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한 초록 덩어리. 감잔가? 아니다. 7월 2일,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공개한 감자를 닮은 세포다. 이미 살아있는 세포를 변형시킨 세포가 아니다. 화학 물질을 합성해 무(無)에서 새롭게 탄생시킨 ‘인공세포’다. 그러나 이 인공세포 역시 일부는 기존 생명체의 요소에서 따와 만들었다. 앞으로 인공세포는 정말 완벽한 ‘인공’이 되는 게 가능할까. 인공세포는 현재 어느 수준까지 인공으로 제작이 가능한지, 과학자들을 만나 인공세포의 미래를 그려봤다.
실험실에서 세포 탄생하다
비눗방울처럼 작은 원이 움직이다가 가운데가 잘록해지더니 두 개로 뚝 갈라진다. 미국의 한 실험실에서 탄생한 세포다. 7월 2일 미국 미네소타대 유전학과 연구팀이 공개했다. doi: 10.64898/2026.07.01.735724 감자(Spud)를 닮아서 이름은 스퍼드셀(Spud Cell)이다.
스퍼드셀이 특별한 이유는 살아있는 생물에서 분리한 세포가 아닌, 사람이 처음부터 화학 물질에서 합성한 ‘인공세포’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 무생물로 생물을 창조했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말했죠. 내가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 거라고요.” 7월 2일 성균관대에서 만난 이대한 생명과학과 교수는 인공세포 연구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다세포 생물의 기원을 연구하고 있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간 이해 못 하던 걸 만들면 이해한 게 됩니다. 잘 모르는 상태로 우연히 만드는 데 성공했더라도 말이죠.”
인류는 최초의 생명, 최초의 세포가 탄생한 과정을 꾸준히 연구해 왔다. 인공세포를 합성하는 중요한 이유는 세포의 탄생 과정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최초의 세포 역시 원시 지구의 유기물이 모여 화학적 진화를 거치면서 탄생했다. 약 42억 년 전, 세포질과 유전 정보를 감싸는 껍데기인 ‘세포막’이 우연히 유전 물질을 감싸면서 초기 세포가 탄생했다. 여기에 유전 물질만 따로 감싸는 핵막,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 등 세포 소기관이 하나하나 진화하면서 아메바 같은 진핵생물이 생겼다. 이후 세포들이 모여 집단을 형성해 다세포 생물이 탄생했고, 지금과 같은 다양한 생물이 등장했다. 여기까지가 현재 생물학자들이 파악한 세포의 진화 과정이다.
이 과정을 모사해 사람이 직접 인공세포를 만들면 세포 자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인공세포 합성으로 생명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량의 화학 물질이 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10년 전인 2016년, 미국의 생물학자 존 크레이그 벤터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인공세포를 합성한 바 있다. doi: 10.1126/science.aad6253 이 실험에서 벤터 연구팀은 겨우 473개의 유전자만으로도 생명 활동을 보이는 세포를 만들었다. 대장균의 유전자 수가 4000~5000개인 점과 비교하면, 실질적으로 생명 유지에 필요한 유전자 수는 10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2024년에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생화학과 연구팀이 세포막의 구성물질인 지방산을 합성해 최초로 탄생한 세포막의 구조를 구현했다. doi: 10.1038/s41557-024-01666-y 현생 생명체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방산은 탄소가 18개 달렸는데,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원시지구에는 이만큼 긴 지방산이 없었을 것으로 생물학자들은 예상했다. 연구팀이 직접 세포막을 합성해 본 결과, 세포막이 유지되는 데 필요한 최소 탄소 수는 8개였다. 세포막의 기원을 찾는 데 기여한 사례다.
“물질을 살아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 무엇이냐, 그것이 저희가 궁금해하는 영역입니다.” 세포막 연구를 이끈 닐 데바라지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로 생명체가 없는 환경에서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여기에 광물 등 주변 환경의 도움을 받으면 세포막이 형성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연구들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벤터가 만든 인공세포는 유전체만 사람이 설계했다. 세포막과 세포 안을 채우는 세포질 등은 모두 세균에서 빌려왔다. 반면 이번에 만든 스퍼드셀은 세포막과 유전체 등 대부분의 세포 요소를 사람이 만들었다. 스퍼드셀은 레고를 끼우듯 세포막과 유전체를 하나하나 합성하고 조립해 만들었다. “인공세포 연구의 전환점, 그리고 촉발제가 될 논문입니다.” 7월 6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만난 이대희 합성생물학연구센터 센터장은 스퍼드셀 논문의 의미를 이렇게 평했다.
스퍼드셀의 생성, 비밀은 ‘세포막’
어떻게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인공세포 분야에서 도약을 이뤄낸 걸까. 지금까지 인공세포로 재현해 낸 생명현상은 세포막 합성 정도였다. 합성된 세포를 성장시키거나 분열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연구팀이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돌파구의 핵심은 ‘먹이 세포막(feeder liposome)’이다.
기존 인공세포의 한계는 ‘세포의 성장’이었다. 세포가 분열하려면 세포막이 늘어나면서 세포가 성장해야 한다. 부피가 커져야 세포막과 세포가 다시 두 개로 나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인공세포는 스스로 세포막 물질인 인지질을 합성할 수 없기에 세포막 성장을 유도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선 세포막을 키우기 위해 인지질 분자로 인공세포막을 만든 뒤, 이 세포막의 먹이가 돼 세포의 성장을 돕는 ‘먹이 세포막’도 따로 만들었다.
인공세포의 세포막은 이 ‘먹이 세포막’과 융합하면서 자라난다. 원래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물질을 넣어준다고 해서 인공세포가 알아서 성장하진 않는다. 이에 연구팀은 ‘αHL’이라는 막단백질(세포막에 붙은 단백질)의 유전 정보를 담은 DNA를 스퍼드셀에 주입했고, 이 정보에 따라 스퍼드셀은 αHL을 합성했다. 먹이 세포막에는 αHL과 결합할 수 있는 Ni-NTA(니켈-니트릴로트라이아세트산)라는 지질도 넣어줬다. 스퍼드셀과 먹이 세포막에 각각 서로가 융합할 수 있도록 열쇠와 자물쇠를 달아준 것이다.
그 결과 성장한 인공세포는 DNA 복제 과정을 거쳐 두 세포(딸세포)로 나누어졌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인공세포의 분열은 총 5번까지 일어났고, 5세대를 걸쳐 태어난 딸세포의 30%는 처음에 주입한 유전체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연구팀은 스퍼드셀을 대대로 배양하면서 이들 사이에서 자연 선택 현상도 관찰했다. 자연 선택은 주변 환경에 적합한 형질을 지닌 개체가 더 잘 살아남아 자손을 많이 남기면서 해당 형질이 특정 개체군에 더 많이 남게 된다는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고전적 진화론이다. 연구팀이 세포막의 융합 효율이 28%인 스퍼드셀과 45%인 스퍼드셀을 반반씩 섞은 뒤 분열시킨 결과, 5세대 뒤에 융합 효율이 더 높은 스퍼드셀은 이전보다 58~61%p 많아진 반면, 효율이 낮은 스퍼드셀의 수는 줄었다.
스퍼드셀, 세포를 어디까지 인공으로 구현했는가
인공으로 만든 DNA가 인공세포 안에서 복제됐다.
세포 안에서 mRNA가 합성돼 DNA 유전 정보를 옮겨 쓰는 데 성공했다.
인공으로 단백질 합성에 성공했으나, 단백질을 합성하는 리보솜은 스스로 만들지 못했다.
미래 인공세포,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세포막을 합성하는 연구, 세포 성장과 분열을 유도하는 연구, 그리고 DNA 복제를 유도하는 연구는 전 세계 연구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스퍼드셀과 같은 인공세포는 그동안 어째서 나오지 못했던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 모든 단계를 ‘통합’하기 어려웠다.
“온전한 인공세포 하나를 만들려면 같은 환경과 조건에서 같은 설계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모든 연구실이 각자 다른 환경에서 다른 목적으로 세포에 필요한 요소를 연구하다 보니 막상 세포를 만들려면 통합하기 어렵습니다.” 6월 25일 서강대에서 만난 신관우 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원인을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인공세포의 세포막을 합성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스퍼드셀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스퍼드셀은 최초로 전 과정 ‘통합’에 성공해 탄생한 세포다. 생명의 조건인 세포 성장과 복제, 분열까지를 한 번에 해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합한 스퍼드셀 연구에도 한계는 명확하다. 단백질을 합성하는 소기관인 리보솜을 세포가 스스로 합성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센터장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성분이 단백질인데, 이 단백질을 세포가 스스로 합성할 수 없다는 점이 치명적인 한계”라고 설명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합성하지 못하는 점도 스퍼드셀의 한계다. 먹이 공급을 외부에서 받아야 하는 동물과도 다르다. “사람은 잠시 굶는다고 바로 죽지는 않잖아요? 이전에 섭취했던 영양소를 분해해 에너지를 얻죠. 스퍼드셀은 직접적인 에너지 공급이 없으면 바로 죽습니다.” 스퍼드셀은 세포가 생명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분자인 ATP 등을 지속적으로 외부에서 주입해 줘야 생명을 유지한다.
따라서 앞으로 인공세포 합성 기술의 관건은 인공세포가 스스로 ‘리보솜 합성’과 ‘에너지 합성’을 할 수 있게 설계하는 일이다. 과학동아가 만난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로 봤을 때 “앞으로 리보솜과 에너지를 스스로 합성하는 인공세포는 10년 안에 나올 것”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신 교수는 “이상적인 인공세포 설계를 위해서 앞으로 인공지능(AI)의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AI를 쓰려면 두 가지 한계를 넘어야 한다. 가상 세포 모델링을 연구하는 이동엽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인공세포 연구에 관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인류가 세포 자체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먼저 이 교수는 “데이터 부족은 ‘자율 주행’ 연구를 활용하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봇이 환경과 조건을 원하는 대로 1초마다 바꿔가며 인공세포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는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초과학 지식은 AI와 디지털 기술로 메꿀 수 없는 영역이다. “세포의 기본적인 원리는 사람만이 파헤칠 수 있습니다. 이를 파악해야 인공세포를 제대로 만들 수 있죠.” 세포 자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게 인공세포라지만, 결국 인공세포를 합성하려면 역설적으로 세포에 대한 기초과학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이 교수의 설명이다. “AI가 발전해도 기초과학 연구는 지속돼야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