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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순찰대원 고딱지] 특명! 배사 공작 저택에 잠입하라!

12화

(지난줄거리 : 해롱 선장이 페가수스 선장을 미워하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된 해롱 호 선원들. 떠도는 소문과는 달리 어처구니없는 이유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한편, 딱지는 귀찮게만 생각했던 사소한 임무들이 사실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한동안 특별한 임무 없이 은하계의 담당 구역을 순찰하던 해롱 호에 은밀한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해롱 선장은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명령이 담긴 음성메시지를 틀었습니다.
“은하계 가-31-Gx 구역에 있는 헤자로 행성을 지배하는 배사 공작이 은하계 연합에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 계획을 짜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얼마 뒤에 있을 배사 공작의 생일 파티에 은밀하게 숨어 들어가 반란 음모의 증거를 확보하라. 이 메시지는 10초 뒤 자동 삭제된다.” 
다들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사이에 메시지는 저절로 지워져 버렸습니다. 
“드디어 이런 날이 오다니! 이런 중요한 일을 우리에게 맡겼다는 건 우리 실력이 인정받았다는 증거예요!”
딱지는 신이 나서 외쳤습니다. 하지만 다른 대원들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거기는 멀잖아. 그럼 항로 계산이 복잡해질 텐데. 에잉, 귀찮아.”
용용이 투덜거렸습니다. 
“우리가 그 임무에 성공할 확률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들고 가다가 미끄러져서 넘어졌는데 국물 한 방울 흐르지 않은 채로 컵라면이 바닥에 똑바로 착지할 확률 정도밖에 안 된다.”
프로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대원 중에서 가장 경력이 많은 루띠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해롱 선장에게 물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하죠? 우리는 이런 임무를 해본 적이 없잖아요. 본부의 명령을 무시할 수도 없고…. 선장님?”
해롱 선장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그래! 계속 페가수스 녀석에게 무시당할 수는 없지.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 다들 모여! 작전을 짜 보자고!” 
며칠 뒤 해롱 호는 헤자로 행성의 수도 근처, 인적이 드문 곳에 착륙했습니다. 도시는 배사 공작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식으로 가득했지요. 하지만 거리의 시민들은 대부분 누더기를 입고 굶주린 듯 얼굴이 수척했습니다. 
“오기 전에 조사를 해봤는데, 배사 공작은 독재자처럼 굴면서 주민을 외면하고 자기 이익만 챙기고 있대요. 나쁜 사람이에요.”
딱지가 나직하게 말했습니다. 
“걱정 마. 우리가 증거를 찾으면 우주순찰대가 배사 공작을 체포할 거야.”
멋지게 옷을 차려입은 일행이 공작의 저택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초대받은 손님들이 줄을 서서 한 명씩 들어가고 있었지요. 경비병이 손님들의 초대장을 일일이 확인한 뒤 들여보내고 있었습니다. 저택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어요. 대원들은 담장을 따라 몰래 움직이다가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멈췄습니다. 
“자, 여기서 기다려.”
해롱 선장이 품 안에서 도깨비 감투를 꺼내 머리에 썼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해롱 선장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우와, 신기하다.”
그 모습을 처음 본 딱지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조금 기다리자 담장 안쪽에서 해롱 선장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받아~. 도깨비 감투를 쓰면 모습은 투명해지지만, 소리는 감출 수 없으니 조심해.”
곧이어 담장 너머에서 도깨비 감투가 날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루띠가 받아서 쓰고 사라졌습니다. 잠시 후 도깨비 감투가 다시 담장 안쪽에서 날아왔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모두가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담장 안쪽 정원에서는 독수리 얼굴을 한 험상궂은 경비병들이 로봇 개를 데리고 순찰을 돌고 있었습니다. 
일행은 손님인 척 태연하게 굴며 파티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건물이 바깥과는 달리 너무 화려해 다들 입을 떡 벌리고 쳐다보았습니다. 
계획은 간단했습니다. 

 

 

“다들 집중해. 중요한 건 절대 들키지 않는 거야. 우리가 들키면 배사 공작은 음모가 들통났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반란을 일으킬 거고, 그러면 전쟁이 일어나게 돼. 하지만 우리가 증거만 찾으면 우주순찰대가 배사 공작을 긴급 체포해서 반란을 막을 거야. 알겠지?”
해롱 선장이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결의를 다졌습니다. 귀에 꽂은 통신기가 작동하는지를 확인한 뒤 다들 각자 위치로 움직였습니다. 먼저 해롱 선장과 루띠가 나섰습니다. 배사 공작은 파티장 한가운데서 손님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은하넷 뉴스에 나온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친절해 보이지만 눈빛이 날카로운 인간이었습니다. 해롱 선장과 루띠가 손님들을 헤치고 공작에게 다가갔습니다. 
“안녕하세요, 공작님~! 오랜만입니다!”
루띠가 말했습니다. 공작이 루띠를 돌아보며 애매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네, 그런데 우리 만난 적이 있던가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종족은 이 근처에서 보기 힘든데….”

 


“네? 아, 아하하. 저희 저번에 그 어디냐…, 공작님이 그때….”
루띠가 얼버무리며 해롱 선장에게 눈짓했습니다. 그러자 해롱 선장이 ‘어이쿠’ 소리를 내며 공작 쪽으로 넘어졌습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바닥이 얼마나 깨끗한지 그만 미끄러졌네요….”
공작을 지키던 경비병이 위압적인 태도로 해롱 선장을 떼어 놓았습니다. 
“하핫, 제 친구인데 워낙 덤벙대는 성격이라, 하하!”
루띠가 얼른 해롱 선장을 데리고 비켜났습니다. 그러면서 속삭였습니다. 
“추적기 달았어요?”
“그래.” 
해롱 선장이 통신기로 모두에게 말했습니다.
“추적기 설치 완료. 프로보와 용용 너희 차례다.”
프로보는 용용과 함께 화장실로 갔습니다. 로봇이 화장실에 들어가자 몇몇 손님이 의아한 표정으로 프로보를 바라봤습니다. 프로보는 천연덕스럽게 노래를 흥얼거리다 화장실이 비자마자 재빨리 환풍구 문을 열었습니다. 구멍이 좁았지만 용용은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프로보는 다시 환풍구 문을 닫고 화장실을 나왔습니다. 
“용용이 들어갔다. 딱지는 대기하라.”
딱지는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곳으로 가 머리에 도깨비 감투를 썼습니다. 통신기에서 프로보가 용용에게 길을 안내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이제 경사를 따라 위로 올라가.”
이내 용용이 환풍구 틈으로 공작의 집무실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오케이, 시작!”
해롱 선장이 지시하자 용용이 머리로 환풍구 문을 몇 번 들이받았습니다. 
“공작이 움직인다. 딱지, 따라가!”
해롱 선장이 말했습니다. 딱지는 다른 손님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공작의 뒤를 따랐습니다. 집무실로 가려면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야 했습니다. 딱지는 공작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몰래 타는 데 성공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들킬까 봐 숨도 꾹 참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4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공작이 나갔습니다. 딱지도 살금살금 걸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집무실 문 앞에는 경비병 한 명이 서 있었습니다. 공작이 오자 경비병이 차렷 자세를 취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서 연락드렸습니다, 공작님.”
“소리? 소리가 날 리가 없는데…. 비켜 봐.”
경비병이 옆으로 물러나자 공작이 4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해 문을 열었습니다. 이 순간이 중요했습니다. 공작이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딱지는 재빨리 공작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딱지의 등 뒤로 문이 닫혔습니다. 딱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머리에서 감투가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황한 딱지가 감투를 손으로 잡자 ‘부욱-’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딱지는 눈앞에 있는 소파 뒤로 몸을 날렸습니다.

 

딱지는 배사 공작에게 들키고 마는 걸까요?! (다음호에 계속)

 

※작가소개

고호관 작가 . 우주를 동경하던 소년은 어느덧 나이를 먹어 여전히 우주를 동경하는 아저씨가 됐어요. 지금은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매체에서 과학을 재미있게 전해주는 일도 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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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5일자 어린이수학동아(12호) 정보

  • 고호관(SF 소설가)
  • 진행

    최은혜 기자
  • 일러스트

    수풀란
  • 디자인

    오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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