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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꼭꼭 숨어있는 빛까지 잡아낸다

태양광장시장은 '전쟁' 중

지난 5월 10일 동양건설산업은 전라남도 신안군 태천리 일대에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기공식을 열었다. 축구장 80개 넓이에 이르는 부지에 건설되는 이 발전소는 6000여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게다가 연간 2만 톤의 온실가스를 줄여 1억8000만원의 온실가스 배출권 수익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태양광발전 시설이 들어서는 곳은 신안군뿐이 아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건설 허가를 받아 짓고 있거나 사업 추진 중인 태양광발전소는 무려 261개, 발전용량은 총 120MW가 넘는다. 그야말로 ‘태양광 붐’이다.
 

2008년 11월 전남 신안군에 완공될 20MW급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소의 조감도.


효율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태양광 열풍’은 전세계에 부는 거대한 ‘바람’이다. 2001년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독일의 태양광전지 회사 큐셀이 5년 만에 54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거대회사로 성장한 사례는 ‘바람’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태양광시장이 매년 30%이상 성장해 2010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와 맞먹는 350억달러(31조5000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태양광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2005년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탓이지만 태양광전지의 효율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하다.

1954년 미국 벨연구소에서 실리콘을 이용해 태양전지를 만들어 처음 상용화했을 때 에너지효율은 약 6% 정도였다. 그 뒤 박막 실리콘을 이용한 태양전지의 효율이 평균 15% 정도까지 높아졌으며, 최근 특수 무기반도체를 이용해 효율이 20% 이상인 태양전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태양전지 효율이 높아진 이유는 반도체 기술이 발전한 덕분이다. 반도체 재료를 박막으로 만들어 빛에 대한 감응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전자를 효과적으로 수집해 전류로 만드는 미세공정도 개선했다.

하지만 효율이 높은 태양전지가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 태양광발전시장에서는 초기 개발제품인 6% 정도 효율의 태양전지가 주류를 이룬다. 그 이유는 바로 가격 때문이다.

효율이 10% 이상 되는 태양전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밀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장비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서 생산단가가 최소 2배 이상 비싸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대부분 태양광발전소는 효율은 낮지만 값이 싼 태양전지를 넓은 지역에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재 태양광 발전의 비용은 1kW당 700원 정도로 화력발전소의 전기 생산비용 70원의 10배 수준이다. 효율이 높아지면 가격도 높아지는 ‘태양전지 딜레마’에서 과학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가격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태양전지를 만들 수는 없을까. 과학자들은 값비싼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는 ‘염료감응형태양전지’와 ‘고분자태양전지’ 같은 2세대 유기태양전지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1세대 실리콘 태양전지, 2세대 고분자 태양전지


1세대 실리콘 태양전지
실리콘으로 만든 p형 반도체와 n형반도체의 접합 부분에 태양빛이 들어오면음전하(전자)와 양전하(정공)가 나뉘어양쪽의 전극에 모인다.

2세대 고분자 태양전지
얇은 플라스틱 기판 위에 입힌폴리사피오엔 같은 고분자반도체 물질에 빛이 들어오면 고분자반도체 물질전체에서 음전하(전자)와양전하(정공)가 만들어진다.

2015년 ‘태양광 값’ 현재의 10분의 1 된다

2세대 유기태양전지의 강점은 싼 가격이다. 염료감응형태양전지는 전기가 흐르는 유리판 두 장 사이에 산화티타늄(${TiO}_{2}$) 같은 고체 나노코팅층을 입힌 뒤 두 판 사이에 태양빛을 흡수하는 루테늄화합물 같은 유기금속염료물질을 넣어서 만든다. 또 고분자태양전지는 한 장의 유리 또는 매우 얇은 플라스틱 기판 위에 두께가 약 200nm(나노미터, 1nm=${10}^{-9}$m) 이하의 고분자반도체 나노층을 입혀 만든다.

두 태양전지는 정밀 반도체 공정의 비싼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1세대 태양전지에 비해 초기 투자비가 30%에서 70%까지 적게 든다.

게다가 고분자태양전지 같은 경우 얇은 플라스틱 필름을 기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접을 수 있으며, 무게가 가벼워 건물 벽 같은 곳에도 쉽게 시공할 수 있다. 또 반투명한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어 건물의 창문이나 자동차 유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독일의 지멘스나 영국의 비피 솔라 같은 세계의 기업은 2세대 태양전지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세계적 흐름에 맞춰 삼성이나 현대 같은 국내 대기업도 최근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2세대 태양전지는 에너지효율이 아직 낮은 편이다. 현재 태양광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1세대 태양전지의 효율이 10%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2세대 태양전지도 그 이상의 효율을 보여야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아직 연료감응형태양전지와 고분자태양전지 모두 아직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2세대 태양전지의 효율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비밀은 ‘잃어버린 400nm’에 있다. 현재까지 사용된 2세대 태양전지는 태양빛 파장 중에서 350~700nm에서 최대 700nm 정도 영역의 빛만 흡수한다. 즉 700~1100nm사이에 있는 400nm만큼의 태양에너지는 활용하지 못한 채 그대로 버렸던 셈이다.

2002년 미국 UC버클리의 알리비사토 교수팀과 오스트리아 요하네스케플러대의 린츠 연구그룹은 무기나노입자와 폴리싸이오펜이라는 유기물질을 섞어 근적외선 영역의 빛을 일부 흡수하는 최초의 유기태양전지를 만들었다. 기대했던 만큼 높은 에너지효율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잃어버린 400nm 영역을 잡는 유기태양전지의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로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실리며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화석연료에너지의 10배에 이르는 태양광 에너지 가격이 2010년쯤 2~3배 수준까지 내려가고 2015년이 되면 거의 비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근적외선 영역의 태양빛을 흡수하는 태양전지를 개발해 효율이 10%를 넘을 수 있다면 이 속도는 2배 이상 빨라질 전망이다.

나날이 커지는 태양광시장의 열기 속에서 세계는 2세대 태양전지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쟁’을 시작했다. 태양광의 숨은 ‘400nm 노다지’를 발견하는 자가 이 전쟁의 승자가 되지 않을까.
 

반투명한 고분자 태양전지는 건물의 창문이나 자동차 유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태양이 전기요금 내주는 마을_2012년 전국에 태양광주택 10만호 생긴다

광주광역시 남구 행암동 향등마을에 사는 최수용(60) 씨의 지난 4월 전기요금은 ‘껌 값’이나 다름없었다. 전기요금 고지서에 적힌 숫자는 단돈 590원. 오랫동안 여행이라도 다녀온 것일까. 아니다. 보통 가정에서 쓰는 만큼 전기를 썼는데도 요금이 이렇다. 전기요금 대부분을 ‘태양’이 내줬기 때문이다.
 

태양광주택의 원리

태양전지모듈(01)에서 생산한 직 류전류를 인버터(02)에서 교류전 류로 바꾼다. 이 전류를 분배기(03) 를 통해 생활에 이용하고 모자란 전 기는 한국전력(04)에서 공급받는 다. 발전량이 많은 경우 거꾸로 한 국전력으로 전기를 보내고 다음 달 소비전력에서 차감한다.


거꾸로 도는 계량기

최 씨의 2층 단독주택 옥상에는 ‘태양에게 전기값을 받아주는 장치’가 있다. 다름 아닌 태양광발전 시설이다. 여기서 생산한 전력을 생활에 이용하고, 모자라면 한국전력에서 전기를 공급받는다. 햇빛이 강한 날이면 거꾸로 한국전력으로 전기를 보내기도 한다. 이때 전기 계량기를 보면 눈금이 거꾸로 돌아간다.

최 씨는 “3월에는 전기요금이 3390원 나왔는데, 4월 들어 해가 길어지자 발전량이 늘어 요금이 더 줄었다”며 “한여름이 되면 200원만 낸다”고 말했다. 200원은 가정에서 사용한 전력보다 태양광발전 시설에서 생산한 전력이 더 많을 경우 부과되는 기본요금이다.

마을 전체를 둘러보면 집집마다 옥상의 태양전지판이 검푸른 빛을 내고 있다. 향등마을 64가구엔 모두 2.1kW급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정부가 2004년 시작한 ‘태양광주택10만호보급사업’ 시범마을로 선정된 덕분이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의 70%를 정부가, 나머지 30%(708만원)는 주민 각자가 부담했다.

시범마을로 선정됐을 당시에는 적지 않은 설치비용과 전기시설은 위험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몇 사람이 시스템을 설치하고 한 달 뒤 전기요금 고지서를 확인하자 사람들이 달라졌다. 한시라도 빨리 설치하는 게 전기요금을 아끼는 거라 생각하고 설치 순서를 두고 옥신각신했다는 후문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에너지관리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이 마을 주민의 97%가 태양광 발전시설에 만족하고 있다. 고장이 난 경우도 거의 없다. 한 주민은 “태양광발전설비 때문인지 지난 3년 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집은 하나도 없었다”고 귀띔했다.
 

광주광역시 행암동 향등마을 64가구엔 모두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전기요금이 연간 평균 36만원씩 절약된다.


집집마다 1년에 CO2 3톤 줄여

전국 곳곳에 ‘태양광 마을’이 늘고 있다. 지난 4월 울산 울주군 해돋이마을의 31가구도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했다. 현재 향등마을이나 해돋이마을처럼 마을 전체가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한 곳은 전국 10곳이 넘는다.

정부는 태양광주택10만호보급사업으로 2012년까지 일반주택이나 공동주택이 3kW 이하의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비용의 일부(현재 kW당 평균 504만원)를 보조해 주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보급실 이재훈 팀장은 “지금까지 전국 8100여 세대가 정부의 보조를 받아 태양광발전 설비를 갖췄으며 올해 말에는 1만5000세대로 늘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적지 않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태양광발전 설비를 지원하는 까닭은 2012년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청정에너지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태양광발전 시스템은 어느 지역에나 설치할 수 있고 유지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데다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도 큰 편이다. 한 가구가 3kW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할 경우 1년 동안 이산화탄소 3톤 정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33만 가구가 설비를 갖추면 1GW급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셈이다.

하지만 태양광발전 설비를 갖추는 비용을 개인이 전액 부담하기는 무리다. 정부가 설치비용을 전혀 보조하지 않는다면 전기요금을 아껴 설치비용을 회수하는데 20년 정도가 걸린다.

전문가들은 태양광시스템의 가격을 떨어뜨리려면 주요 부품생산과 서비스가 대량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이 먼저 만들어져야한다고 지적한다. 이 팀장은 “가정용 태양광산업이 발전한 유럽의 사례를 보면 총 설치용량이 2배가 될 때마다 비용은 20%씩 낮아진다”고 말했다.

일본은 1994년부터 25만호보급 사업을 시작해 2005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1996년까지 반액을 보조하다가 1997년부터는 30%로, 2000년부터는 그 이하로 보조금을 줄였지만 설비를 신청하는 가구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그만큼 시장이 커져 설치비용도 줄었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놀드 슈와제네거 지사가 ‘백만 개의 지붕’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2018년까지 총 29억달러(약 2조 6000억원)를 설치비용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조금배 조선대 태양에너지실증연구사업단장은 “정부의 지원으로 태양광 마을의 수가 증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양광발전 시설의 주요 부품을 하루빨리 국산화해 절약한 환경비용이 고스란히 기술선진국으로 넘어가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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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영규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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