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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죠. 그러니까 제가 과학동아 기자를 하던 수년 전에는, 독자들과 많은 곳을 함께 다녔습니다. 같이 연구소를 가보기도 하고, 과학자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현장견학으로, 동행취재로, 또는 독자기자 자격으로요. 

 

과학동아 독자는 아무나 방문할 수 없는 현장을 누볐습니다. 얼어붙은 땅에 자리한 남극기지를 간 적도 있고, 뜨거운 적도 바다 근처의 해양과학기지를 간 적도 있습니다. 아마 과학동아 장기 독자라면 기억하실 겁니다. 

 

그러던 동행이 코로나19를 만나 뚝 끊겼습니다. 기자들도 가급적 비대면으로 취재를 하던 마당이었으니까요. 3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나봅니다. 아예 독자와 만나는 일 자체가 낯설어지려던 차였습니다.  

 

“만나고 싶어요.” 먼저 손을 내민 건 독자들이었습니다. “전지적 독자위원회(전독위) 1기는 100%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라고 처음부터 공지를 했는데, 독자위원들은 서로의 ‘진짜 얼굴’을 보고 싶어했습니다. 몇 달을 망설이다가 직접 만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일이 되려면 이렇게 풀리는지, 마침 그 무렵 만난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도 과학에 관심있는 대중들과 만날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독자들의 적극성을 이야기하자 일사천리로 ‘현장견학’이 기획됐죠. 결국 독자위원들의 제안이 ‘동행’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된 셈입니다. 참, 그러고보니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을 만난 것도 전독위 덕분이네요. 독자 발제로 시작된 1월호 특집을 준비하면서 만나게 됐으니까요.   

 

1월 26일, 과학동아 독자 10명은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을 방문했습니다. 얼마 만의 현장견학인지, 저도 독자와 함께 하는 시간이 낯설더라고요. 현장을 찾은 독자들은 해맑게 좋아했습니다. 코로나가 우리를 덮치기 전, 그 시절 현장견학 때 만난 독자들처럼요. 대부분 청소년인 독자들은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거리며 연구소를 누볐습니다. 과학의 최전선이 주는 생동감과 신비함은, 그 현장을 다녀본 사람만 알 수 있지요.    

 

같은 날 전독위 첫 대면모임이 이뤄진 일은 우연이 아닙니다. 얼굴을 맞대는 일은 온라인 만남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한동안 잊고 살았네요. 과학동아를 사랑해주는 독자와 만나는 일이 생산자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는 일인지. 그날 과학동아를 찾아 온 독자들만 행복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힘을 받아 일을 벌였습니다. 2월 초 대전 IBS 본원에 다녀왔습니다. 과학동아 독자들의 IBS 연구소 견학을 이어가보려고요. IBS 역시 과학동아 독자들의 방문이 반가웠나 봅니다.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시작으로 앞으로 방문이 가능한 연구소들을 더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한 걸음씩 나가다 보면, 언젠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도 있겠지요? 독자들과 함께 해양과학기지에서 태평양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던 그때가 그립네요. 

202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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