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금 쓰고 있는 에너지는 얼마나 더럽습니까?”
지난해 말 민간 환경데이터 조사기관인 ‘행동을 위한 탄소 감시’(Carbon Monitoring for Action, www.CARMA.org) 웹사이트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오염물질과 온실기체를 배출하는 발전소의 명단이 공개됐다. 일명 ‘더러운 발전소’를 선정한 셈인데, 사이트에 따르면 지구 곳곳에는 5만 개가 넘는 발전소가 있고 이 가운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수천여 개의 발전소는 매년 이산화탄소를 100억 톤 가까이 배출하고 있다.
더러운 발전소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었는데, 이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50억 톤을 웃돌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발전소는 중국과 한국, 러시아 ‘출신’으로 드러났다. 충남 보령에 위치한 화력발전소는 매년 378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더러운 발전소 랭킹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에너지의 출처까지 따져본다면 환하게 빛나는 조명과 씩씩하게 돌아가는 세탁기를 보는 일이 별로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바이오연료 논쟁을 잠재울 튀김 기름?
그렇다면 당신이 몰고 있는 자동차는 얼마나 깨끗한 연료를 사용할까. 휘발유와 경유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미세분진이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이를 대체할 바이오연료가 등장했다. 바이오연료는 사탕수수나 콩, 고구마, 해초, 축산폐기물, 생활쓰레기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휘발유 대신 사용되는 바이오에탄올은 녹말이 포함된 작물에서 포도당을 뽑아낸 뒤 이를 발효시켜 얻는다. 경유를 대체하는 바이오디젤은 콩기름이나 유채기름의 지방산과 메탄올을 반응시켜 생산한다. 바이오연료는 환경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할 뿐만 아니라 원료인 식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환경친화적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바이오디젤은 분자 하나마다 산소 원자 두 개를 갖고 있어 대부분 완전 연소되므로 경유 대신 사용하면 공해 물질의 양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바이오연료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자연보호위원회 조지프 파지오니 박사팀은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산림을 파괴하고 초지를 개간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 2월 7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브라질과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과 미국의 초원이 바이오연료의 원료 작물을 키우기 위한 농토로 전락하며 결과적으로 바이오연료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며 감소시킨 이산화탄소의 양보다 17~420배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반면 축산폐기물이나 생활쓰레기에서 얻은 바이오연료는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로 비누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연료도 만든다.”
정답은 바로 폐식용유. 국내에서 매년 소비되는 식용유의 양은 100만 톤 정도. 이 가운데 약 20만 톤이 폐식용유로 수거돼 절반은 가축용 사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나머지는 소각, 매립되거나 강과 해양에 불법으로 배출돼 환경을 오염시킨다. 하지만 버려지는 폐식용유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한다면 매년 식물성 기름을 수입하는 비용 중 약 900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바이오디젤을 만들 때 대부분 수입대두유에 의존하고 있다. 폐식용유를 쓰면 콩과 옥수수의 가격 폭등에 연연할 필요 없고 식량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한계도 극복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오스트리아와 일본은 폐식용유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해 성공을 거뒀다. 2005년 오스트리아 그라츠는 가정과 식당에서 수거한 폐식용유를 재활용해 버스 150여대의 연료로 사용했다.
일본 교토는 1년간 폐식용유 1600톤을 바이오디젤로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 중이며 바이오디젤과 경유를 20 : 80의 비율로 혼합해 버스와 청소차량에 공급한다.
폐식용유를 들여다보면 음식찌꺼기도 떠있고 색깔도 투명하지 않다. 요리에 사용하면서 불순물이 생겼기 때문인데, 기름이 산화되며 *유리지방산도 만들어진다. 폐식용유에서 유리지방산을 걸러내지 않으면 바이오디젤을 만들 때 알칼리성 촉매와 반응해 중화반응을 일으키므로 바이오디젤의 수급 효율이 떨어진다.
골칫거리 유리지방산을 제거하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바이오매스센터에서는 폐식용유의 골칫거리인 유리지방산을 제거하는 전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유리지방산의 농도가 2% 이하로 낮을 경우에는 폐식용유를 수산화나트륨(NaOH) 같은 알칼리성 물질과 반응시켜 중화시킨다. 그 결과 염(R-COO-Na)과 물(H₂O)이 만들어지고 폐식용유 속 유리지방산도 제거된다. 두 번째는 유리지방산과 메탄올(CH₃OH)에 산성 촉매를 넣어 반응시키는 방법이다. 이때 바이오디젤(R-COO-CH₃)이 1차적으로 만들어지고 물이 생성된다.
전처리를 한 원료는 바이오디젤로 변신할 준비를 마친 상태. 여기에 메탄올과 알칼리성 촉매인 수산화칼륨(KOH) 또는 수산화나트륨을 넣고 60℃에서 1시간 정도 반응시키면 지방 한 분자 당 바이오디젤 세 분자(3R-COO-CH₃)가 만들어진다.
메탄올과 촉매는 회수되고 부산물인 글리세린(${C}_{3}{H}_{8}{O}_{3}$)은 약품이나 화장품의 원료로 활용되므로 환경을 더럽히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폐식용유 1kg으로 바이오디젤 1kg을 생산할 수 있고 실제 효율도 90%를 웃돈다.
2000년부터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로 만드는 연구가 국내에서 진행됐다. 현재 유리지방산을 전처리할 때 쓰는 산성 촉매로 액체 황산과 질산 대신 제올라이트 같은 광물 촉매를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산업현장에 적용 중이다. 고체 촉매는 반응 뒤 회수하기 쉬워 폐수 배출 문제를 덜 수 있다.
국내에서 바이오디젤은 2006년 7월 전국으로 보급됐고 정유사와 주유소는 경유와 바이오디젤을 섞어 경유 자동차에 공급한다. 우리나라의 바이오디젤 생산량은 한해 약 10만 톤. 이 가운데 20% 정도가 폐식용유를 원료로 한다.
지난해 9월 정부는 2011년까지 경유 소비량의 2.5% 수준으로 바이오디젤을 공급하고, 경유에 혼합하는 바이오디젤의 비율도 늘리겠다는 ‘바이오디젤 중장기 보급계획’을 내놨다. 현재 판매되는 바이오디젤은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0.5% 정도 혼합해 만든다.
정부는 바이오디젤 혼합률을 올해 안에 1%로 끌어올리고 2012년까지 3% 수준으로 높일 계획인데,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폐식용유에 주목하고 있다. 폐식용유는 바이오디젤 생산 단가를 식물성 기름보다 30~40%까지 줄여준다.
관건은 폐식용유를 얼마나 원활히 수거할 수 있느냐다.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기름기 많은 음식을 서양보다 덜 조리하기 때문에 패스트푸드점이나 라면공장 같은 산업체로 눈을 돌리는 편이 좋다. 또 추운 겨울철에는 폐식용유가 응고되기 쉬우므로 적절한 수거 장비를 개발하는 일도 시급하다. 폐식용유를 자원으로 만드는 기술은 있지만 원활하게 재활용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지만 쓰레기로 만든 에너지는 그 무엇보다 깨끗하다. 폐식용유 넣고 달리는 깨끗한 자동차가 많아질수록 우리나라의 하늘도 더 맑아지지 않을까.
폐식용유로 석유 중독 이겨낸 오스트리아 그라츠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그라츠는 1994년 세계 최초로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사용하는 공장을 가동했고 바이오디젤 버스를 시범 운행했다. 2005년부터는 그라츠에서 운행하는 버스 150여 대와 택시의 60% 정도가 식당과 가정에서 수거한 폐식용유로 운행 중이다. 여기서 사용하는 바이오디젤은 경유와 혼합하지 않은 100% 순수 원액이다.
용량이 500~1000L인 폐식용유 회수용기 450개가 그라츠의 폐기물센터마다 비치돼있다. 여기서 식당과 가정에서 수거한 폐식용유를 한데 모아 바이오디젤 공장으로 보낸다. 폐식용유 회수용기에는 불순물을 거르는 여과장치와 응고를 막는 전기가열장치가 갖춰있다.
먼지와 일산화탄소를 펑펑 내뿜던 자동차가 콩기름 냄새를 솔솔 풍길 수 있었던 데에는 폐식용유를 자발적으로 수거한 시민들의 노력이 컸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시민들이 모은 폐식용유 양은 연간 2000~3000톤에 이른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의 그라츠는 몇 년 전만 해도 스모그의 도시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녹색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유리지방산(R-COOH)*
지방을 가수분해하면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된다. 이 가운데 글리세롤과 결합 고리를 끊고 튀어나가려는 지방산을 유리지방산이라고 한다. 신선한 기름보다는 산패한 기름에 많이 존재한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21세기 그린파워 리사이클링 사이언스
INTRO 쓰레기에게 새 생명을!
PART1 고물 휴대전화 속 보물지도
PART2 플라스틱 공화국의 재활용 비법
PART3 폐식용유 먹고 달리는 자동차
PART4 지구온난화 늦춰줄 한 줌의 '소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