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 해양대기조사연구소
호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캥거루’ ‘오페라 하우스’.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저는 ‘바다’를 꼽고 싶습니다. 호주는 나라 전체가 세 개의 큰 바다(인도양, 태평양, 남극해)로 둘러싸여 있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보유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해양대기조사연구소(Marine and Atmospheric Research)가 있는 호바트로 떠나보려고 합니다. 호바트는 호주 남동쪽 태즈메이니아 섬에 있습니다. 멜버른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약 1시간 거리입니다.
남반구 대표하는 기후연구소
1916년 설립된 호주의 CSIRO는 해양과 대기뿐만 아니라 농업, 식품, 천문, 에너지, 정보통신 등 크게 10가지 주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국 50개 연구소에 총 5000명의 연구자들이 있죠. 그 중 호바트에 자리 잡은 해양대기조사연구소는 규모는 작지만 특별합니다. 호주뿐 아니라 남반구의 해양 및 대기과학 연구 전체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역사부터가 깊습니다. 1946년 기상 및 대기 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CO2) 농도를 모니터링 해오고 있습니다. 1976년에는 태즈메이니아 섬에 있는 케이프 그림 지역에 대기관측소를 설립했습니다. 매달 전 세계의 주요 온실가스 농도데이터가 바로 이곳에서 나오죠. 세계기상기구(WMO)가 지정한 3대 ‘기준선(base line)’중 하나입니다.
그밖에도 해양대기조사연구소는 부이를 이용하는 ‘아르고(Argo)’, 관측선을 이용하는 ‘고-쉽(GO-SHIP)’ 등 세계 해양 관측 프로그램에 참여해 남반구의 관측을 이끌어 왔습니다. 그 덕에, 20세기 초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됐고 1990년대 이후 매년 3mm씩 상승한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해양대기조사연구소는 지난해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벤처 캐피탈리스트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마샬이 작년 2월 연구 인력 140명 중 110명을 대거 줄이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마샬은 “기후변화 논쟁이 과학보다는 종교에 가깝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인물입니다. 조직개편이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전세계 60개 나라의 기후과학자 2800명이 호주 정부에 공개적으로 반대 서한을 보내는 등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현재 약 30명의 인력이 감축된 상태입니다.
남극으로 가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호바트는 호주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1804년, 시드니에 이어 두 번째로 건설됐습니다. 초반에는 식민지 전초기지였지만 현재는 태즈메이니아 주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통하죠.
호바트는 또한 남극으로 가는 주요한 관문입니다. 해양대기조사연구소 외에도 남극 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해양 및 남극연구소, 호주 남극 지구, 남극기후 및 생태계협동연구센터 등이 모두 호바트에 있습니다. 대부분 인근에 있으니 호바트에 간다면 꼭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여행에 식도락도 빼놓을 수 없겠죠. 해양대기조사연구소 바로 옆에서 매주 토요일 살라망카 시장이 열립니다. 생선부터 꽃, 옷까지 수백 개의 노점이 들어서는데, 신선한 굴과 같은 먹을거리도 즐비하다고 합니다. 또 참고로 호바트는 12월 부터 이듬해 1월까지 축제 기간입니다. 시드니에서 호바트까지 요트 경주의 승자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