은
있어요. 북아메리카에 사는 블루길이라는 물고기의 수컷 중 유독 비실비실한 녀석들은 암컷 흉내를 내며 진짜 암컷들과 친하게 지냅니다.
그러다 슬그머니 본색을 드러내는데, 암컷이 낳은 알에 몰래 자신의 정자를 뿌려서 수정이 이뤄지게 하지요. 또 ‘붉은옆줄가터얼룩뱀’ 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뱀은 더 적극적인 속임수를 씁니다. 번식기가 다가오면 이 뱀은 암컷으로 위장하고 수컷 뱀들을 멀리 유인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은 재빨리 진짜 암컷에게 돌아와 짝짓기를 하지요. 이때 꼭 암컷의 냄새가 나는 페로몬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네요.

덩실덩실 노래와 춤의 유혹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도 노래를 잘 부르거나 춤을 잘 추면 인기가 있잖아요. 자연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달콤한 노래와 매력적인 춤으로 인기 급상승중인 동물들을 한번 만나 봐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극락조

파푸아뉴기니에 사는 수컷 극락조는 짝짓기 때가 다가오면 몸단장하느라 몹시 바빠져요. 화려하고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수컷은 온갖 치장을 다 하고 암컷이 오길 기다리지요. 엄청난 무대 체질인 수컷 극락조는 암컷이 나타나자마자 콘서트를 시작합니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는 기본이고 현란한 춤도 춘답니다. 수컷의 공연을 지켜보던 암컷은 맘에 드는 상대를 고르고 짝짓기를 해요. 둥지를 만들고 직접 새끼를 키워야 하는 암컷에게는 건강한 유전자를 가진 수컷을 고르는 일이 아주 중요하거든요.

사랑은 고래를 노래하게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해양생물학 연구팀은 수컷 긴수염고래가 암컷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알아 냈어요. 연구팀은 멕시코 연안과 캘리포니아 만을 길이 120m의 줄을 매단 배를 타고 훑어갔어요. 줄에는 작은 소리까지 잡아 낼 수 있는 16개의 수
중용 마이크로폰을 설치해 두었지요. 그 결과 수컷 긴수염고래가 저주파의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이 노래는 암컷 고래를 유혹하고 또 다른 수컷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 준답니다.
그런데 요즘 고래가 부르는 노래가 사람에 의해 위협받고 있어요. 바다를 항해하는 배나 음파탐지기 등이 내는 소음이 고래의 저주파 신호와 뒤섞여 버리거든요. 결국 고래는 구애에 실패하고 짝짓기성공 확률도 낮아집니다..
수컷 게는 암컷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달아올라 우아한 춤을 선보이고, 수영 솜씨를 뽐내기도 해요.
수컷 하루살이는 맑은 날 저녁 하늘을 날아오르며 암컷과 짝짓기를 해요. 이 때 수컷은 현란한 춤을 추 며 암컷을 유혹한답니다.

 


원시시대부터 사람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사랑을 고백했어요.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화장과 향수, 예쁜 색의 옷으로 이성의 관심을 끌
려고 노력하지요. 가끔은 톡 쏘는 거짓말도 빼놓지 않고요. 어째 자연의 유혹과 비슷하지 않나요? 동물들이 사용하는 유혹의 기술은 사람에게도 유효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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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신방실 기자
  • 도움

    김성수 교사
  • 사진

    김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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