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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최고의 댄싱팀! 찌르레기 춤의 비밀

얘들아~! 오늘 동물 단체 댄스 경연대회가 있대! 리더가 없어도 화려하고 완벽한 춤을 추는 동물은 단연 찌르레기지! 우리 함께 멋진 춤을 춰 볼까?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새, 흰점찌르레기! 


안녕? 난 ‘흰점찌르레기’라고 해. 몸 색깔이 검은색 바탕에 작은 흰점이 많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야. 유럽 곳곳에서 날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유럽찌르레기’라고도 하지. 평소 ‘찌르찌르~’하고 우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찌르레기’라고 불리게 됐어. 그런데 우리는 번식기가 되면 보통 때와는 다른 소리를 내. 좀 더 맑고 높은 소리로 ‘큐리 큐리리리~’ 같은 소리를 내지. 또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느낄 때는 ‘킷, 킷, 킷’ 하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도 해. 아무튼 사람들은 우리가 내는 소리가 무척 인상적이었나 봐. 이름을 찌르레기라고 지었으니 말이야. 


흰점찌르레기는 전 세계에서 참새 다음으로 가장 많은 새야. 최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의 과학자들은 지구상의 새 9700종을 조사해서 종류별로 몇 마리나 있는지 추정했지. 그 결과,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새는 전 세계에 약 17억 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 참새였어. 두 번째로 많은 새가 바로 나! 약 13억 마리가 사는 것으로 조사된 흰점찌르레기였어.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지만 유럽에서는 무척 흔한 새야. 


유럽에 터를 잡고 살던 나는 1981년에 미국 땅으로  건너가게 됐어. 미국 뉴욕의 공원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일부러 80쌍의 찌르레기를 풀어놓은 거야. 그런데 그 후 찌르레기들은 놀라운 번식력으로 빠르게 늘어났지. 지금은 미국 사람들이 우리를 천덕꾸러기로 여겨. 힝~. 정작 우리가 본래 살던 유럽에서는 찌르레기의 수가 빠르게 줄고 있는데 말야. 지난 30년 동안 유럽에서 찌르레기의 수는 절반 이상 줄었단다. 부디 우리 찌르레기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겠니~?

 

찌르레기 무리의 화려한 에어쇼!

 

찌르레기는 떼를 지어 다니는 게 익숙해. 수십만 마리가 하늘에서 무리를 이뤄 날아다니는 광경은 정말 놀랍지. 우리가 이렇게 화려한 군무(여럿이 추는 춤)를 추면서도 서로 부딪히지 않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하니? 

 

흰점찌르레기가 떼를 지어 하늘을 나는 모습은 정말 놀라워요. 새들이 마치 작은 점처럼 보일 정도로 무수히 많은 찌르레기가 함께 하늘을 날지요. 먼 곳에서 보면 마치 춤추는 검은 구름 같기도 하고, 거대한 물결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각각의 찌르레기는 시속 50km가 넘는 속도로 시시각각 자유롭게 날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완성된 군무로 보이지요. 

 


이렇게 수많은 찌르레기가 서로 부딪히지 않으면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비법은 뭘까요?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찌르레기가 어떻게 큰 무리를 지어 빠르게 날면서도 충돌하지 않는지 연구하고 관찰했어요. 그 결과 찌르레기들이 지키고 있는 규칙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먼저, 찌르레기 무리에는 리더가 없어요. 보통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야 할 때는 리더가 있기 마련이죠.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리더가 이끄는 대로 완벽하게 따라야 하고요. 하지만 찌르레기 무리는 수가 너무 많아서 한 마리의 리더를 모두가 따라가기 힘들어요. 대신 찌르레기는 자기 주위에 있는 7마리의 찌르레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잘 살펴요. 가까이에 있는 찌르레기와 충돌하지 않도록 약간의 거리를 두고 움직이지요. 리더 없이도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비밀은 오른쪽과 같아요.

 

 

영화 속 생생한 동물의 움직임 

혹시 영화에서 많은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장면을 본 적 있니? 어쩌면 그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장면일지도 몰라. 요즘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전해서 진짜인지 아닌지 잘 구분이 되질 않아. 그런데 이런 기술에도 찌르레기가 힌트를 줬대! 

 

찌르레기가 비행하는 모습을 본 과학자들은 무리 지어 다니는 동물의 움직임을 오랫동안 연구했어요. 수십만 마리의 찌르레기가 어떤 규칙으로 움직이는지 알아내려면 컴퓨터를 이용해야 했지요. 


1986년 찌르레기의 군무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데 최초로 성공한 사람은 미국의 그래픽 전문가 크레이그 레이놀즈였어요. 레이놀즈는 디즈니 영화에 필요한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드는 일을 하는 프로그래머였지요. 그 전까지 몇 번이고 동물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장면을 만들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어요. 그러던 레이놀즈는 영국의 수학자 존 콘웨이가 만든 ‘라이프 게임’을 이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지요. 라이프 게임이란, 몇 가지 간단한 규칙만을 가지고 살아있는 세포의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든 일종의 프로그램이에요. 


그렇게 레이놀즈는 새들이 떼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을 컴퓨터로 표현하는 프로그램 ‘보이드(Boids)’를 만들게 되었어요. 1992년에 개봉한 영화 <;배트맨 리턴즈>;에서 레이놀즈는 보이드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활용했어요. 영화 속에서 펭귄 무리가 움직이는 장면을 생생하게 만든 거예요. 레이놀즈는 그 기술을 인정받아 1998년 아카데미 과학상을 받았어요. 지금 우리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동물이 무리를 이뤄 움직이는 실감 나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건 모두 찌르레기 덕분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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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5일자 어린이수학동아(16호) 정보

  • 장경아 객원기자
  • 진행

    최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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