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쿄올림픽 다시보기’의 박건희 캐스터입니다. 오늘은 여자배구 세계 랭킹 14위인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세계 랭킹 4위인 터키 국가대표팀을 꺾고 4강에 진출했던 그 경기를 ‘수학의 눈’으로 살펴볼게요. 이 자리에는 우리나라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약한 안드레아 비아시올리 전력분석관이 함께 했어요.
Q. 전력분석관이란 직업이 낯선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나요?
우리 팀이 승리할 방법을 찾아내 감독과 선수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해요. 경기 전엔 주로 상대 팀의 이전 경기 영상을 찾아보고 전력을 파악해요. 즉 각 선수의 역할, 공격과 수비 기술의 특징을 분석하지요. 이를 토대로 전술을 짜요.
경기 중에는 제가 개발한 ‘비디오플레이어발리’라는 배구 통계★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경기 상황을 파악해요. 우선 누가 어떤 공격 기술을 썼는지, 그 결과 공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등을 프로그램에 입력하지요. 그러면 프로그램은 그 값을 토대로 공격과 수비를 성공한 횟수, 공의 흐름 등을 보여줘요. 저는 이 결과를 곧바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님에게 전달해요.
경기 후엔 감독님, 세자르 에르난데스 코치, 선수들과 함께 선수들이 경기에서 전술을 잘 수행했는지 따져 봐요. 그래야 다음 경기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니까요.
Q.전력을 분석하고 전술을 짜면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나요?
상대 팀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전략을 세우면 이길 가능성을 적어도 5%는 더 높일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선수와 팀의 실력이 좋을수록 이길 가능성은 점점 올라가지요. 짜둔 전략대로 차분히 경기를 하니까요. 분석을 통해 상대방을 알고 경기에 들어오는 것과 그냥 들어오는 것엔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상대 선수의 큰 키를 이용하라!
Q. 박정아 선수가 네트 앞에서 높이 뛰어 상대편으로 공을 세게 내려쳤어요. 그 공이 상대편 네트 앞에서 수비하던 투그바 세노글루 선수의 오른손과 에다 에르뎀 선수 왼손에 비켜 맞고 경기장 밖에 떨어집니다. 대한민국 1점 득점! 그런데 이 상황에 미리 약속한 전술이 있다는 거지요?
A. 네~. 박정아 선수는 투그바 세노글루 선수의 오른손과 에다 에르뎀 둔바 선수의 왼손 사이를 정확히 향해 공을 던졌어요. 그게 바로 우리 팀의 전술이었거든요.
배구에서는 공격을 막기 위해 키가 큰 선수 여러 명을 네트 앞에 세워요. 공이 네트를 넘어오는 순간 손을 높이 뻗어 상대 팀 바닥으로 공을 내리꽂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터키 팀도 키가 큰 두 선수를 네트 앞에 세웠어요. 터키 팀의 평균 키는 188cm로, 182.3cm인 우리나라보다 무려 5cm나 더 크거든요.
우리는 터키 선수의 손을 맞고 경기장 밖으로 공이 떨어지려면 어떤 각도와 높이에서 공을 쳐야 하는지 알아봤지요. 그 결과, 박정아 선수가 서 있는 왼쪽에서 네트 건너편 오른쪽을 향해 공을 치면 우리나라가 점수를 얻는다는 걸 알았어요.
Q. 서브에 강한 박은진 선수를 활용하라!
4강 진출을 결정지을 마지막 5세트! 5세트 경기는 엎치락뒤치락하며 팽팽하게 이어졌어요. 10:10 동점 상황에서 박은진 선수가 서브를 합니다. 터키 팀은 공이 강하게 넘어오자 공을 받는 데 집중합니다. 공은 힘 없이 우리나라 쪽으로 넘어오고 이 순간을 놓칠 리 없는 김연경 선수가 네트 앞에서 공을 강하게 때려 점수를 가져갑니다. 같은 방법으로 연달아 점수를 냅니다.
이 장면은 5세트 승리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자 전술이 잘 통한 상황이에요. 배구에서는 공을 처음 던지는 서브가 정말 중요해요. 서브를 잘하면 그만큼 득점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우리는 박은진 선수의 서브가 중요한 순간마다 빛을 발한다는 걸 통계 분석을 통해 알고 있었어요.
감독님은 서브로 득점을 만드는 전략을 5세트에 쓰기로 결정했어요. 그래서 1~4세트까지는 결정적인 서브가 필요한 순간에만 교체돼 들어오던 박은진 선수가 5세트에서는 처음부터 뛰었지요. 첫 서브도 박은진 선수가 했고 이것이 첫 득점으로 이어졌어요.
박은진 선수의 서브를 활용한 이 전략 덕분에 10:10 동점 상황에서 김연경 선수의 연속 3득점이 가능했지요. 터키 팀이 공을 막는 데에 급급한 나머지 공격하기 좋은 공을 우리 팀에 넘겨줬고, 김연경 선수가 그 기회를 잡아 쉽게 득점했거든요.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4강 진출은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 세운 전략, 선수들의 뛰어난 전략 수행력, 그리고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는 도전정신이 만들어 낸 결과네요.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자리를 빛내 주신 안드레아 코치님 감사합니다. 박건희 캐스터는 20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 때 다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