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죽는 남성들
이제 남성을 XY 대신 Xy라고 부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2억년 전 Y 염색체가 탄생하자마자 시작된 유전자 소실이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3500만 년에서 1000만 년 전 즈음까지는 Y가 짧아지는 현상이 잠시 소강상태에 머물렀지만, 애초에 제대로 쌍을 이루지 못한 염색체가 제 모습을 유지하면서 버틴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Y 염색체에는 원래 성별을 결정하며 정자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SRY 유전자 외에도 심장이나 폐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알짜배기 유전자는 다른 염색체로 이동했고, 확 짧아진 Y 염색체, 아
니 y 염색체는 오로지 남성의 생식 능력과 관계된 유전자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남성의 겉모습은 썩 변하지 않았다. y 염색체에 들어있는 유전자들은 여전히 멀쩡하게 기능을 하며, 다른 염색체로 이동한 유전자들도 문제가 없었다. 다만 남성의 평균 수명이 줄어들었다.
1000만 년 전인 2014년 스웨덴 웁살라대 라르스 포르스베리 교수팀이 이미 Y 염색체가 짧아졌거나 없는 세포가 많은 남성은 수명이 5.5년 짧다고 밝혔다. y 염색체가 더 짧아진 지금, 남성의 수명은 훨씬 짧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여성은 두 번을 결혼해야 생애 전체를 배우자와 함께 보낼 수 있을 정도다.
다행히도 남성은 훨씬 더 많이 태어나고 있다. 같은 동물의 세계를 보면 환경이 척박할 때는 확실하게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컷이 많이 태어나고, 주변 환경이 좋을 때는 수컷이 많이 태어난다. 현재 인류도 비슷한 듯하다. Y 염색체가 극단적으로 짧아진 것을 제외하면 인류는 다시 없을 번영을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남자 아기가 늘어난 것 아닐까. 어째든 요즘엔 나이 차이가 20년 쯤 나는 연상연하 커플이 대세다. 사실 지금 우리 새 아버지만 해도 나와 나이 차이가 5살 밖에 나지 않아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다.
다행히도 남성은 훨씬 더 많이 태어나고 있다. 같은 동물의 세계를 보면 환경이 척박할 때는 확실하게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컷이 많이 태어나고, 주변 환경이 좋을 때는 수컷이 많이 태어난다. 현재 인류도 비슷한 듯하다. Y 염색체가 극단적으로 짧아진 것을 제외하면 인류는 다시 없을 번영을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남자 아기가 늘어난 것 아닐까. 어째든 요즘엔 나이 차이가 20년 쯤 나는 연상연하 커플이 대세다. 사실 지금 우리 새 아버지만 해도 나와 나이 차이가 5살 밖에 나지 않아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다.
성비를 강제로 맞추다
이제 인류의 절반쯤은 염색체가 45개다. 22쌍, 그리고 나머지 하나. 1000만 년 전에는 조그마한 Y 염색체가 X 염색체에 붙어서 그나마 구색을 맞췄다고는 하는데, 이젠 그냥 사라졌다. 남성은 그냥 XO가 된 것이다. Y 염색체에 있던 생식 관련 유전자까지 모두 다른 염색체로 합류했다.
Y 염색체가 사라졌다고 해서 남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신이 가능한 여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인류 생존이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Y 염색체에 있다가 다른 염색체로 끼어들어간 SRY 유전자 때문에 벌어졌다. 정자를 성숙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바로 그 유전자다. 이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성별과 상관없이 정자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1000만 년 전 문헌에 따르면 여성이 정자를 만드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남성의 정소에서 정자가 만들어질 때 X 염색체에 SRY 유전자가 끼어들어간 경우인데, 이 정자가 난자와 만나 수정이 되면 새로 태어난 여성은 성 염색체는 XX라 하더라도 체내에 고환이 만들어지는 ‘고환여성화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육상 800m 은메달리스트였던 인도의 산티 순다라얀이 이런 증상 때문에 메달을 박탈당했다.
Y 염색체에 있던 SRY 유전자가 일반 염색체에 끼어 들어가자 수많은 여성이 정자를 만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게다가 여성으로 태어난다고 해도 남성 호르몬 분비가 지나치게 강해 생식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아기를 낳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간혹 SRY 유전자가 발현하지 않은 수정란만이 제대로 기능하는 생식기관을 가진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아주 적었다. 임신 가능한 여성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인간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여성 보쌈’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면서 각 가정은 딸을 함부로 밖으로 내보내지 못했다. 남성은 너무 넘치다 보니 어디서나 힘이 말을 하는, 아주 오래된 수렵 시절로 돌아가는 듯 했다.
인류가 답을 찾은 곳은 닭이었다. 닭과 같은 조류는 포유류와 달리 Z, W 염색체에 의해 성별이 결정된다. 그러나 Z, W 염색체에서는 성별 특징과 관련한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Z 염색체에서 인간이 9번 염색체에 갖고 있는 유전자, DMRT1을 발견했고, 이 유전자가 고환 발생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이 유전자는 한 쌍이 있어야만 고환을 만들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수정란 발생 초기에 염색체 쌍에 있는 DMRT1 유전자의 둘 중 하나만 삭제할 수 있다면 정상적인 여성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성비를 맞추기 위한 국가 예산이 편성됐고, 태아의 유전자를 검사해 XX형을 가졌을 경우(여성일 경우) 9번 상동 염색체 쌍 중 한 쪽에서 DMRT1 유전자를 삭제해 정상적인 생식기관을 갖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초기에는 반발도 어마어마했다. 인권 논란도 컸다. 그러나 인류 생존이 더 급했다. 수천 년에 걸친 시도 끝에 결국 인류는 무사히 존속했다. 지금도 과학자들은 인류의 성비에 온갖 촉각을 세우고 있다. Y가 완전히 사라진 이상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일이다.
시한폭탄 같은 하나의 성(性)
수백만 년 전부터 인류의 성별에 관해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Y 염색체에 있던 유전자가 다른 염색체로 이동하면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애매한 돌연변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 과학자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이들이 성염색체 개수 이상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생식능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자라면서 호르몬 치료를 통해 남성과 여성 중 어느 한 쪽을 선택
해 자연스레 살아가면 됐다. 겉모습으로는 이들을 구분할 수 없
었다.
그러나 예측과 달리 이들이 자녀를 가진 사례가 속속 보고되면서 색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그제서야 과학자들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쪽 생식기를 갖고 있는 신인류를, 사람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름을 본 따 ‘헤르마프로디토스’라 불렀다. 처음에 과학자들은 헤르마프로디토스가 결국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별이 3개였을 때는 반드시 어느 한 쪽이 도태되기 마련이다. 자손을 번성케 하려는 인류의 욕구는 가장 완벽한(건강한 자손을 많이 낳을 수 있는) 조합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측과 달리 이들이 자녀를 가진 사례가 속속 보고되면서 색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그제서야 과학자들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쪽 생식기를 갖고 있는 신인류를, 사람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름을 본 따 ‘헤르마프로디토스’라 불렀다. 처음에 과학자들은 헤르마프로디토스가 결국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별이 3개였을 때는 반드시 어느 한 쪽이 도태되기 마련이다. 자손을 번성케 하려는 인류의 욕구는 가장 완벽한(건강한 자손을 많이 낳을 수 있는) 조합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르마프로디토스는 개인주의가 심화된 미래사회에 아주 잘 맞는 성별이었다. 수컷이 없으면 암컷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흰동가리마냥,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자신의 성별을 자유자재로 이용했다. 성별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인류는 반대 성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가장 뛰어난 배우자를 찾기 위해 다같이 커지고, 강해졌으며, 영리해졌고, 아름다워졌다. 더불어 단점이 있을지도 모르는 배우자와 결합해 아기를 낳기보다는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해 아기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도태시키고 한 가지 성별을 정착시킨 것이다.
그러나 진화적으로 성별이 하나가 되는 것은 문제가 많다. 같은 유전자를 반복해서 복제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유전자에 갇혀버린다. Y 염색체가 사라졌던 과정과 비슷하다. 인류가 이를 깨달았을 때엔 이미 남성과 여성은 사라지고 헤르마프로디토스만 남은 뒤였다.
지금처럼 성별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 인류 역사에서 성공적인 진화로 기록될지, 아니면 멸망을 향한 지름길이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최근에는 Y 염색체가 사라졌던 위치에서 새로운 염색체가 발견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염색체가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여성성을 나타내는 X 염색체와 짝을 이루는 만큼 생식에 새로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다시 새로운 성(性)이 탄생하는 시작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지구 역사 46억 년에서 생물이 등장한 시기는 지극히 짧다. 짧은 시간 동안 생물은 어마어마하게 진화했고, 인류도 그 흐름 사이에 끼어있다.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새롭게 생겨나는 염색체와 인류가 가진 시한폭탄이 어떤 결과를 만들게 될까.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Y의 몰락
PART 1.Y염색체 1000만 년 뒤 사라질까
PART 2.Y가 사라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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