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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GE. 김기만 국가핵융합연구소 신임 소장 인터뷰



“케이스타(KSTAR)를 ‘물리 머신(Physics Machine)’, 그러니까 핵융합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키우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독하게 할 겁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의 김기만 신임 소장(54)은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연구소의 비전을 소개했다. 케이스타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신소재 초전도 자석의 국산화를 이끈 주역인 김 소장은 “케이스타는 단순히 더 큰 핵융합 실험로를 짓기 위한 테스트 장치만이 아니다”라며 “케이스타를 이용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융합에서도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구 분야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현재 케이스타 안에 있는 초고온 플라스마의 열기를 직접 접촉하지 않고 빼낼 수 있는 ‘분리된 디버터(detached divertro)’를 생각하고 있어요. 핵융합의 성공을 위해 아주 중요한 분야지요. 우리 연구 성과에 대한 신뢰도도 100%로 높여야지요. 이를 위해 앞으로 해외 석학도 모셔오고, 연구 환경도 개방형 시스템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김 소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핵융합 한 길만 걸어왔다. 화학공학 박사였던 김 소장의 부친은 과학을 좋아하는 ‘또릿또릿한’ 아들을 고교 시절 신윤경 서울대 화학공학과 교수에게 데려갔다. 신 교수가 소개해준 핵융합에 매료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진학했고, 지금까지 오직 핵융합만 연구하고 있다.

“‘꿈의 에너지, 최후 에너지’라는 점이 어렸을 때부터 가슴에 와닿았죠. 우주 전체 에너지의 대부분이 별에서 나온 핵융합 에너지잖아요. 평생 동안 매일 7~8편의 관련 논문을 읽어 왔어요.”

요즘 김 소장의 고민 중 하나는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은 핵융합 연구 인력을 2만 명 넘게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매년 1000여 명의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핵융합처럼 수십 년의 장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중국은 어느 나라보다 잠재력이 크다.


“그래도 당당하게 눈에 보이는 연구성과를 내면 국민들도 핵융합을 더 믿어주고 기대하게 될 겁니다. 계획으로는 2037년에 우리나라에 핵융합 실증로(DEMO)를 지어야 하는데 유럽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짓고 있는 국제 핵융합실험로(이터)가 이미 3년 늦어졌으니 2040년쯤 되겠지요. 2050~2055년에는 우리나라에서 핵융합 발전소를 보게 될 겁니다.”

1989년 3월, 미국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미국 유타대의 과학자 둘이 특이한 핵융합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른바 ‘상온핵융합’이라고 알려진 낮은 온도의 핵융합에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핵융합은 별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고, 이 과정을 인공적으로 하려면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다(2파트 참조). 하지만 연구자들은 이런 핵융합을 우리가 평소 마주치는 환경에서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과학자가 전기화학 분야의 전문가들이었기에 파장은 더 컸다.

이들이 사용한 방법은 일종의 전기분해였다. 용기에 중수(수소 대신 중수소가 포함된 물)를 넣고 팔라듐 금속으로 된 전극(음극)과 양극을 넣으면 중수가 분해되며 중수소가 발생한다. 일반 물의 경우 팔라듐 음극을 써서 전기분해하면 금속에 수소 원자가 흡수되면서 밀도가 매우 높아지는데, 연구자들은 이 현상을 중수소에 응용했다. 즉 팔라듐 안에 중수소가 고밀도로 모이게 되면 핵융합이 일어난다고 본 것이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같은 시기에 다른 미국 연구자들에 의해 나오고, 연구자들이 “투입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가 검출됐다”고 근거를 대기 시작하자 언론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취재 경쟁이 일어났고, 전기분해에 의한 상온핵융합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과학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3파트에서 소개했듯, 중수소-중수소 핵융합은 현재 과학자들이 시도하고 있는 1세대 핵융합(중수소-삼중수소)보다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할 정도로 까다롭다. 이런 반응이 쉽게 일어난다는 주장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회의적인 시선은 연구자들이 논문을 ‘네이처’에 투고하면서 정점을 쳤다. 심사자들은 실험 절차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추가 설명을 요청했지만, 연구자들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논문을 철회했다.

비판이 이어졌다. 핵융합의 결과물로 나왔어야 할 헬륨이나 중성자 등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구자들은 대신 핵융합의 또다른 결과물인 중성자생성의 증거(감마선 방출)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 역시 중성자와 관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구자들의 검증시도도 이어졌다. 그리 어려운 실험이 아니어서 많은 실험실에서 실험을 시도했지만, 막상 검증은 어려웠다. 애초 연구자들이 주장한 측정값이 워낙 작아 재현시키기가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구자 자신들도 재현에 실패했다. 상온핵융합은 부정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사실이라고 환호하기도 어려운 기묘한 진퇴양난의 늪에 빠졌다. 영국 원자력에너지연구소는 최초의 주창자들을 직접 데려다 놓고 지도까지 받아가며 실험을 했지만 이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오늘날 전기분해 핵융합은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은채 막을 내렸다고 본다. 하지만 소수의 학자들은 여전히 상온핵융합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거품 핵융합(수소 대신 중수소를 쓴 아세톤에 수십nm 크기의 거품을 만들어 주고 고에너지 중성자와 음파를 가해 거품이 붕괴할 때의 압력으로 핵융합을 한다는 상온핵융합)이나 뮤온 촉매 핵융합(전자 대신 무거운 뮤온을 입힌 중수소가 서로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성질을 이용해 상온핵융합을 일으키는 기술) 등 다른 기발하고 우아한 아이디어들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이들 모두 실현이 불가능할것으로 보고 있다.

나용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과학적으로 회의적”이라며 “주류 핵융합계에서는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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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인류최후 에너지 핵융합
PART1. 에너지 비정상회담
PART2. 핵융합의 원리
PART3. 핵융합의 장점과 발전
PART4. 핵융합 실현 기술
PART5. 핵융합의 난관
PART6. 핵융합 선진국의 주역 케이스타
BRIDGE. 김기만 국가핵융합연구소 신임 소장 인터뷰
PART7. 인류의 꿈이 모였다 이터(ITER)

글 : 대전 = 김상연 기자(인터뷰) | 윤신영 기자 (INSIDE) dream@donga.com

과학동아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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