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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순찰대원 고딱지] 저 멀리 반짝이는 불빛

그때 누군가 딱지의 손을 붙잡았습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루띠였습니다.
“딱지야, 꽉 잡아!”
그런 루띠의 발을 몸으로 칭칭 감고 있는 건 용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용용의 꼬리를 프로보가 붙잡고 있었고, 프로보의 다리를 해롱 선장이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해롱 선장은 벽에 튀어나온 고리에 발목을 걸고 있는 힘껏 버티고 있었습니다.
“놓치면 안 돼!”
루띠가 외쳤습니다. 딱지는 루띠의 손을 꽉 붙잡았습니다. 딱지의 눈에 넓은마음이 탄 우주선이 떠나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제어스틱!’
그것을 찾지 못하면 우주순찰대 본부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산산이 부서질 운명이었습니다.
“루띠, 손을 놔 주세요!”
“뭐? 미쳤어? 너 죽는다고!”
“넓은마음을 놓치면 우리 모두 끝장이에요! 우주선 쪽으로 잘 겨냥해서 손을 놓아요!”
루띠는 결의에 찬 딱지의 표정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딱지를 잡은 손을 양쪽으로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딱지는 흔들리는 각도와 우주선의 위치를 가늠하다가 말했습니다.
“지금이에요!”
루띠가 손을 놓자, 딱지는 바람에 휩쓸려 우주 공간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쿵-. 딱지가 넓은마음의 우주선에 찰싹 달라붙었습니다. 딱지는 밖에서도 열 수 있는 비상출입구를 찾아 문을 열었습니다.
“이 녀석!”
딱지가 비상출입구를 닫고 돌아서는 순간 넓은마음이 딱지를 덮쳤습니다. 둘은 서로 뒤엉킨 채 바닥을 뒹굴었습니다.
“이 코딱지 녀석! 여기까지 따라와?”
“넓은마음! 도대체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냐?!”
“왜 이러냐고? 우주순찰대를 없애기 위해서지! 감히 나 같은 인재를 입학시험에서 떨어뜨려? 너 같은 코딱지도 붙었는데? 가만두지 않겠어!”
“고작 그것 때문에 이런 큰일을 벌여? 마음이 코딱지만한 녀석이구나!”
“시끄러워!”
넓은마음은 머리만 좋은 게 아니라 격투 실력도 출중했습니다. 사관학교 훈련을 받은 딱지도 쉽게 이길 수 없었습니다.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와중에 넓은마음의 품에서 제어스틱이 떨어졌습니다. 딱지가 몸을 날려 제어스틱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넓은마음이 딱지를 위에서 짓눌렀습니다. 넓은마음의 힘은 상당했습니다! 두 팔을 붙잡고 바닥에 밀어붙이니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딱지에게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우아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 슬라임 나와라, 뚝딱!”
“뭐라고?”
넓은마음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딱지는 콧속이 간질거리며 슬라임이 차오르는 느낌이 들자 고개를 위로 쳐들었습니다. 그리고 콧구멍을 넓은마음의 얼굴을 향한 채 ‘흥-’ 하고 콧김을 내뿜었습니다. 슬라임이 넓은마음의 얼굴을 덮었습니다.
“악! 이게 뭐야?”
딱지는 허우적대는 넓은마음에게서 빠져나와 제어스틱을 들고 달렸습니다. 그리고는 통신기를 찾아 라일락 본부장과 연결했습니다.
“본부장님! 지금 제어스틱의 내용을 전송하겠습니다!”
그리고 제어스틱을 꽂고 그 안의 정보를 모두 전송했습니다.
“수신 완료! 됐어. 이거면 컴퓨터를 복구할 수 있어. 잘했다, 고딱지 대원!”
딱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등 뒤에서 고함이 들렸습니다.
“내 계획을 망치다니 용서할 수 없다!”
넓은마음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또다시 엉켜서 뒹굴었습니다. 넓은마음에게 밀쳐진 딱지가 제어판에 부딪히는 순간 우주선이 갑자기 기울어졌습니다. 넓은마음은 얼굴이 흙빛이 되더니 조종석으로 달려갔습니다.
“우주선이 블랙홀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어! 이런! 조종장치가 망가졌잖아!”
넓은마음이 쓰러져 있는 딱지를 보며 말했습니다.
“이 우주선에 탈출용 비행선은 하나뿐이다. 넌 이대로 블랙홀에 빠져 버려라, 안녕!”
딱지는 간신히 일어났지만, 넓은마음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딱지는 서둘러 우주선 에어록★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그곳에는 비상용 우주복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희망을 걸어 볼 수밖에.’
우주복을 입은 딱지는 우주로 통하는 문을 열었습니다. 문이 열리자 공기가 순식간에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딱지도 우주로 날아갔습니다. 딱지는 멀어져가는 우주선을 바라보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했습니다.
‘산소가 먼저 떨어질까, 아니면 우주선과 같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게 될까….’
그때 저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이 보였습니다. 불빛은 점점 가까워지더니 우주선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그건 바로 해롱 호였습니다!
해롱 호로 무사히 들어온 딱지는 대원들과 얼싸안았습니다.
“다행이다, 딱지야.”
“블랙홀로 떨어지는 줄 알았지 뭐야.”
“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해롱 호도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래도 대원을 버릴 순 없지. 내 도깨비방망이도 찾아야 하는데 말이야.”
해롱 선장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딱지는 해롱 선장의 눈이 촉촉해지는 걸 눈치챘습니다.
“해롱 호, 고딱지 대원 구출 완료. 본부로 돌아간다!”
프로보가 라일락 본부장에게 큰 소리로 보고했습니다.
우주순찰대 본부에 모두가 모였습니다. 라일락 본부장이 딱지에게 말했습니다.
“수고했다, 고딱지 대원. 덕분에 본부가 무사할 수 있었어.”
“넓은마음은 어떻게 됐습니까? 탈출 비행선을 타고 도망쳤는데요.”
“계속 우주선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탈출 비행선은 보지 못했다. 고장이 났을 수도 있지.”
하지만 딱지는 왠지 넓은마음이 몰래 탈출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보게, 고딱지 대원. 인상적인 활약이었네. 간만에 욕심이 나는 인재야. 어떤가? 우리 페가수스 호와 함께 하는 게?”
그건 스카우트 제의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딱지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우주순찰대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바라던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딱지의 눈에 해롱 호 대원들이 들어왔습니다. 해롱 선장은 입술을 삐죽이며 딴 데를 쳐다보고 있었고, 루띠와 용용, 프로보는 복잡한 표정으로 딱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딱지가 입을 열었습니다.
“제의는 감사합니다, 페가수스 선장님. 하지만 저는 해롱 호가 좋습니다. 여기서 계속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그러자 루띠와 용용, 프로보가 다가와 어깨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해롱 선장도 슬그머니 웃는 게 보였습니다. 딱지도 해롱 호 대원들을 마주 보며 활짝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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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4호 어린이수학동아 정보

  • 고호관(SF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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