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명문대 사진을 표지로 한 노트가 유행이었다. 친구 중에는 어떤 대학에 꼭 가겠다며 그 대학노트로만 공부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한술 더 떠 그 대학에 직접 방문하고 캠퍼스 생활을 알아보기도 했다. 추측건대 ‘합격한 이후의 삶을 꿈꾸는 것’이 힘든 수험생활을 이기는 친구만의 비법이었던 것 같다.
이처럼 ‘언젠가 나도 꿈꾸던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상상은 달콤하다. 상상하는 동안은 현실인양 으쓱으쓱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이런 시도들이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 이상으로,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까?
장밋빛 미래에 취한 이들이 저지르는 실수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학의 캠퍼스에 직접 방문해 그곳에 꼭 가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가정해보자. 그 다음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 대학에 합격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이것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지막 단계는커녕, 동기부여에서 그대로 멈춰버린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마음은 들었지만, 이것을 실행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동기부여가 될 만큼 큰 목표(대학 입학, 다이어트 등)는 장기전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사람들도 당연히 이런 점을 고려해 계획을 세운다. 문제는 우리가 장기전에 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미 어떤 일에 익숙한 이들에게 다시 그 일을 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보라고 하면, 실제계획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보다 절반 정도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조차 계획에 실패하는데, 초짜들이 단순한 동기부여만으로 좋은 계획을 세우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계획 오류’라고 부른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또 하나의 실수는 ‘시작과 끝’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장밋빛 미래(끝)를 꿈꾸며 강한 동기부여가 된상태(시작)는 목표 달성 과정에서 지극히 일부일 뿐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목표를 위한 지루한 시간인데 장밋빛 미래에 취한 사람들은 이를 잊기 쉽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낙관이나 근거 없는 자신감도 도움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장애물을 떠올리며 현실로 돌아와야
심리학자들은 동기부여에서 계획과 실천의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방법을 오랫동안 연구했다. 그중 오늘 소개할 방법은 ‘정신 대비(mental contrasting)’라는 방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동기부여가 될 만한 목표를 떠올릴 때 동시에 이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함께 떠올리는 것이다. 미국 뉴욕대 심리학과 피터 골비처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건강한 음식 먹기, 단어 외우기 등 목표를 주고 한 집단에는 그 목표를 달성하면 얼마나 기쁠지를 상상해보라고 지시했다(보통 조건). 다른 집단에는 똑같이 목표를 이루면 얼마나 기쁠지 상상하면서 동시에 게으름, 산만함 같은 나쁜 조건을 떠올리게 했다(정신 대비 조건). 그 결과 정신 대비 조건의 참가자들이 보통 조건의 참가자보다 훨씬 목표 달성률이 높았다.
장애물을 함께 떠올리는 것은 불안감을 키우고, ‘긍정의 힘’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정신을 구름 위에 둥둥 뜬 상태에서 현실로 소환시키는는 효과를 가진다. 골비처 교수는 이것이 동기부여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첫 걸음이라고 말한다. 내가 어떤 난관을 이겨내야 하는지 생각하면 간략하게나마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이 과정에서 해볼만하다는 자신감과 실천 의지도 생긴다.
정리하면 결국 꿈은 즐겁게 꾸되 한 발은 항상 ‘현실’에 기반하고 있을 것. 현실적인 꿈을 꾸라는 것이아니라 ‘그 꿈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항상 함께생각하는게 좋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뜨거웠던 열정은 공허한 꿈이 되어 훠이훠이 날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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