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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 탑승해야 할 페가수스 호 대신 해롱 호에 타게 된 고딱지. 간신히 페가수스 호 선장과 연락이 닿았지만, 도깨비방망이와 융합된 고딱지의 코에서 주사위가 나오는 바람에 페가수스 호로 가게 될 기회를 놓치고 마는데….
마침내 꿈에 그리던 우주순찰대 대원이 되었지만, 딱지는 시무룩했습니다. 무엇보다 도깨비방망이와 한 몸이 되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루띠가 딱지를 붙들고 도깨비방망이 실험을 계속했기 때문입니다.
“밧줄 나와라, 뚝딱! 컵 나와라, 뚝딱! 사탕 나와라, 뚝딱! 쌀 나와라, 뚝딱!”
“아~, 제발, 그만 좀 해요!”
딱지가 하소연해도 루띠는 실험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흠, 밧줄처럼 긴 물건도 코로 나오는군. 먹고 싶지는 않지만, 먹을 것도 나오고…. 그런데 너무 많이 하면 한동안 쉬어야 하는군. 융합하기 전의 도깨비방망이와 비슷한 성질이야.”
딱지는 임무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얼른 멋진 활약을 보여 페가수스 호 선장의 마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딱지가 용용과 함께 조종실에 있을 때 통신기가 깜빡였습니다.
“아, 아, 본부에서 알린다. 현재 그렁그렁 행성으로 출동 가능한 우주선은 보고하라!”
그런데 용용이 얼른 통신기를 꺼버렸습니다.
“아이고, 우리는 너무 바빠서 못 가겠네~.”
딱지는 황당했습니다. 딱지가 얼른 다시 통신기를 켜고 대답했습니다.
“여기는 해롱 호입니다. 저희가….”
“야, 너 무슨 짓이야?”
용용이 몸을 던져 딱지를 막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팔이 없는 몸이라 딱지를 당해낼 수 없었지요.
“에잇, 저리 비켜요. 여기는 해롱 호, 저희가 출동하겠습니다!”
“알겠다, 해롱 호. 자세한 임무를 전달하겠다.”
용용이 딱지를 쳐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맙소사, 큰일 났네. 넌 그렁그렁 행성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구나?”
컴퓨터로 임무 지시가 들어왔습니다.
여덟 행성에서 지명 수배 중인 흉악범 삐뚤란이 그렁그렁 행성의
한 마을에 숨어들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곧바로 출동해 체포할 것.
본부의 정보에 따르면, 마을에서는 그렁그렁 행성의 특산품인 말캉 축제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말캉은 달콤하고 맛이 좋은 과일이었습니다. 은하계 곳곳에서 갓 딴 말캉의 맛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왔지요. 삐뚤란은 관광객으로 위장하고 있을 게 분명했습니다. 화면에 삐뚤란의 얼굴을 자세히 보여주는 입체 영상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프로보가 윙윙- 소리를 내며 조종실로 들어와 화면을 봤습니다.
“이게 뭐냐? 우리 그렁그렁 행성으로 가는 거냐? 이거 큰일이네.”
딱지는 화가 났습니다.
“선배들은 우주순찰대 대원이면서 흉악범을 무서워하면 어떡해요? 부끄러운 줄 아세요!”
“그게 아니야…. 선장이 순순히 그렁그렁 행성에 갈 확률은 밥 먹다가 날아오는 축구공에 맞았는데 이에 끼어 있던 멸치 조각이 튀어나가 날아가던 모기를 맞춰서 떨어뜨릴 확률보다 낮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해롱 호 선장이 조종실로 들어왔습니다.
“딱지가 제멋대로 본부의 출동 명령을 받아버렸어요.”
용용이 잽싸게 일러바쳤습니다. 해롱 호 선장이 눈썹을 찡그렸습니다.
“뭐? 에잉, 귀찮은데.”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그렁그렁 행성으로 가야 해요.”
프로보가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뭐? 이런! 본부에 우리가 간다고 했다는 거지? 아아, 이걸 어떻게 무르지?”
해롱 호 선장은 인상을 잔뜩 구기더니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때 딱지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흉악범을 무서워해서 어떻게 우주순찰대라 할 수 있어요?”
해롱 호 선장이 딱지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 녀석 봐라? 좋아, 신입 교육도 할 겸 출동이다. 그렁그렁 행성으로! 용용, 항로 계산해! 이번 임무는 고딱지 대원 혼자 해결한다.”
용용이 온몸이 시뻘게지면서 암산으로 항로를 계산하자 프로보가 그렁그렁 행성으로 우주선을 몰았습니다. 딱지는 용용이 계산을 마치자마자 털썩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다들 태연했습니다.
“원래 그래. 복잡한 계산만 하면 힘이 빠지거든.”
우주선은 곧 그렁그렁 행성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온 걸 알면 범인이 도망칠 수 있으니 아무도 모르게 한적한 곳에 착륙한다.”
해롱 호 선장의 지시에 따라 프로보가 우주선을 마을에서 멀찍이 떨어진 숲속에 내려놓았습니다.
딱지는 평범한 사람으로 위장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우주선을 떠났습니다.
“꼭 무사히 돌아와야 해~. 내 도깨비방망이가 없어지면 안 되니까 말이야.”
루띠가 손을 흔들며 말했습니다. 걱정하기는 하는 건지 모를 말이었습니다. 마을에는 사람이 바글거렸습니다. 흥겨운 음악이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습니다. 말캉 주스, 말캉 아이스크림, 말캉 과자, 말캉 젤리, 말캉 빵 등 갖가지 말캉 제품을 파는 가게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온갖 종족의 외계인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지요.
‘흠, 여기서 삐뚤란을 찾기는 쉽지 않겠는걸.’
그렁그렁 행성 주민을 구분하는 건 쉬웠습니다. 이들은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키가 작고 아담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눈이었습니다. 눈이 커다랗고 촉촉해서 보기만 해도 빠져들 것만 같았지요.
“저기요, 처음 오셨나요?”
입구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습니다. 표 판매원이었습니다.
“축제 입장료는 5그렁입니다. 축제 안내서는 2그렁이고요. 무제한 말캉 시식권은 10그렁이에요. 그리고 축제 기념품인 말캉 쿠션은 4그렁입니다. 한꺼번에 구입하시면 특별히 25그렁에 드리고 있어요.”
딱지는 지갑을 꺼내다가 멈칫했습니다.
“네? 5그렁, 2그렁, 10그렁, 4그렁을 다 합치면 21그렁 아닌가요?”
“네, 그래서 특별히 25그렁에 드리는 거예요. 한꺼번에 사면 편하시잖아요. 제발, 그렇게 사 주세요~.”
표 판매원이 커다랗고 촉촉한 눈으로 딱지를 보며 애원했습니다.
‘말도 안 돼. 이건 사기야.’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그렁그렁한 눈을 보니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딱지는 25그렁을 주고 전부 사고 말았답니다.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습니다. 딱지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정신 차리자, 고딱지. 임무에 집중해!’
딱지는 삐뚤란의 얼굴을 떠올리며 주위를 돌아다니는 관광객을 살폈습니다. 그런데 곧 누가 또 딱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습니다.
“저기요, 이것 좀 저기까지 날라주시면 안 될까요?”
말캉 아이스크림을 파는 상인이 커다란 아이스크림 통을 가리키며 딱지에게 부탁했습니다. 임무를 생각하며 거절하려 했는데, 상인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딱지를 바라보았습니다. 딱지는 자기도 모르게 통을 짊어졌습니다.
“고마워요, 젊은 친구. 저기 내 가게까지 가면 돼요.”
아이스크림 통을 다 나르자 이번에는 옆에 있던 빵 상인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딱지를 보며 말했습니다.
“아유, 우리 밀가루도 좀 가져다주면 안 될까?”
딱지는 또 홀린 듯이 시키는 대로 밀가루 포대를 날랐습니다.
그다음에는 인형 상인이, 그다음에는 주스 상인이…. 밀려드는 부탁에 딱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대체 내가 왜 이러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말이 안 나왔습니다. 마치 그렁그렁한 눈에 마법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지요.
‘안 돼! 이러다가 삐뚤란을 잡지 못하겠어!’
어느새 딱지는 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질 공연의 무대를 세우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치겠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저 눈을 보지 말아야 하는데.’
하지만 눈을 감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요. 딱지가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판자를 나르고 있을 때 누군가 시청에서 뛰어나오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큰일 났다! 말캉 다이아몬드가 사라졌어! 사라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