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태계는 섬과 닮았다?
동물들은 식물이 가득한 자연환경에서 살아가지. 도시에도 이런 ‘녹지’는 있지만, 도로와 건물 때문에 대부분 작은 섬처럼 고립돼 있어. 그 결과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고 있지. 우선 그 안에 사는 동물들의 서식처가 좁아져. 먹이도 줄어들기 때문에 많은 생물이 살아가기 어렵지. 결국 동물들은 넓은 자연을 찾아 도시 밖으로 나가. 그래서 포식자 역할을 할 야생동물들이 사라진 거란다.
야생동물이 남아 있더라도 또 다른 문제를 겪게 돼. 녹지가 고립되면 이곳에 사는 생물들은 마치 섬처럼 갇힌 생태계를 이뤄. 이때 가장 큰 문제는 유전자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점이야. 넓은 지역에서는 한 종이 여러 곳에 퍼져 살며 서로 교류할 수 있지만, 좁은 지역에는 아주 적은 수의 무리만 갇혀 살게 돼. 자기들끼리 계속 짝짓기를 하며 새끼를 낳다 보면 유전자에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나중엔 암컷만 태어나게 돼. 결국 후손을 이어갈 수 없고, 생태계도 비정상이 되지.
그런데 요새는 오소리나 황조롱이,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들이 도시로 다시 돌아오고 있대. 이런 야생동물들은 외곽의 산이나 강변 같이 자신들의 서식처와 비슷한 곳에 둥지를 틀더라. 멧돼지나 삵도 도시를 기웃대곤 하지. 하지만 야생동물이 늘어난 게 반가운 일만은 아냐. 왜냐하면 그들의 원래 서식처인 자연이 그만큼 황폐해져 먹을 게 또 없어졌다는 뜻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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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녹지가 있으니 된 거 아니냐고? 안타깝지만 도시의 녹지는 자연처럼 제 역할을 하기 힘들어. 녹지를 이루고 있는 식물들은 뿌리로 빨아들인 물과 호흡으로 섭취한 이산화탄소, 듬뿍 쬔 햇빛을 통해 광합성을 하지. 이 과정에서 산소와 영양분이 만들어져. 하지만 도시의 땅은 대부분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여 있기 때문에 비가 스며들 수 없어. 이 때문에 지하수가 부족하고, 밖으로 나와 있는 토양도 매우 건조해. 토양의 양분도 부족해서 식물이 뿌리 내리기 어려워.
게다가 도시의 공기는 많이 오염돼 있잖아. 배기가스에서 나온 이산화황 같은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 가득하지. 이런 물질이 비에 녹아든 산성비가 다시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켜. 도시의 식물은 악조건에서 억지로 버티고 있는 셈이야.
2011년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곽정인 박사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의 녹지는 대부분 ‘천이’가 중단된 상태라고 해. 천이는 한 지역의 주요 식물이 계속 바뀌며 울창한 숲을 가꿔가는 자연적인 흐름을 말해. 척박한 환경 위에 잘 사는 토끼풀, 덩굴 같은 식물이 먼저 토양을 기름지게 만든 뒤, 상록수가 등장해 토양을 보호하고 키우다가 마지막은 너도밤나무 같은 낙엽활엽수가 등장해 울창한 숲을 만들지. 하지만 도시에선 이 흐름이 멈춰 버렸기 때문에 지금 있는 나무가 죽으면 녹지가 사라질 위험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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