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한마디
다양한 유튜브 채널과 매체에서 우주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 있는 '우주먼지' 지웅배 박사가 가장 사사롭게 사랑하는 은하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은하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사진들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 사진에 어떤 의미가 있고, 최근 이 은하들을 둘러싼 천문학계의 이슈는 무엇인지 알려주는 정보는 드물다. 은하 사진들에 제목만 있고 설명은 없는 셈이다. 우주와 은하를 주제로 대중과 정확한 과학적 지식으로 소통하기 위해 창의적인 시도를 해오고 있는 지웅배 박사의 관점에서 지금 독자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은하들을 선정하고, 그에 관한 최신 연구 성과와 천문학계의 논쟁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했다. 과학동아의 전지적 독자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로 2023년 상반기에 연재를 시작해 하반기까지 1년 동안 큰 사랑을 받으며 진행됐다.
작가를 소개합니다 ✍🏻
지웅배
천문학자이자 과학 유튜브 크리에이터. 어릴 적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에 빠져들었고, 사람들에게 우주를 안내하는 가이드가 되고자 천문학자가 됐다.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구독자 20만 명의 유튜브 채널 〈우주먼지의 현자타임즈〉를 통해 천문학계 최신 소식과 관련 지식을 전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보다 BODA〉 에서 진행하는 ‘과학을 보다’에도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2014년 대중을 위한 과학 강연대회인 페임랩 코리아에서 대상을 받았고, 2022년 과학 문화 확산에 공헌한 바를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과학을 보다>(공저) 등을 썼고, <코스미그래픽>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등을 번역했다.
들어가며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통해 우주를 처음 만났습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제가 처음 만난건 우주 그 자체보다는 은하였습니다. 수많은 별들이 아름답게 휘감긴 채 소용돌이치는, 은하철도 999의 종착역인 안드로메다 은하의 모습. 그리고 더 많은 수의 별들이 펑퍼짐하게 모여있는 둥그스름한 타원은하의 모습. 각양각색의 은하들의 모습이 어린 시절 저의 눈을 사로잡았죠.
그저 다들 비슷하게 작은 점으로 빛날 뿐인 별과 행성은 제 눈을 사로잡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제 꿈은 명확했습니다. 단순히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자가 아닌, ‘은하'를 연구하는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특히 은하 중에서도 아름다운 나선팔이 돋보이는 나선은하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이왕이면 더 아름다운 것을 연구하는 게 머리도 눈도 즐거울테니까. 따지고보면 제 연구 분야는 천문학적 외모지상주의로 선택한 셈입니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에게 우주는 우리은하가 전부였습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우리은하 속 개개의 별을 단위로 우주를 연구했죠. 하지만 에드윈 허블은 우리은하 너머 안드로메다 은하를 비롯한 수많은 또다른 섬 우주가 우주의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은하를 단위로 우주를 바라보는 은하 천문학의 새로운 시대가 막을 열었습니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빅뱅으로 시작되는 우주의 대서사시를 개개의 별을 단위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수천억에서 수조 개의 별들이 모여있는 은하를 기본 단위로 우주의 진화를 이야기합니다. 생명활동을 분자 단위로도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보통 생명활동의 가장 유효한 최소 단위는 세포로 정의합니다. 마찬가지로 별과 행성, 심지어 원자 단위로도 우주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우주의 진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단위는 은하입니다.
이처럼 은하는 현대 천문학에서 아주 중요한 단위이자 체계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 친숙한 별과 행성에 비해 훨씬 막연해요.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갑니다. 뒷동산에 올라가 작은 망원경으로 목성과 토성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날씨만 맑다면 하늘 위에서 빛나는 작은 별들도 볼 수 있고요.
하지만 은하는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지름 10만 광년의 거대한 은하계 안에 갇혀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그 거대함을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또 우리은하 바깥의 은하들은 수백만 광년 이상의 먼 거리에 떨어져 있어서 어지간해서는 맨눈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은하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세계이고, 놓치기 쉬운 개념입니다. 안타깝게도 ‘은하’를 놓친다면 우리는 오늘날의 우주를 이해하는 현대 천문학의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저는 이 책 <최애은하>를 통해 ‘은하’를 관점으로 우주를 느끼는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화려한 은하 사진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동네 곳곳 이웃집의 가십거리 소식에 귀를 기울이듯이 우주 곳곳의 은하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은하들마다의 사연에 관심을 갖는 경험! 바로 수천만, 수억 광년 거리에 떨어진 은하를 신경쓰며 살아가는 ‘은하적인(Galactic)’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책을 통해 모든 독자 여러분들이 지구인, 태양계인을 넘어 우리은하라는 은하계를 살아가는 우리은하인이라는 은하적인 소속감, 그리고 탈지구적인 거리감을 동시에 느껴보기를 바랍니다.
_지웅배 연세대 은하진화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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