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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전염의 시작

바이러스가 교활해지다

1.전염의 시작 바이러스가 교활해지다

에볼라가 서아프리카를 강타하고 있다. 올해 봄 기니를 시작으로 라이베 리아, 시에라리온으로 에볼라가 전염된 뒤, 최근 교통의 중심지 나이지 리아에서까지 환자가 발생했다. 8월 21일 현재까지 에볼라에 감염된 사람은 2473명, 사망자는 1350명이다. 이번 에볼라의 치사율은 54.6%로, 이전의 다 른 에볼라 아웃브레이크에 비해 특별히 높지 않다. 그럼에도 희생자 숫자는 가장 많다. 이번 에볼라 비상사태는 어떻게 시작돼서 퍼진 걸까.


Q. 에볼라 쇼크, 어떻게 시작됐나?
A. 처음 시작은 단 세 명!

 
8월 6일 기니의도심 한가운데 에볼라에 감염된 남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경찰도 손을 쓰지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다.
▲ 8월 6일 기니의 도심 한가운데 에볼라에 감염된 남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경찰도 손을 쓰지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다.
서아프리카를 습격한 에볼라는 단 세 명에 의해 확산됐다. 사건이 최초로 시작된 장소는 기니 남부의 게케두 근처 멜리안도 마을. 최초로 환자가 발생한 시점은 작년 12월 2일이다. 막 걸음마를 뗀 2살배기 남자아이가 고열, 구토, 검은 대변에 시달리다 사흘 뒤인 12월 6일 사망했다. 곧이어 아이의 어머니와 3세 누나, 할머니도 비슷한 증상으로 숨을 거뒀다. 가족을 돌보던 마을의 산파와 간호사마저 고열로 숨졌다. 정확한 이유를 아무도 몰랐다.

정체모를 질병은 다른 감염자를 통해 인근의 게케두로 확산됐다. 게케두는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의 국경이 모두 만나는 위치에 있는 인구 10만의 도시다. 게케두에 거주하는 보건의료 전문가는 메리나도우 마을에 들렀다 에볼라에 걸렸다. 그는 마센타에서 치료를 받다가 의사에게 병을 옮겼고, 키씨도고에서 열린 의사의 장례식에서 그의 형제 두 명이 에볼라에 감염됐다. 형제는 올해 3월 7일과 8일에 각각 숨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24일 기니 남부의 게케두, 마센타, 키씨도고에서 86명의 에볼라 환자가 발생해 6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WHO가 기니의 세 도시에 에볼라를 퍼뜨린 사람으로 지목한 이는 최초로 감염된 멜리나도우의 남자아이, 마을을 방문했던 보건의료 전문가, 그를 치료하다 숨진 마센타의 의사, 딱 세 명이었다. 재앙의 시작은 의외로 작고 단순했다.


Q. 첫 환자는 왜 감염됐나?
A.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동물을 먹었다

 
베냉의 우이다지역 시장의 모습.서아프리카 시장에선 야생동물이 흔하게 거래된다.
▲ 베냉의 우이다 지역 시장의 모습. 서아프리카 시장에선 야생동물이 흔하게 거래된다.
감염원은 야생동물이다. 사람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가진 야생동물에 물리거나 날 것으로 먹을 경우 에볼라에 감염될 수 있다. 보건당국은 야생동물과 접촉한 게케두 마을의 사냥꾼이 최초 사망자인 2세 아이에게 에볼라를 옮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볼라를 보유했을지도 모르는 야생동물 대신 가축을 길러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 게케두 인근 주민인 시아 펠라 레노는 영국 신문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야생 동물을 사냥하기 쉽기 때문에 가축 사육이 널리 퍼지지 않았다”면서 “갑자기 삶의 방식을 바꾸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아프리카는 가축을 키우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가축은 찜통 같은 더위를 싫어한다. 인간은 현재 약 10종의 가축을 키우고 있는데, 그 중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종은 단 한 종도 없다. 또 이번에 에볼라가 퍼진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은 모두 최근까지 오랜 내전에 시달렸다. 아이들이 소년병으로 끌려가고 총성이 오가는 와중에 가축을 기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Q. 치사율 낮은 에볼라 사망자는 왜 더 많나?
A. 에볼라가 영악하게 진화했다

 
에볼라에 감염되면 혈관내피세포가 파괴돼 온 몸에서 피가 흘러나온다.의사가 에볼라 의심환자의 빨갛게 충혈된 눈을 검사하고 있다.
▲ 에볼라에 감염되면 혈관내피세포가 파괴돼 온 몸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의사가 에볼라 의심환자의 빨갛게 충혈된 눈을 검사하고 있다.
이번 에볼라의 치사율은 54%로 이전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낮은 치사율이 에볼라의 확산을 촉진시켰다. 만약 이전처럼 숙주(인간)가 일찍 죽었다면 에볼라 바이러스도 다른 숙주를 찾기 전에 함께 사망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치사율이 낮아 숙주가 오래 살아남는 바람에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다른 숙주를 찾는 데 시간을 많이 번 셈이다. 바이러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남기는 것이다. 이전의 에볼라처럼 숙주를 너무 빨리 죽이면 진화가 덜 된 것이다. 가능하면 천천히, 영원히 죽이지 않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제서야 에볼라 바이러스가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릴 수 있게 진화한 셈이다.

에볼라는 어떻게 지금처럼 진화한 걸까.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 독일 베른하르트 노치 병원의 스테판 군터 박사팀은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의 DNA 서열이 자이르 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하며 그 차이는 약 3%라고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4월 16일자에 발표했다(자이르 바이러스는 에볼라 바이러스 중 가장 위험한 종으로 치사율이 80%에 달한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간에 DNA 서열 차이 3%는 굉장히 크다”고 설명했다.

이 3%의 차이가 치사율을 낮췄을 가능성이 높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출혈을 일으킨다. 출혈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지질막이나, 바이러스와 싸우다 지친 대식세포에 의해 혈관에 상처가 나서 생긴다. 온 몸에서 피가 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출혈 증상이 약해 치료가 쉬웠고 치사율이 낮았다. 대신 질병은 더 많이 퍼졌다.


 
서아프리카에서는 장례식을 치를 때죽은 이에게 키스를 하는 풍습이 있다.
▲ 서아프리카에서는 장례식을 치를 때 죽은 이에게 키스를 하는 풍습이 있다.
Q. 장례식을 통해 에볼라가 퍼졌다고?
A. 시체와의 키스가 참사를 불렀다

서아프리카는 독특한 장례 문화를 가지고 있다. 문상객은 죽은 이에 키스를 하고 가족은 가는 이를 깨끗이 씻긴다. 망자에게 영원한 안녕을 고하는 이 의식이에볼라를 확산시켰다. 에볼라는 환자의 체액을 통해서 감염된다. 체액은 침, 혈액, 림프액, 정액이 포함된다. 침은 죽은 이와의 키스를 통해서 에볼라를 퍼뜨렸다. 몸 곳곳을 씻기는 과정에서 나온 피는 환자의 가족을 공격했다. 환자를 추모하는 서아프리카식 장례는 뜻하지 않게 에볼라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Q. 그동안 에볼라는 쉽게 퍼지지 않았는데?
A. 이번에는 버스와 비행기를 탔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대도시로 퍼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 에볼라 바이러스가 대도시로 퍼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76년 첫 유행 이래 에볼라는 대부분 외딴 마을이나 고립된 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높은 치사율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프리카의 낙후된 교통도 한몫했다. 불행히도 이번에는 에볼라가 대중교통을 타고 국경을 넘었다. 지난 3월 기니에서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까지 에볼라가 퍼지는 데는 버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라이베리아 북부 지역에 살던 여성이 가까운 기니의 시장에 다녀온 뒤 에볼라에 감염돼 여동생의 간호를 받다 숨졌다. 언니와 비슷한 질병에 걸린 것을 느낀 여동생은 남편을 만나기 위해 몬로비아로 향하는 통근 버스에 탔다. 이때 같이 탔던 다섯 명이 감염돼 숨졌다. 몬로비아에 도착한 그녀는 젊은 남성의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 남편이 일하는 농장에 도착했다. 라이베리아 당국은 오토바이를 운전한 젊은 남성을 추적하고 있다.

에볼라는 비행기도 탔다. 라이베리아 재무부에서 근무하고 있던 패트릭 소여는 6월 20일 나이지리아의 수도 라고스의 공항에 내린 뒤 쓰러졌다. 그는 라고스 시내의 유명병원에서 말라리아 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라고스는 1300만 명이 사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를 잇는 교통의 중심지다. 세계보건안보센터의 데이비드 헤이만 센터장은 “비행기를 같이 탄 모든 사람을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국가 중 우리 교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정부는 최근 교민 700명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대응팀을 나이지리아에 급파했다. 한국 대사관은 철수를 권고했고, 대부분이 귀국을 준비 중이다. 이제 더 이상 에볼라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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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쇼크
INTRO. 에볼라의 모든 것
PART1.전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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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한국은 에볼라 무방비 국가
PART3. 인간에겐 아직 두 개의 무기가 남아 있습니다
EPILOGUE. 에볼라 대재앙 앞으로 어떻게? 대유행 팬데믹은 아직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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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송준섭 기자
  • 도움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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