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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 경로 추적해보니

과학동아×전문가 | 여성용품 안전성 긴급 진단

 

시판 일회용 생리대 10종 재료 분석

 

일회용 생리대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발단은 여성환경연대가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팀에 의뢰한 생리대 성분 분석 결과를 공개하면서였다.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여성환경연대가 시험에 사용한 생리대 제품명 11개를 모두 공개했지만 소비자 혼란만 커지는 모양새가 됐다. 식약처가 김교수팀의 시험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제품만 못 박아 판매중지를 촉구했던 여성환경연대가 경쟁업체인 유한킴벌리와 ‘특수관계’인 점이 드러나면서 일회용 생리대 논란은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졌다. 이래저래 소비자 불안만 커졌다.

 

논란의 핵심은 일회용 생리대에서 검출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다. 현재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일회용 생리대에서 실제로 검출됐는지,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일회용 생리대에서 나올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과학동아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일회용 생리대 10개의 구조를 분석했다. 일회용 생리대는 크기와 종류를 고려해 제조업체와 상관 없이 임의로 10개를 골랐다. 또 제조업체에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는 일회용 생리대의 구성 성분을 조사하고, 이를 통해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나왔다면 생리대의 어느 부분때문일지 추정해 봤다.

 

 

표지층_생리혈 통과시키는 ‘커버’

 

식약처는 ‘의약외품에 관한 기준 및 시험방법(외품기준)’ 고지에서 일회용 생리대의 구조를 표지층, 흡수층, 방수층 등 크게 세 가지로 규정하고, 각 층에 사용할 수 있는 성분도 지정하고 있다.

 

표지층은 피부에 직접 닿는 안쪽 부분으로 주로 ‘커버’라고 부르는 면이다. 생리혈을 생리대 내부로 통과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조섬유, 면섬유, 폴리에틸렌 필름(표지용) 등을 쓸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분석 대상인 10개 가운데 7개가 표지층으로 부직포를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대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휴먼융합기술그룹장은 “부직포에는 미세한 구멍이 많아 혈액을 잘 통과시키고 흡수한다”며 “이로써 피부에 직접 닿는 면을 보송보송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 중 3개는 순면이 아닌 합성섬유 부직포를 쓰고 있었다. 생리대에 사용되는 합성섬유 부직포는 폴리프로필렌 같은 열가소성 고분자 섬유를 얽은 뒤 뜨거운 바람을 가해 결합시킨다.

 

이렇게 만든 부직포는 접착제를 이용해 만든 부직포에 비해 인장강도가 낮아 잡아 당기면 쉽게 찢어진다. 그러나 감촉이 부드럽고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좋다. 접착제를 쓰지 않아 인체와 환경에 친화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10개 중 나머지 3개는 부직포가 아닌, 폴리에틸렌 필름을 쓰고 있었다. 폴리에틸렌은 가볍고 유연한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생리대 표지용 폴리에틸렌 필름에는 생리혈을 통과시키는 작은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사실상 미세한 관이다. 가느다란 관의 벽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에 의해 액체가 이동하는 현상인 ‘모세관 작용’을 통해 생리혈이 생리대 내부로 전달된다.

 

 

‘날개형’ 제품에는 표지층 양쪽에 날개가 부착돼 있다. 생리혈이 옆으로 새는 것을 막고 속옷에 붙어 생리대가 움직이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날개는 대부분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섬유로 만든 부직포로 조사됐다.

 

 

흡수층_생리혈 빨아들이는 생리대 핵심 층

 

표지층 밑에는 생리혈을 빨아들이는 흡수층이 있다. 생리대의 성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많은 양의 생리혈을 빠르게 흡수하고 흡수한 뒤에는 새어 나오지 않게 하는 게 관건이다. 외품기준에는 화학펄프로 만든 흡수지, 면섬유, 흡수 솜, 고분자흡수제 등을 쓸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흡수층은 제조업체마다, 그리고 같은 업체라도 제품의 종류마다 구성이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직포, 흡수지, 면상펄프 등 세 가지 구성물로 이뤄진 제품의 경우 면상펄프가 주로 생리혈을 흡수한다. 목재에는 섬유질과 비섬유질이 섞여 있는데, 이 중 물리적, 화학적 방법으로 섬유질만 빼낸 것을 목재펄프라고 부른다. 면상펄프는 목재펄프의 한 종류로, 의료용 솜과 비슷한 모양으로 폭신폭신하게 만든 재료다.

 

윤혜정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면상펄프는 종이를 만드는 펄프보다 섬유의 길이가 더 긴 고급 펄프를 원료로 만든다”며 “뜨겁지 않은 바람으로 천천히 건조시켜 표면적을 넓혀 흡수성을 좋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흡수층 재료로 면상펄프만 쓸 수는 없다. 원료 자체가 고급인데다, 느리게 건조시키기 때문에 단위 시간당 제조량이 적어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또, 솜이기 때문에 보풀이 잘 일어나고 쉽게 흩어진다.

 

이를 보완하는 게 바로 부직포와 흡수지다. 흡수층의 부직포는 표지층의 부직포와 달리 생리혈을 많이 흡수하도록 목재펄프를 주원료로 하고, 여기에 폴리에틸렌 섬유, 폴리프로필렌 섬유, 폴리에스터 섬유,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 코폴리머(공중합체) 등을 추가해 만든다. 흡수지는 목재펄프로 만든 얇은 종이로, 갑티슈라고 불리는 미용티슈와 같다.

 

고흡수성 고분자(SAP·Super Absorbent Polymer)를 추가로 쓰는 제품도 있다. SAP는 자체 무게의 500~1000배에 이르는 물을 흡수할 만큼 흡수력이 뛰어난 합성 고분자 물질이다. 탄소 원자로 이뤄진 고분자 사슬에 물을 좋아하는 이온을 붙여서 만든다.

 

물을 흡수하면 백색가루에서 투명하고 동그란 겔 형태로 바뀐다. 그 뒤에는 압력을 가해도 물이 다시 새어 나오지 않는다.

 

임대영 그룹장은 “고흡수성 고분자는 많은 양의 소변을 흡수해야 하는 기저귀에도 쓰는 물질”이라며 “먹어도 문제가 없을 만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흡수층이 부직포로만 구성된 제품도 있는데, 이는 흡수력보다 얇은 모양에 더 주력한 것으로 추정된다.

 

 

 

방수층_플라스틱 필름으로 물은 막고 바람은 통하게

 

일회용 생리대의 마지막 구성 요소는 가장 바깥 면인 방수층이다. 생리혈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한다. 폴리에틸렌 필름, 폴리프로필렌 필름 등을 쓸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방수층으로는 분석 대상이 된 제품 10개 모두 폴리에틸렌 필름을 쓰고 있었다. 표지층에 쓰는 폴리에틸렌 필름과 달리 생리혈이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은 뚫려 있지 않다.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지름이 수 마이크로미터(μm·1μm는 100만 분의 1m)인 미세한 구멍이 있어서 물은 막고 공기는 통과시키는 기능성 필름이다. 폴리에틸렌 필름 외에 폴리프로필렌 섬유로 만든 부직포를 추가로 쓰는 제품도 있다.

 

고성혁 연세대 패키징학과 교수는 “폴리에틸렌 필름은 식품포장용 플라스틱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할 만큼 독성이 없고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공정과정에서 원료 아닌 화학물질 포함 가능성도

 

일회용 생리대의 층별 소재 가운데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배출할 수 있는 성분이 있을까.

 

일회용 생리대의 기능을 좌우하는 흡수층부터 보자. 흡수층에는 목재펄프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윤혜정 교수는 “목재펄프로 만든 대표 제품인 종이는 먹어도 문제가 없을 만큼 독성이 없다”며 “목재추출물에서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나올 수 있지만, 이론적으로 목재추출물은 목재펄프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 제거된다”고 덧붙였다.

 

부직포의 원료인 고분자 섬유는 어떨까. 고분자는 단위 분자들을 화학적으로 붙여 길다란 사슬로 만든 물질이다. 윤충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고분자 사슬 사이에 간혹 반응에 참여하지 못한 단위 분자가 끼어 있을 수 있다”며 “온도가 올라가면 고분자 결합이 느슨해지면서 단위 분자가 방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체온 상승은 한계가 있다. 윤충식 교수는 “단위 분자가 방출될 만큼 고분자 결합이 느슨해지려면 온도가 섭씨 100도는 돼야 한다”며 “체온과 비슷한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했다면 생리대 고분자 섬유 속 단위 분자가 방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다른 가능성은 접착제와 향료다. 외품기준에는 ‘사용하지 않는 면에 접착제를 도포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의복에 고정할 수 있어야 한다’ ‘방취 목적으로 향료를 첨가할 수 있다. 다만, 첨가하는 향료는 인체에 무해하고 시험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일회용 생리대 10개 모두 접착제로 하이드로카본수지와 SBC(스티렌부타디엔공중합체) 열가소성 고무수지를 쓰고 있었다.

 

하이드로카본수지는 석유수지에 수소를 첨가한 물질이다. 석유수지는 나프타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이다. 석유수지 안에 남아 있는 이중결합은 열이나 산화에 약한데, 수소를 첨가하면 이중결합이 제거돼 색과 맛, 냄새가 없어지고 열이나 산화에 더 안정해진다.

 

SBC는 스티렌(C8H8)과 부타디엔(C4H6)의 합성물질로, 천연고무를 대체하려고 개발된 합성고무다. 식약처는 “SBC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지정한 그룹3(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할 수 없음)에 해당하는 물질이며, 미국에서는 식품첨가물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독성학회 사무총장인 최경철 충북대 수의과대 교수는 “그룹3은 인체 발암물질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증거가 부족해 발암물질로 확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향료가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면 향료 물질이 기체 상태로 휘발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체 유해성과 관련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 최 교수는 “생활 속 수많은 물질에 향료가 쓰이는 만큼, 인체에 유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경철 교수는 “일회용 생리대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포함되는 화학물질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다양한 생활용품에서 다이옥신 같은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사례가 있는데, 제조업체가 포함시킨 물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도 있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제품에 쓴 순면의 원재료인 목화를 키우는 과정에서 들어간 유해 성분일 가능성이 있다”며 “석유계 물질로 만드는 일회용 생리대의 특성상 화학물질을 완전히 없애기란 불가능한 만큼 향후 인체 위해성 평가를 통해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학조사 해야 위해성 판단 가능”

 

전문가들은 ‘유해성(hazard)’과 ‘위해성(risk)’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부 고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2조에 따르면, 유해성이란 화학물질의 독성 등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 고유의 성질이고, 위해성이란 유해성이 있는 화학물질이 노출되는 경우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도다.

 

즉, 위해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유해성과 노출량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유해성이 크면 노출량이 적어도 위해가 클 수 있고, 유해성이 작아도 노출량이 크면 위해가 클 수 있다. 일회용 생리대의 경우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은 위해성이다.

 

현재 전문가들은 일회용 생리대의 위해성을 평가할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일회용 생리대를 이루는 각 원료의 유해성을 알아도, 여성 생식기의 피부를 통해 화학물질이 체내에 얼마나 흡수되는지 측정한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조현희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독성물질이 체내로 들어오면 이를 중화하기 위해 알도케토 환원효소가 분비된다”며 “혈장에서 이 효소의 농도를 재면 독성물질의 흡수량을 간접적으로 잴 수 있다”고 말했다. 알도케토 환원효소는 황체호르몬과, 생리통을 심하게 만드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호르몬의 대사에 관여한다.

 

조 교수는 “화학물질의 생식독성은 연구가 아직 많이 되지 않은 분야”라며 “피해자 역학조사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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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우아영 기자
이미지 출처 : GIB, 김인규

과학동아 2017년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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