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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와 진핵세포의 동거는 수십억 년 전에 시작됐지만, 아직 이들의 동거는 불편하다. 에너지 공장에서 내뿜는 불쾌한 매연은 퇴행성뇌질환을 유발하며, 암 세포는 미토콘드리아와 정상세포 사이를 파고들어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 이들 병을 정복하려면 미토콘드리아를 연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토콘드리아 속 노화와 뇌질환의 열쇠


진핵세포는 미토콘드리아가 만들어내는 에너지(ATP) 덕분에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그림자가 있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는 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처럼,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들 때도 요란한 불청객이 찾아온다. ‘활성산소(ROS)’라고 불리는 이 불청객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키며 노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1. DNA 공격하는 활성산소

활성산소는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아주 높아 단백질, DNA 등을 파괴한다. 체내의 활성산소는 대부분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저장물질인 ATP를 생성할 때 만들어진다. 전자전달계에서 양성자(H+)를 내막과 외막 사이로 퍼낼 때, 주위의 산소(O2)가 고에너지 전자와 반응해 과산화물 음이온 라디칼(·O2-), 즉 활성산소가 된다.

활성산소는 대개 근처의 물과 빠르게 결합해 정상 산소로 돌아오지만, 2% 이내는 몸속을 떠돌게 된다. 자동차에 달린 매연 저감장치처럼, 체내에도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효소인 글루타티온 과산화효소(GPx) 등이 있긴 하다. 하지만 어떤 라디칼들은 이를 뚫고 철이온(Fe2+)과 반응해 하이드록시 라디칼
(·OH)을 만들어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활성산소는 신경세포에 특히 치명적이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는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생기면 보통 해당 세포가 괴사하거나 자살한다”며 “그러나 뉴런은 어렸을 때 한번 만들어지면 평생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누적돼 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2. 알츠하이머와 미토콘드리아 오작동

베타 아밀로이드(Aβ)는 아미노산 40여 개 정도로 이뤄진 작은 단백질이다. Aβ의 이로운 기능은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고, 반대로 나쁜 기능은 아주 잘 알려져 있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Aβ는 알츠하이머를 일으킨다고 추정된다. 이때 Aβ는 주로 미토콘드리아를 공격한다.

Aβ 전구체(APP)는 세포질에서 Aβ40와 Aβ42 단백질로 잘려 크기가 작아진다. 이 단백질들이 서로 엉겨 세포질 내에 침전되면 알츠하이머로 진단한다. 이 단백질들은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 전자전달계를 교란해 활성산소의 배출량을 늘린다. 또, 잘리기 전의 APP는 다른 단백질들이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는 통로를 막아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결국 더 많은 활성산소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활성산소는 다시 돌연변이 Aβ가 더 잘 뭉치게 해 알츠하이머에 영향을 미친다.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묵 교수는 “미토콘드리아에만 작용하는, 활성산소를 줄이는 항산화제가 알츠하이머 치료법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3. 그라목손의 비극, 파킨슨병

파킨슨병과 미토콘드리아의 관계가 처음 밝혀진 것은 1983년이다. 헤로인에 중독된 이들이 급성 파킨슨병에 걸렸는데, MPTP라는 화학물질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MPTP는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있는 전자전달 복합체 I(이하 복합체 I)의 기능을 저해한다. 비슷한 예로는 ‘그라목손’이라는 상품명으로 알려진 파라콰트라는 농약이 있다. 오랫동안 파라콰트를 사용한 농부들이 파킨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보고됐고, 한국에서는 2012년부터 판매가 금지됐다. 파라콰트도 복합체 I에 문제를 일으킨다. 전체 파킨슨병 환자의 약 90% 정도가 이런 환경적 영향으로 병이 시작된다(Neurology, vol. 52, no. 9, pp. 1876-1882, 1999).

나머지 10%는 유전적 원인으로, 이 역시 미토콘드리아와 관련이 있다. ‘SCN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복합체 I과 전자전달계를 구성하는 ‘시토크롬 c(cyt c)’의 기능이 떨어진다.



ATP를 빼앗긴 미토콘드리아, 암을 만나다

암 세포는 비정상적으로 빨리 자라는 세포다. 당연히 에너지(ATP)가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암 세포는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거의 만들지 않는다. 미토콘드리아 ATP 공장을 휴업시키고 다른 목적으로 미토콘드리아를 사용한다. 암 세포의 꼭두각시가 된 미토콘드리아는 대체 무슨 일을 벌이는 것일까.


1.  더 빨리, 더 많은 재료를 만들어라

암 세포가 세포를 조종할 때 가장 즐겨 쓰는 것은 PI3K/AKT 경로다. 생장인자가 수용체와 결합하면, PI3K, AKT, mTor 단백질이 잇따라 활성화된다. AKT는 포도당 흡수를 늘리고 포도당 분해를 촉진해, 새로운 세포의 재료인 핵산과 아미노산의 합성을 증가시킨다. mTor는 전반적인 단백질의 합성을 촉진한다. PI3K/AKT 경로는 건강한 세포에서도 일어나는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암은 이를 비정상적으로 활성화시킨다. 오로지 새로운 세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다.


2. 기로에 선 피루빈산의 운명은?

암 세포는 정상 세포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만들기도 한다. 포도당은 세포질에서 완전히 쪼개져 피루빈산이 된다. 피루빈산은 원래 미토콘드리아로 운반돼 ATP를 만드는 데 쓰이지만, 암 세포에서는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하지 않는다. 대신 세포질에서 젖산으로 바뀌면서 ATP가 나온다. 이 과정은 미토콘드리아를 통한 ATP 생성과 달리 산소가 필요없고 더 빠르다. 항산 산소가 부족하고, 빨리빨리 에너지를 공급받길 원하는 암에 안성맞춤인 반응이다(에너지 생산 효율은 낮다).

피루빈산이 미토콘드리아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면, 암 세포는 TCA 회로(세포 호흡 과정)에서 나오는 중간 생성물을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다. 옥살로아세트산을 아스파르트산으로 바꿔 아미노산의 하나인 프롤린과 아르지닌을 만든다. 구연산염은 미토콘드리아 밖으로 운반해 아세틸 조효소 A로 바꾸고, 아세틸 조효소 A는 세포막 생성에 필수적인 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데 쓴다.


3. 극한 환경에서 암이 생존하는 법

세포는 조금만 이상이 생기면 신호를 보내 자살을 시도한다. 자살 신호가 시작되는 곳도 보통 미토콘드리아 안이다. 예를 들어 전자전달계의 전위차가 줄어들면 전자전달계를 이루는 단백질 중 하나인 cyt c가 바깥으로 떨어져 나온다. 세포 자살을 총괄하는 BAX 단백질이 cyt c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아차리면 세포 자살이 진행된다. 그런데 암 세포는 BAX와 cyt c가 반응하는 것을 막아 세포가 자살하지 못하게 한다. 즉, 죽어야 할 세포가 살아있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자원의 부족이다. 암 세포는 너무 빨리 자라기 때문에 주변의 영양분과 산소가 금세 동이 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암 세포는 세포 주변으로 혈관을 끌어 온다. 이때 TCA 회로의 중간 생성물인 호박산염이 저산소 유도인자(HIF)를 안정시켜 새로운 혈관을 만든다. 이 혈관은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암 세포가 다른 장기로 옮겨가는 통로로 이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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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진화 이끈 작은거인 미토콘드리아
Part 1. 그들의 동거는 언제 시작됐을까
Part 2. 미토콘드리아에 새겨진 인류의 기원

Part 3. 미토콘드리아 바꾼 ‘세 부모 아이’ 안전할까
Part 4. 뇌질환과 암의 열쇠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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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송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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