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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세계는 생물자원 전쟁 중

‘신종 대박’의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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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국총회의 각종 부대행사는 9월 29일부터 열린다.

 

10월 6일 강원 평창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의 가장 큰 이슈는 한 주 뒤인 10월 12일부터 발효되는 나고야 의정서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자원을 가진 나라와 그 자원을 이용해 돈을 번 나라가 이익을 나누는 제도다. 이전까지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생물자원을 독점 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물종을 잉태한 땅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덩달아 신종헌터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우리나라는 생물·유전자원의 70%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바이오산업 전 분야에 걸쳐 피해가 예상됩니다." 9월 15일 경기과학기술진흥원에서 열린 '나고야 의정서 대응을 위한 산업계 세미나'. 오좌섭 천연물신약연구소장의 말에 참석자들이 술렁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생물자원이 가난한 편이다. 산업에서 중요한 식물만 봐도 우리가 가진 자원은 약 5000종으로, 브라질(5만6000종)이나 콜롬비아(5만1000종), 중국(3만5000종) 같은 자원부국에 비해 훨씬 적다. 하지만 나고야 의정서는 그 자체로는 옳은 방향이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세계를 휩쓸 때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는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타미플루는 중국 자생식물인 '팔각회향'을 원료로 만들었지만, 로슈는 중국에도 이 약을 비싼 값에 팔았다. 나고야 의정서는 이런 억울한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신종헌터 전성시대

이처럼 생물주권이 강화될수록 신종헌터의 역할도 커진다. 생물자원 '로열티'를 줄이려면 우리 땅에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생물종이나 어느 나라도 발견하지 못했던 신종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열대우림 국가에 비해 생물자원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국립 생물자원관에서는 2006년부터 자생생물을 찾는 사업에 박차 를 가하면서 유용한 생물자원을 꽤 많이 발굴했다. 최근 독도 와 울릉도에서 발견한 미기록 곰팡이 2종이 좋은 예다.

독도에서 발견한 곰팡이는 흰개미, 총채벌레, 바구미, 모기 등 해충을 죽이는 '메타리지움 규하우엔스' 종이다. 곰팡이 포 자가 곤충 표피에 퍼지면 균사가 안으로 침투해 며칠 안에 죽 게 만든다. 대만과 인도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는 친환경 살충 제의 원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처음 발견했다. 울릉도 에서 발견한 곰팡이는 '베르티실리움 렙토박트럼' 종으로 양파, 참외 등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뿌리혹선충과 진딧물을 잘 죽인 다. 이 곰팡이는 선충의 알무리에 있다가 부화한 애벌레에 기 생해 성장을 억제한다.

두 곰팡이를 찾은 김창무 국립생물자원 관 미생물자원과 박사는 "해외 생물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국 내 자생생물자원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올해 부터는 우리 땅에서 찾은 신종 생물을 바이오산업에 활용할 방 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종헌터의 어깨가 무겁다.


 

신종은 '돈'이 된다

2002년 호주 퀸즈랜드 박물관의 존 후퍼는 어느 날 바다 속에서 신종을 건져 올렸다. 호주 북동부 거대산호초 지역인 그레이트베리어리프에서 새로운 해면동물 속인 '시트로니아 아스트라'를 발견한 것이다. 호주 앞바다는 세계 해양동물 종의 약 30%가 살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이라 신종 발견이 그리 큰일은 아니었다. 특별한 점은 이 해면동물에게서 '다이시노신 A'라는 혈액응고 억제제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후퍼는 이 신종이 혈전증(혈액이 굳어 생기는 질병)에 효과가 있을 것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height:713px; width:750px후퍼가 찾은 '쓸모 있는' 해면동물 신종은 처음이 아니다. 어 떤 신종은 염증을 제거하는 물질을 분비했고, 또 다른 신종은 심혈관질환과 물질대사장애에 도움이 됐다. 골다공증에 효험이 있는 신종도 있었다. 해면동물이 유독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분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다에서 주로 '먹히는 쪽'이기 때문이다. 안 먹히려고 이런 저런 물질을 분비하다보니 그 중 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종종 있다. 육지에서 식물이 유용한 천연물질을 많이 분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퀸즈랜드 박물관은 해면동물 신종만 2100여 종을 보유하고 있다.

퀸즈랜 드 박물관은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 및 그리피스대 연구소 와 협력관계다. 그리피스대 연구소에는 이미 생리활성물질이 800개 이상 쌓여있으며,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를 바탕으로 신 약을 개발하고 있다. 나중에 이 물질로 신약을 만드는 데 성공 하면, 엄청난 돈이 '로열티'로 호주로 들어올 것이다.

최근 신종헌터들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생물종은 '해양 방선균'이다. 방 선균은 세균과 곰팡이의 중간 성격을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 미생물에서 얻 은 생리활성물질 6만여 종 가운데 3분 의 2가 방선균에서 나왔다. 특히 심 해 퇴적층에 사는 방선균은 지금까 지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물질 을 분비할 수도 있다.

심지어 항암제가 방선균에서 나 올 가능성도 있다. 신종헌터가 발 견한 '암 잡는 방선균' 덕분이다. 2006년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 구소의 빌리엄 페니컬 교수는 남태평양 팔라우에서 1000m 깊 이 심해에 사는 미생물 '살리니 스포라 트로피카'를 발견했다. 팔라우에만 사는 것으로 알려진 이 균은 강력한 프로테아좀 억 제제를 갖고 있다. 프로테아좀 억제제는 암세포가 성장하지 못 하고 자살하도록 유도한다. 이 방선균을 이용해 만든 항암제는 현재 임상 3상을 거의 마친 단계라 머지않아 시장에 나올 가능 성도 있다. 한국 극지연구소와 함께 심해에서 새로운 방선균을 찾고 있는 남상집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는 "심해는 유 용미생물의 보물창고"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단계라 꾸준 히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height:516px; width:750px대한민국 신종헌터, 세계로 뻗어가라 나고야 의정서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생물자원은 많지만 발굴기술이 부족 한 나라에 당당하게 우리 신종헌터를 파견해 공 동연구를 하는 것이다. 이중구 한국생명공학연구 원 해외생물소재허브센터장은 베트남 밀림에서 신 종 식물을 찾는 공동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베트남은 식물만 1만6000종을 보유하고 있는 생 물자원 부자나라입니다. 아직도 발굴할 식물이한참 남아 있죠." 신종헌터인 이 센터장에게 베트남은 '기회의 땅'이다. 2007년 처음 베트남에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현지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하며 돈독한 신뢰를 쌓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되기 한참 전부터 베트남과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데다, 베트남의 자생식물도감도 만들고, 현지 연구자들의 연구역량도 키워주고 있다. 그는 "단순히 돈이 오고가는 거래만 이익공유가 아니다"면서 "서로 '윈-윈'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레이체스터대는 바이오화학 회사인 제네코와 함께 1992년 케냐 리프트 계곡에 위치한 극알칼리성 호수에서 유용한 효소를 발견했다. 두꺼운 면직물인 데님을 부드럽게 하고 탈색효과도 있어 천연 표백제로서 안성맞춤이었다. '대박'이 벌어질 찰나, 케냐 야생생물청에서 발목을 잡았다. 현재 이익 분배를 놓고 협상을 하고 있다. 두 나라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정직한 신종헌터가 필요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베트남뿐만 아니라 중국,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에서 생물소재연구센터를 운영하며 함께 신종을 발굴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극지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을 비롯해 대학에 있는 연구자들도 세계 곳곳에서 신종을 찾고 있다. 올해만 해도 고려대 의대와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남극에서 신종 아데노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우리 신종헌터들은 이미 '생물자원 특허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산호 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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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신종헌터
PART 1. 감춰진 미싱 링크 찾는 신종헌터
PART 2. 신종헌터 블루오션국
Bridge. 신종 핫스팟은?
PART 3. 세계는 생물자원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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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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