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필자가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칠 무렵 박사과정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당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던 지도교수님은 박사과정 지도학생을 새롭게 뽑지 않았기 때문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커지던 때였다. 그 무렵 새로 부임해 온 노종선 교수님께 박사과정 진학상담을 받았고 이내 부호이론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첫 만남에서 교수님의 학자적인 분위기와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에게 교수님이 정해놓은 틀에 따를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스스로 정한 높은 기준에 따라 먼저 실천하고 이를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연구 방법과 삶의 방식을 배우도록 했다. 가장 좋았던 것은 교육과 연구를 신성하게 여기는 교수님의 철학이었다. 2000년 함께 참석한 첫 국제 학회 막바지에 교수님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자”고 한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러한 순수한 열정은 나의 철학과 가치관, 그리고 꿈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학위 과정 동안 학자의 꿈을 키워나가며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구 성과를 얻어 2004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실, 졸업과 함께 삼성전자에 연구원으로 취업하기로 돼있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할 시기였던 그 해 겨울, 진정한 학자가 되고 싶다는 큰 갈증을 갖게 됐다. 연구에 대한 더 큰 욕구가 생겨난 것이다. 마침 새로운 4진 수열에 관한 실험적인 결과를 얻었는데 이 수열의 성질에 대한 수학적인 증명이 필요했다. 그 해 겨울은 온통 그 증명에 몰입하며 보냈다. 일과 시간에는 물론이고 밥 먹을 때, 화장실에서, 심지어 밤에도 머리맡에 연구 노트를 두고 잠을 자고 일어나자마자 다시 고민을 시작하곤 했다.

어느 날 선잠을 자다 깬 새벽,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적어 내려간 순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다. 비로소 그 논문의 핵심 결과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 논문은 통신용 신호설계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국제전기전자학회(IEEE)저널에 실렸고, 지금까지 내게 가장 자랑스러운 연구 결과로 남아있다. 이후 삼성전자 연구원, 해외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2007년 9월 성균관대에 둥지를 틀어 많은 석·박사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졸업하던 그해 겨울 열정적인 연구의 기억은 여전히 삶의 지침과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자들을 훨씬 나은 인재로 키워내기 위해, 나의 성과가 비추는 빛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5세대 통신의 핵심요소 기술이 될 ‘단말간 직접 통신’이라는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제자들 그리고 부호 및 암호 연구실의 후배들이 자신만의 새로운 등불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2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효 기자

🎓️ 진로 추천

  • 정보·통신공학
  • 수학
  • 전자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