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수학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 7월 5일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어요. 필즈상은 수학 연구로 뛰어난 업적을 남긴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국제수학연맹(IMU)이 주는 상으로, 수학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여겨요.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2~4명의 수상자가 발표되지요.
필즈상은 처음 만들어진 1936년부터 올해까지 총 64명이 받았는데,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수학자가 필즈상을 받은 건이번이 처음이에요. 허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두 살 때한국에 왔고,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한국에서 다녔지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 과정을 마치고 대학 교수가 됐어요.
허 교수가 수학계에 이름을 알린 건 오랜 난제* 였던 ‘리드 추측’을 해결하면서부터 예요. 리드 추측은 어떤 그래프의 모든 꼭짓점을 서로 다른 색깔로 칠할 때, 정해진 개수 이하의 색만 써서 칠하는 방법이 몇 가지인지 알아내는 거예요. 1968년 영국의 수학자 로날드 리드가 낸 문제지요. 허 교수는 이 문제를 ‘대수기하학’이라는 수학 분야와 ‘조합론’이라는 분야를 합쳐서 풀어냈어요. 대수기하학은 원이나 타원 같은 여러 도형의 성질을 계산식으로 알아내는
두 가지 다른 수학 분야를 합쳐서 문제를 푸는 방법을 발전시켰다는 점이 허 교수가 필즈상을 받게 된 큰 이유예요. 허 교수는 지금까지 리드 추측을 비롯해 난제를 10여 개나 해결했지요.
*용어정리
난제 : 아무도 푸는 방법을 찾지 못했거나 계산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말해요.
“함께 공부하면 더 멀리, 깊이 갈 수 있어요!”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이 들려온 직후, <;수학동아>;의 이채린 기자와 김미래 기자가 핀란드 헬싱키에서 그를 직접 만났어요. 이어 한국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허준이 교수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 봤지요.
Q. 한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셨어요. 교수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수학을 좋아하셨나요?
따뜻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친구들과 학교에서 하루 종일 함께 있잖아요. 그렇게 친구들과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저의 자양 분(정신의 성장이나 발전에 도움을 주는 정보나 지식)이 됐다고 생각해요. 수학에 관해서라면,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을 외우기 힘들어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퍼즐이나 게임처럼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한 문제에는 자연스럽게 끌렸어요. 고등학교 때는 수학이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잘하기도 했지요.
Q. 동료 수학자들과 함께 어울리며 수학을 연구하셨다고요.
요즘 수학계에서는 여러 수학자가 하나의 문제를 두고 함께 연구하는 공동 연구가 아주 활발해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면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멀리, 깊이 갈 수 있어요. 이 과정이 수학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전 연구자 한 명한 명이 생각의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각 그릇에는 물이 들어있는데, 그릇끼리 물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에서 물이 점점 더 차올라요. 어느 순간에 이르면, 난해한 문제까지 이해할 수 있는 깊이가 되지요.
Q. 많은 수학적 성과를 남기셨어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나는 연구가 있나요?
모든 연구에 다 애정이 있어요. 수학 연구는 대부분 다른 수학자들과 함께 진행해요. 그래서 각각의 연구들은 우리가 어떻게 소통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는지가 담긴 추억 앨범 같답니다.
Q. 하루 종일 수학만 공부하시나요?
아니요.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집중해서 공부해요. 하루 종일 수학을 공부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거든요.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노력해요.
집을 청소하거나 아이들과 놀아요.
인생에서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요?
제겐 작은 수첩이 있어요. 수학 문제를 풀다가, 혹은 삶에서 어려움과 맞닥뜨 렸을 때 제게 교훈을 준 사람들의 이름을 그때그때 수첩에 적지요. 이 모든 사람이 제겐 존경하는 인물이고, 영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