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개요
A는 어릴 적 사고로 오른손이 절단됐지만, B 업체가 개발한 의수를 착용한 뒤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됐다. 다만 의수가 종종 오작동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대학생이 된 A는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던 중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의수가 움직여 앞에 서 있던 여학생 C를 성추행 하게 됐다. 이에 C는 A와 B 업체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형사법정에서 A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고 B 업체가 공급한 의수에 기술적 결함이 있어 강제추행이 벌어졌기에 오히려 B업체가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결문
비록 C에게 강제추행의 결과가 발생하였더라도 A의 자율적인 의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성추행을 하게 된 A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다만 의수의 오작동 가능성을 알고 있었던 A가 성추행의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작동을 적극적으로 방지하지 아니하는 등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우리 형법은 고의에 의한 강제추행만을 처벌하고 있으므로 설령 과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현행법상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한편 B 업체가 제공한 의수에 있어 오작동이 가끔 있었던 것은 인정되나, B 업체가 오작동으로 인하여 강제추행의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하기 어렵고, 더불어 B 업체가 제공한 의수의 오작동과 강제추행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B 업체를 강제추행 또는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


사건개요
A는 뇌 구조 및 신경에 대한 연구를 한 결과 특정 주파수로 다른 사람의 뇌를 해킹하면 그 사람의 뇌와 신체를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A는 이종격투기 선수인 B의 뇌에 접속해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C를 혼내주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뇌가 해킹된 B는 A가 조종하는 대로 C의 단골 PC방에서 C를 폭행했다. 이에 C는 B를 신고했으나 B는 경찰조사에서 “기억은 나지만 내 의지로 한 행동이 아니다”고 주장했고, 수사 결과 A의 해킹 사실이 밝혀졌다.
판결문
고의란 사실에 대한 인식과 결과에 대한 인용 의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A에 의하여 조종된 B의 경우 폭행에 대한 인식은 있었지만 결과에 대한 인용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B에게 폭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
한편 A는 고의 없는 B를 이용하여 C에게 폭행을 가하였는바, 이 경우 고의 없는 자를 이용한 범죄로서 우리 형법상의 간접정범에 해당된다. 따라서 A가 직접 폭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폭행죄의 간접정범으로서 처벌할 수 있다.

아나운서
안녕하십니까. 과동TV 9시 뉴스입니다. 기획 보도 시간입니다.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청년들이 스스로 로봇이 되고 있습니다. 취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취업로봇 수술’이 성행 중인데요, 생명 윤리와 사회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우과동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A씨. 대학을 졸업한 뒤 2년째 취업에 성공하지 못해 지난 달 큰 결심을 내렸습니다. 팔의 신경과 로봇 팔을 연결하는 근력 증강 수술을 받기로 한 겁니다.
취업 준비생 A씨
큰 수술이니까 무섭긴 하죠. 우리 부모님 세대가 많이 했다는 취업 성형은 애교 수준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안 하면 취업이 안되니까…. 친구들 대부분이 수술을 고려하고 있어요. 기자 현재 성행 중인 취업로봇 수술은 10여가지에 이릅니다. 무거운 짐을 지치지 않고 장시간 동안 쉽게 옮길 수 있도록 로봇 팔과 신경을 연결하거나, 극단적으로 많은 정보를 단시간에 처리하기 위해 뇌 신경과 슈퍼컴퓨터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연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달 미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코 안에 인공 후각세포를 이식해 정상인보다 1000배 더 냄새를 잘 맡는 요리사도 등장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취업로봇 수술을 채용조건으로 내세우는 기업까지 등장했습니다. 문제는 막대한 수술 비용.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청년들은 심리적 상실감까지 떠안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파일럿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채용 조건으로 ‘슈퍼시력’ 수술이 추가된 걸 보고 좌절했죠. 법적인 제재가 전혀 없으니까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것 같아요.
기자
위험도가 높은 체내 이식 수술이 성행하면서 부작용 사례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부산에 사는 C군은 뇌세포 수를 늘리는 수술을 받는 도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인공 장기를 이식 받은 서울의 D군은 감염으로 사망했습니다. 지난 달 소비자보호원이 발표한 ‘취업로봇 수술 부작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30년 26건에 불과했던 사고 사례가 2035년 356건으로 5년 만에 무려 13.7배 증가했습니다.
E박사(생명공학자)
검증된 기술인지, 그리고 생체이식수술 경험이 많은 의료진인지 반드시 인해야 합니다.
기자
최근엔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취업로봇 수술의 대상은 천문학적인 수술비를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사정에 따라 신체 능력이 양극화되고 그 결과 경제적 부가 한쪽으로 더 편중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취업로봇이 되지 않으면 절대 로봇을 이길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여기에 경제적 사정으로 수술을 고려할 수 없는 청년들의 상실감까지 커지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법적 토대 마련이 시급해졌습니다.


단독! 천재 물리학자 뇌 받았지만 노벨상 시상 거부당한 C씨, 최초 인터뷰
2045년 10월 초 어느 밤. 전 국민을 안타깝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천재 물리학자 A 박사가 퇴근 길 빗길에 미끄러지는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것. 사고 이후 A 박사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로 확정돼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반전은 그의 남편이 A 박사의 두뇌 메모리가 B 업체에 저장돼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B 업체는 두뇌 메모리 임플란트 전문 업체로, 뇌 정보를 보관했다가 유사시 새로운 육체에 이식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당시 쌍둥이 동생 C씨는 그 소식을 듣고 자신의 육체를 언니 A 박사의 새로운 육체로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B 업체는 C씨의 뇌에 A 박사의 뇌 정보를 복제해 넣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C씨는 A 박사가 받기로 돼 있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겠다고 주장했는데, 노벨 재단이 이를 거부한 것. 이에 C씨는 노벨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을 열흘 앞둔 이달 5일, C씨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저는 언니의 연구 과정과 결과, 그리고 앞으로 계획 등을 모두 알고 있어요. 제 뇌가 기억하고 있다고요. 외모도 이렇게 비슷한데, 병원에 누워 있는 언니만 아니라면 제가 언니가 아니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죠?” C씨는 기자와 마주 앉자마자 빠르게 말했다. 핵심부터 정곡을 찌르는 그의 어법이, 기자가 기억하는 A 박사와 상당히 닮아 있었다. A 박사의 연구 성과도 줄줄이 꿰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C씨는 사실상 A 박사와 구별하기 어려웠다.
그는 “노벨 재단 쪽은 내가 A와 동일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상을 거부했는데, 그걸 증명하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연신 억울함을 토로했다. “기자님과 마주앉은 이 사람은, C이기도 하지만 A 박사이기도 합니다. C는 뇌를 받았고 A는 육체를 받은 셈이니까요.”
10분간의 짧은 인터뷰 뒤, C씨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집 안으로 사라졌다. 지난 15일, 판결문이 발표됐다. 결과는 ‘청구 기각’. C씨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아래에 판결문 전문을 싣는다.
판결문
인간의 존재를 뇌 정보로만 판단한다면 C의 주장은 일견 타당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동일한 뇌 정보를 가진 A와 C를 동일한 인간으로 파악해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반면 인간의 존재를 신체로만 판단한다면, 만일 A가 새로운 육체에 자신의 뇌를 이식하고 기존의 육체를 제거한 경우에는 더 이상 A는 존재하지 않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생각건대, 인간은 유일무이하고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존엄성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전제하에서 본다면 인간의 존재는 뇌 정보와 신체를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함이 타당하다.
이 사안에서, A는 태어나면서부터 보유하고 있던 신체와 뇌 정보를 모두 고려하여 파악되어야 하는바, 비록 C가 A의 뇌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외형이 유사한 쌍둥이라 하더라도 C를 A로 볼 수는 없다. 또한 A가 자신의 뇌 정보를 새로운 육체에 이식한 것이라고 보더라도 이를 A로 볼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C의 주장은 부당하고, C에게 노벨물리학상 시상을 거부한 노벨 재단의 조치는 정당하므로 C의 청구를 기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