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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과학이 만든 '착한 토네이도'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인공토네이도. 34m가 넘는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람에게 유해한 연기를 모아 바깥으로 내보낸다.]

토네이도가 발생하면 대부분 피하거나, 맞닥뜨리더라도 피해를 최소로 줄이려고 한다. 토네이도가 생기지 않게 미리 막거나 움직이는 경로를 바꾸면 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전문가들은 “현재 과학기술로 전혀 불가능한 일이며, 만약 가능하다 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토네이도가 발생하거나 이동해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토네이도를 만들고 있다.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순간과 지속하는 시간, 세기와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면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예술가가 만든 용오름, 과학자가 만든 토네이도

인공토네이도는 이미 1970년대에 만들어졌다. ‘토네이도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카고대 테츠야 후지타 교수가 처음 만들었다.

미국 예술가 네드 칸은 지난 20여 년간 토네이도를 직접 만들어왔다. 그가 처음 인공토네이도를 공개했던 것은 198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뉴랭턴아츠’ 전시관에서였다. 원통형 공간에서 바닥에 달린 팬으로 강한 바람을 내뿜는다. 그러면 주변을 둘러싼 둥근 벽에서 약한 바람이 나와 강한 바람을 모은다. 천장에는 공기를 빨아들여 바깥으로 내보내는 환풍구가 달려 있어, 아래에서 만들어진 공기기둥은 회오리가 돼 올라간다. 눈에 보이지 않아 관람객들은 직접 손으로 만져 바람의 형태를 느껴야 했다.

칸은 1990년 미국 뉴욕 월드파이낸셜센터에서 초음파연무기(초음파로 액체를 기화시켜 안개를 뿜는 기기)와 블로워(일반 팬보다 10배 정도 강하게 바람을 내는 기기)를 이용해 눈에 보이는 인공토네이도를 만들었다. 하얗고 뿌연 공기기둥이 S라인을 그리며 빙글빙글 휘돌아 올라가는 모습이 하늘로 오르는 용 같았다. 관람객들이 회오리에 손을 대면 허리가 휘어지는 듯이 꺾였다가 다시 올라갔다.

2000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엑스포에서 그는 더 크고 화려한 인공토네이도를 만들었다. 높이가 23m나 되는 이 인공토네이도는 여러 개의 조명 빛을 받아 화려한 색을 내며 올라갔다.

예술가뿐 아니라 과학자도 인공토네이도를 만들었다. 토네이도가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는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과학자들은 실제와 거의 비슷하게 재현하기 위해, 위에서 아래로 뻗는 회오리 기둥을 만들었다. 2007년 독일 울름대의 안드레이 소머 박사팀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토네이도’를 만들었다. ‘이글루’라고 이름 붙인 나노결정 지붕(지름 2mm) 아래에서 마이크로토네이도를 발생시켰다.

이글루의 아래 공간에는 습기가 많고 위는 온도가 낮아 실제 슈퍼셀과 환경이 비슷하다. 연구팀은 “마이크로토네이도가 크기에 비해 아주 격렬해 실제 토네이도와 슈퍼셀 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미있게도 연구팀은 고체와의 경계면에서 물이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실험하던 중 우연히 마이크로토네이도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일본 과학자들은 2006년 홋카이도에 F3 규모의 토네이도로 큰 피해를 본 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돌풍발생장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일본 국토기술책종합연구소의 히토마츠 키키츠 박사팀은 지름 1.5m, 높이 2.3m의 둥근 ‘돌풍발생장치’를 만들었다. 이 장치는 천장에 달려 있어 실제 토네이도와 유사한 과정으로 회오리를 발생시킨다. 또 실제 토네이도처럼 좌우로 움직이기 때문에 바닥에 놓인 물체가 어떻게 흐트러지고 움직이는지 관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토네이도에 튕겨 (모형)집을 때리는 물체보다, 회오리에 휩쓸렸다가 다시 튕겨 나온 물체가 건물에 더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외에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드라이아이스와 진공관을 이용해 인공토네이도를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든든한 토네이도

1900년대 초, 스페인 과학자들은 태양에너지와 바람에너지를 동시에 잡는 ‘태양굴뚝’을 고안했다. 커다란 굴뚝 주변에 온실을 둥글게 나열한다. 태양열이 온실을 데우면서 생기는 따뜻한 바람은 굴뚝을 통해 바깥으로 흘러나가는데, 통로에 있는 풍력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태양열을 많이 모을수록, 굴뚝이 높을수록 강한 에너지가 생긴다. 이를 실현한 것은 1982년, 독일 건축가 요르크 슐라이히는 스페인 만자나레스에 지름 10m, 높이 195m의 태양굴뚝을 지었다. 이 굴뚝은 1.25mm 두께의 철판으로 지었으며 온실의 면적은 4만 6000m2였다. 전기를 50kW 정도 생산했다. 하지만 이 태양굴뚝은 폭풍에 쓰러져 1989년 결국 해체됐다.

호주의 신재생에너지회사 ‘엔바이로미션’은 2003년 전기를 200MW 생산할 수 있는 1000m 높이의 태양굴뚝을 고안했다. 현재 이 회사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 높이 730m가 넘는 거대한 태양굴뚝을 짓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양굴뚝은 어디에나 지을 수 있고, 땅과 대기, 물을 오염시키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면 이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대 과학자들은 좀 더 발칙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수증기가 굴뚝을 일직선으로 타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용오름처럼 휘돌아 오르는 것이다. 회오리 수증기는 공기흐름이 비교적 빨라, 같은 조건의 기존 태양굴뚝보다 에너지를 4배나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굴뚝 없이 바람만으로 토네이도를 만들어 에너지를 생산하려는 과학자도 있다. 석유화학회사 엑손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캐나다인 루이스 미처드는 인공토네이도로 발전기를 돌릴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하던 일을 관뒀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케리 엠마뉴엘 박사와 함께 뜨거운 공기가 차가운 공기를 뚫고 올라가려는 성질을 응용해 ‘토네이도 엔진(Vortex Engine)’을 설계했다.



미처드는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열(약 600℃)이나 태양열로 물을 끓여 토네이도 엔진 속 공기를 데우는 방법을 고안했다. 뜨거워진 공기는 천장을 향해 솟구치면서 발전기를 돌린다. 그는 발전기 10개를 돌릴 수 있는 거대한 토네이도(지름 200m, 높이 20km)를 만들려는 꿈을 꾼다. 이미 지름 1m의 발전기용 토네이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토네이도는 어디에 있을까.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에 있는 인공토네이도는 높이 34.43m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든든한’ 토네이도이기도 하다. 둥근 벽을 따라 설치된 제트분출구 144개에서 강풍을 내뿜으면 단 7분 만에 토네이도가 된다. 토네이도를 이루는 공기의 무게는 무려 28t이다.

박물관 관계자인 프리데리케 발렛은 “실내에 있는 연기를 빨아들여 천장에 달린 환풍구로 내보낸다”며 “단순한 장식용이 아니라 불이 났을 때 관람객들이 질식하지 않도록 연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용도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위협적인 바람을 예술가들은 아름답게, 과학자들은 실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평원의 악몽’을 ‘첨단기술’로 승화시키는 재주, 과학이 예술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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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과학이 만든 '착한 토네이도'
글 : 이정아 zzunga@donga.com

과학동아 2011년 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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