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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로 뚝딱뚝딱, 집짓기 비결

 

 

이제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었군. 멋지고 커다란 집을 한번 지어볼까? 내일 아침 그물에 걸려 있을 먹음직스러운 벌레 생각을 하면서 말이야. 흐흐흐.

 

 

거미에 대한 오해를 풀어줘~!

 

 

안녕? 나는 산왕거미라고 해. 사람들은 거미라고 하면 무조건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것 같아. 거미는 징그럽고 독을 가지고 있어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동그란 몸통에 8개의 긴 다리가 달려있고 털이 숭숭 나 있어서 꼭 괴물 같다나?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오해하진 말아줘! 모든 거미가 독을 가진 건 아니란 말이야. 전 세계에 있는 거미의 종류는 대략 4만 가지나 되는데, 그중 독을 가진 거미는 그렇게 많지 않아. 물론 검은과부거미나 붉은등꼬마거미와 같이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을 가진 거미도 있긴 해. 그렇지만 거미의 독은 잘 사용하면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아픔을 느끼지 않게 하는 마취제로 쓰일 수 있지.

 

사람들은 또 거미가 불길한 동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해. 거미가 주로 습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다 보니, 화장실이나 오래된 집에서 쉽게 볼 수 있거든. 하지만 거미는 사람들에게 해로운 파리나 모기 같은 벌레를 잡아먹기 때문에 오히려 도움을 주고 있다는 걸 알아줘.

 

나는 우리나라에 사는 거미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큰 편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날 보면 징그럽다고 “꺅~” 하고 소리를 질러. 주로 우리나라의 시골이나 산속에서 날 볼 수 있단다. 하지만 이제 나에 대해서 조금 알았으니, 너무 놀라거나 나를 무조건 죽이려고 하진 말아줘. 나는 몸집만 큰 게 아니라, 거미줄로 커다란 집을 짓는 재주도 있어. 사람들은 내가 만든 거미집을 신기해하는 것 같아. 지금부터 거미줄과 거미집의 비밀을 하나씩 알려 줄게.

 

우리에겐 특별한 비밀이 있지!

거미의 집짓기에 숨은 비밀!

 

‘거미’하면 함께 생각나는 게 바로 거미줄과 거미집이야. 거미는 몸에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놀라운 모양의 집을 완성하지. 이렇게 만든 거미집에 벌레가 걸려들면 꼼짝도 하지 못해. 거미줄과 거미집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궁금하니?

 

비밀 1. 산왕거미의 집짓기 노하우

 

산왕거미는 거미 중에서도 가장 큰 집을 짓는 거미예요. ‘거미집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큰 거미집을 짓는 재주를 가지고 있지요. 산왕거미는 집을 짓기 전 먼저 먹이가 될 벌레가 자주 오가는 곳을 탐색해 어디에 집을 지을지 결정해요. 산왕거미는 종종 나무와 나무 사이에 집을 짓는데, 이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두 나무 사이에 거미줄을 연결하는 일이에요. 나무 사이의 간격이 1m 정도만 돼도 거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무척 먼 거리예요.

 

산왕거미는 나무 높은 곳에서 첫 번째 줄을 뽑아 바람에 날려서 반대편 나무에 달라붙게 해요. 거미줄은 무척 가벼운 데다 끈적끈적해서 반대편 나무에 붙을 수 있어요. 이 첫 번째 거미줄을 ‘다리실’이라고 해요. 거미는 다리실을 여러 번 오가면서 더 튼튼하게 만들어요. 그 다음 다리실의 양 끝에서 아래쪽으로 ‘Y’자 모양이 되도록 또 다른 거미줄을 연결해요. Y자 모양의 거미집 뼈대를 만들면 가장 중요한 기초 공사는 끝난 셈이에요(그림➊). 이제 거미는 우산살처럼 뼈대를 여러 개 만들어요(그림➋). 그런 다음 뼈대를 중심으로 가운데부터 바깥을 향해 뱅글뱅글 원 모양을 만들며 거미집을 완성해요(그림➌).

 

 

비밀2. 거미집이 방사형인 이유는?

 

가운데 한 점에서부터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모양을 ‘방사형’이라고 불러요. 대부분의 거미들은 방사형 모양의 집을 짓지요. 같은 길이의 거미줄로 최대한 넓고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거미집이 클수록 먹이를 잡는 데 유리하지만 무조건 크게 지을 수는 없어요. 거미 한 마리가 한 번에 뽑아낼 수 있는 거미줄의 길이는 200~300m거든요. 거미는 주어진 재료로 가장 넓고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해요. 이때 가장 좋은 모양이 바로 ‘원’이에요. 예를 들어 12㎝의 거미줄로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 원 모양의 집을 만든다면 원 모양의 넓이가 가장 크지요. 그래서 거미는 원 모양에 가까우면서 방사형인 형태의 집을 짓는 거랍니다.

 

비밀3. 내가 만든 거미줄에 걸린다고?

 

거미집의 중심으로부터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세로줄에는 끈끈이 액이 없어요. 반면 뱅글뱅글 돌면서 연결되는 원 모양의 가로줄에는 끈끈이 액이 있지요. 거미는 집을 완성한 후에 이동할 때 세로줄을 통해서만 움직여요. 아무리 자기가 만든 집이라도 가로줄에 닿으면 끈끈이 액이 달라붙게 되지요.

 

실제로 산왕거미를 막대로 옮겨 자기가 지은 또 다른 거미집에 올려놓는 실험을 해봤더니, 산왕거미가 움직이다가 가로줄에 닿아 옴짝달싹 못 했어요. 그래서 거미는 집을 다 완성한 후 자기가 만든 거미집에서 많이 이동하지 않아요. 거미집의 중심 또는 중심에서 수직으로 거미줄을 내린 곳에서 먹이가 걸려들 때까지 기다린다고 해요.

 

 

동물에게 배운 지혜

거미줄로 옷과 신발 만든다?!

 

가느다란 거미줄은 겉으로 보기엔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지만, 사실 놀라울 정도로 튼튼해. 사람들은 거미줄의 장점을 이용해 옷이나 신발을 만들기도 하고, 거미줄의 특별한 성질을 본떠 인공 섬유를 만들기도 해. 거미줄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알아볼까?

 

여러분은 이슬이 맺힌 거미줄을 본 적 있나요? 마치 보일 듯 말 듯 얇은 실에 구슬이 걸린 것 같지요. 이렇게 가느다란 거미줄이지만, 무척 튼튼하고 잘 늘어나는 성질을 갖고 있어요. 거미줄과 강철을 같은 무게만큼 놓고 비교하면 거미줄이 강철보다 5배 튼튼해요. 또 거미줄은 원래 길이의 30~50%만큼 늘어났다가 되돌아가는 신축성을 지니고 있지요. 10㎝ 길이의 거미줄이 13~15㎝까지 늘어날 수 있는 거예요. 게다가 거미줄은 높은 온도에서도 잘 견디고 물에도 젖지 않는답니다.

 

과학자들은 거미줄을 여러 곳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방탄복이나 낙하산, 스포츠 장비, 수술 부위를 봉합하는 실, 인공 힘줄 등에 거미줄의 장점을 이용하고 싶었지요. 그러려면 거미줄이 아주 많이 필요한데, 거미줄은 많은 양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거미는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를 두면 서로 싸워 죽이는 습성이 있거든요. 한 마리의 거미가 만들어내는 거미줄의 양도 많지 않지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거미줄의 성능을 가진 인공 섬유를 만드는 법을 연구했어요. 거미줄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의 구조를 따라 섬유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이러한 섬유를 이용해 2017년 A 스포츠의류 회사는 운동화를 만들었고, 2019년 N 스포츠의류 회사는 겨울 외투를 만들었어요.

 

이뿐만 아니라 올해 6월에는 거미줄 성능을 본뜬 친환경 플라스틱도 개발됐어요. ‘폴리머 필름’이라는 이름의 이 재료는 식물성 ‘콩 단백질’로 만들었어요. 거미줄처럼 튼튼하지만 사용한 뒤에는 쉽게 분해돼요. 그동안 자연을 파괴하는 주범이었던 플라스틱 문제를 거미줄이 해결해줄 수 있을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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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5일자 어린이수학동아(14호) 정보

  • 장경아 객원기자
  • 사진

    GIB, 위키미디어
  • 진행

    최은혜 기자
  • 일러스트

    연지
  • 디자인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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