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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장에서 함께 일을 시작하기 전에. 뒷줄 맨 좌측이 필자, 앞줄 우측 2번째가 원종욱 박사, 뒷줄 우측 2번째가 임재선 박사.


나는 지난 78년 12월 우리나라 국가 표준 확립 연구의 창립요원으로 참여한다는 설레임을 안고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했다. 그러나 당시 조성 초기인 대덕 연구단지는 입주한 연구소도 얼마 되지 않았고, 도로라고는 기본선로 뿐이고 병원이나 상점 음식점 등 복지시설도 거의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주말부부도 많았고, 단지 내에 입주한 연구원들과 가족들은 불편하고 외롭고 해서 통 정을 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가족들을 대덕사람으로 만드는 사업(?)이 연구원의 연구 분위기 안정에 시급하다고 생각돼 연구소 내에 주말 농장을 시작했다. 그 해 가을에는 제법 많은 고구마와 들깨를 수확해서 푸짐한 고구마 잔치와 함께 들깨 기름도 한병씩 나누어 가질 수 있었다.

그로부터 17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국가 표준을 확립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선진 수준의 연구소가 됐고, 당시 주말농장을 함께 했던 원종욱 박사와 임재선 박사는 연구소에서 30분내의 거리에 첨단 기술회사를 창업해 우리나라 정밀측정기술 향상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사진을 볼 때마다 고구마와 들깨 수확도 의미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수확은 연구원들 가족간의 끈끈한 정이었다는 것, 그리고 정이 깊었던 만큼 연구도 안정되고 깊어졌으니 주말농장의 힘이 얼마나 위대했는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부족한 연구공간으로 이제 주말농장은 없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가족들 간의 유대관계는 계속 이어지고 있기에 우리의 표준이 세계 제일이 될 때까지 대덕단지에 더 깊게 뿌리 내리고 표준에 관한 연구를 계속할 것을 다짐해본다.
 

정명세 한국표준과학 연구원 원장
 

199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정명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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