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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3 인류구원프로젝트

50억 년 뒤 100배 커진 태양에 먹힌다?

인류구원프로젝트
 

시시각각 뜨거워지는 태양 앞에 최악의 위험에 빠진 지구! 소행성 '야누스'를 움직여 '인류의 터전' 지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수십억 년 뒤 드거운 태양 앞에서 지구의 운명은 3가지. 불타거나 얼거나, 또는 메마르거나!

prologue


25억 년 뒤 지구는 이미 뜨거워진 태양에서 오는 열기에 휩싸여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인류는 지구연합의 주도로 숨이 턱턱 막히는 외부와 차단된 첨단도시 ‘에덴’을 따로 건설해 그 안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태양이 점점 더 뜨거워짐에 따라 머지않아 태양열을 차단하는 에덴의 방어막은 유지되기 힘든 상황을 맞는다.

지구연합 산하 지구방위사령부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인류구원프로젝트’(Earth-Saving Project)를 수립한다. 이 프로젝트는 소행성의 궤도를 변화시켜 지구 근처를 통과하게 하면 지구가 궤도 에너지를 얻어 태양에서 멀어진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구방위사령부가 우주왕복선 ‘코스모스’를 출동시키기에 앞서 천문학자들은 소량의 에너지를 들여 지구 근처로 몰고 올 수 있는 소행성을 고른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중에서 지름 100km짜리 소행성 ‘야누스’가 선택된다. 우주왕복선 코스모스는 장거리 우주여행을 마치고 소행성 야누스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이때 갑자기 지구방위사령부 통제센터에는 1급 비상이 걸린다. 소행성에 장착해야 하는 역추진로켓이 우주선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통제센터의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코스모스와 똑같은 우주선을 작동시키며 해결책을 찾으려 하나 여의치 않다. 할 수 없이 우주왕복선의 선장은 베테랑 우주인 브루스 킴에게 우주유영을 하며 역추진로켓을 소행성에 설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브루스 킴이 역추진로켓을 소행성의 예정된 곳에 장착하는 순간 이마에 땀이 흐르고 등골이 오싹해진다. 야누스는 공룡을 멸망시켰던 것으로 예상되는 소행성보다 약 6배나 더 큰 것이라 궤도를 조금이라도 잘못 바꾼다면 지구에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인류를 구원이 아니라 자멸로 이끌 수도 있다. 그가 무사히 돌아오자 소행성을 지구로 향하게 하려고 역추진로켓이 분사되기 시작한다. 지구로 귀환하는 코스모스 뒤로는 붉은 태양이 점점 열기를 더하고 있다. 두 얼굴의 신 야누스는 과연 인류를 구원할까.

▒ 지구의 생명체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태양이 수십억 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뿜어내며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벌어질 만한 가상시나리오다. 이는 지구의 운명이 태양의 미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태양은 46억 년 전 거대한 수소분자구름이 중력 수축하며 뭉칠 때 중심에서 탄생했다. 태양은 핵에서 수소를 태워 헬륨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생애를 시작했고 곧이어 지구를 비롯한 행성도 형성됐다.

천문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태양은 약 100억 년간 수소를 태우며 빛나는 주계열성으로 살아간다. 태양은 앞으로 50억 년가량 지금과 비슷하게 지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약 50억 년 뒤 중심에서 수소를 다 태우고 나면 태양은 덩치가 지금보다 훨씬 커져 ‘적색거성’(red giant)으로 변신한다.
 

거대한 별이 목성형 행성을 집어 삼키는 상상도. 50억 년 뒤 지구는 지금보다 100배 커진 태양에 먹힐 가능성이 있다.


불타거나 얼거나, 또는 메마르거나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수십억 년 뒤 지구의 운명은 크게 3가지로 갈라진다.
지구는 태양의 열기에 불타 재가 되거나 태양계 밖으로 쫓겨나 우주의 혹한구역에 살지 모른다. 또는 이렇게 되기 전 지구는 메말라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세계로 바뀔 수도 있다.

먼저 지구가 거대한 풍선처럼 부푼 태양에 ‘먹히는’경우를 살펴보자. 정말 별이 행성을 잡아먹을까. 199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은하의 별 가운데 4~8%가 주변 행성을 잡아먹은 특징을 보인다. 즉 우주망원경연구소 마리오 리비오 박사팀은 거대한 별이 목성 같은 거대행성을 삼키면 적외선이 과도하게 나오고 빠르게 자전하며 목성형 행성에서 공급한 리튬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우리 태양은 어떨까. 태양은 중심핵에서 수소를 다 태우면 중력이 작용해 쪼그라들지만 내부온도가 올라가면서 핵을 감싼 껍질에 남아있던 소량의 수소를 태운다. 이 과정에서 태양은 지금보다 100배쯤 팽창하며 적색거성이 된다. 이때 수성과 금성은 태양에 먹힌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를 들어 수성은 거대한 태양 품에 안겨 바깥쪽 대기와 마찰을 일으키고 완전히 증발할 때까지 나선을 그리며 안쪽으로 빨려들 것이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리 앤 윌슨 박사팀은 2000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 태양이 적색거성이 돼 크기가 커지면 지구가 증발해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즉 태양에서 부풀어 오른 대기가 지구를 태워버리고 그 재가 우주공간으로 흩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윌슨 박사팀은 태양과 비슷한 별이 탈바꿈한 다른 적색거성들을 연구한 결과를 이용해 지구의 운명을 계산했다.

비록 생명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구 자체가 구원받을 가능성은 있다. 지구가 현재의 위치를 고수한다면 불타버릴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태양에서 멀어져야 한다. 별 주변을 돌고 있는 외계행성 중에는 지나가는 다른 별의 중력 때문에 궤도가 뒤틀린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2000년 NASA에임스연구소 그레고리 롤린 박사팀은 이에 착안해 미래에 태양 주변을 지나가는 별의 영향을 시뮬레이션해 행성과학 분야 국제저널 ‘이카루스’에 발표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연구팀은 앞으로 35억 년에 걸쳐 태양 근처를 지나가는 별이 지구를 태양계에서 쫓아낼 확률을 10만 분의 1이라고 계산했다. 이 확률은 작아보이지만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보다 훨씬 높다.

지구가태양계에서 ‘우주의 오지’로 쫓겨난다면 상당히 추운 곳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롤린 박사팀은 지구가 이런 곳으로 밀려난 지 100만 년쯤 지나면 바다는 단단하게 얼지만 심해저 열수분출공 같은 곳에서 에너지를 얻는 일부 생명체는 30억 년까지 살아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적색거성에서 살아남은 외계행성^‘페가수스자리 V391’이란 별이 적색거성으로 커지며 질량의 절반쯤을 잃었다가 준왜성이 되는 과정에서 지구 위치에 있던 행성이 살아남았다. 현재 이 행성은 별의 중력이 약해져 원래보다 바깥으로 이동한 상태다.


지구 위치에서 살아난 행성

지구가 현재 궤도에서 밖으로 밀려나면서 살아남을 수도 있다. 2007년 이탈리아 카포디몬테천문대의 로베르토 실보티 박사팀은 태양과 비슷한 별이 적색거성을 거쳐 준 왜성(subdwarf)이 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행성을 발견했다고 ‘네이처’ 9월 13일자에 발표했다. 지구에서 4500광년 떨어져 있는 ‘페가수스자리 V391’이란 별을 돌고 있는 이 행성은 목성보다 3배가량 무거운 가스행성으로 밝혀졌다.

흥미롭게도 이 행성은 V391이 적색거성으로 부풀며 질량의 절반쯤을 잃어버리기 전, 별에서 1AU(천문단위,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었다고 실보티 박사팀은 분석했다. 이는 지구거리에 있던 행성이 적색거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현재 이 행성은 원래 위치에서 70% 정도 밖으로 밀려난 상태로 알려졌다.

연구팀에 참여한 미국아이오와주립대 스티브 카왈러 교수는 “이는 먼 미래에 지구의 생존에 대한 좋은 조짐이지만, 이 행성은 목성보다 더 커 살아남은 것”이라며 “지구처럼 작은 행성이라면 더 취약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실보티 박사는 “태양이 적색거성이 될 때 수성과 금성은 태양에 먹히는 반면 화성은 살아남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구는 경계구역에 위치해 그 운명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태양계의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지름이 1km 이상인 소행성만 100만 개나 포함된 소행성대가 있다. 사진은 별 주변을 돌고 있는 소행성대의 상상도.


6000년에 수km씩 옮긴다

미래의 지구는 불타거나 얼어버리기 전에 바다가 먼저 증발해 전체가 사막처럼 말라버릴지도 모른다. 메마른 지구가 세 번째 미래의 모습이다. 사실 태양은 적색거성이 되기 전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에너지를 많이 뿜어낸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태양은 10억 년 뒤 지금보다 11% 더 밝아지고 35억 년 뒤 지금보다 40% 더 밝아진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제임스 캐스팅 교수팀은 2000년 AAAS 연례회의에서 태양이 밝아짐에 따라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서 약 10억 년 뒤 바다가 증발해 우주로 사라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구나 캐스팅 교수팀은 지구의 황량한 최후가 더 일찍 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지구의 기후가 뜨거워지면 대기에는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떠다니고 그 수증기가 비로 내리며 암석을 풍화시킬 것이다. 이때 대기의 이산화탄소가 함께 녹아 있어 탄산칼슘이 만들어진다면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산화탄소 농도가 너무 낮아져 식물이 광합성을 못하고 대부분 죽으며 먹이사슬이 붕괴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연구팀은 5억 년 뒤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캐스팅 교수는 계산이 정확하다면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기간은 45억 년이 아니라 5억 년뿐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라면 인류가 살기 위해서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거나 지구를 태양에서 멀리 강제로 옮겨야 한다. 미국 미시건대 프레드 애덤스박사팀은2001년 거대한 우주암석의 궤도를 바꿔 지구를 구하는 방법을 연구해 국제저널 ‘천체물리학과 우주과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름 100km짜리 소행성(또는 혜성)을 갖고 시뮬레이션을 했다.

먼저 궤도를 바꿔 지구로 향하는 데 소량의 에너지가 드는 소행성을 찾는 게 좋다. 소행성에 역추진로켓을 장착해 지구 근처로 향하는 궤도로 바꾼다. 지구는 소행성이 지나갈 때 궤도 에너지를 얻어 태양에서 약간 더 멀리 이동할 수 있다. 이는 우주탐사선을 행성 주변으로 지나가게 하며 더 빠른 속도를 얻게 하는 추진방식과 비슷하다. 다음으로 이 소행성의 궤도를 기다란 타원으로 만들어 6000년마다 한 번씩 지구 근처에 찾아올 수 있게 한다. 그러면 매번 지구는 수km씩 태양에서 멀어질 것이고 결국 수백만km까지 멀어질 수 있다. 물론 지구 궤도를 바꾸려면 수백만 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만일 수십억 년 동안 이런 시도를 한다면 태양으로부터 지구의 거리를 50% 증가시킬 수 있다.

애덤스 박사팀은 정확하게 계획해 실행하지 않으면 뜻밖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이 방법의 문제점으로 들었다. 예를 들어 의도하지 않게 달을 잃어버리거나 지구를 옮길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화성도 이동시켜야 할지 모른다. 특히 소행성이 매번 지구에서 1만6000km 떨어진 곳을 지나게 해야 한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이 거리는 우주차원에서 본다면 굉장히 간발의 차이라 자칫 실수하면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를 강타해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면 인류가 수억 년 뒤 과학기술을 눈부시게 발전시켜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서 보금자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지구는 후대의 젊은이들이 수학여행 삼아 찾아와 자신들의 근원을 배우는 유적지가 되지 않을까.
 

소행성을 지구 주변으로 지나가게 하면 지구는 소행성으로부터 궤도 에너지를 얻어 태양에서 멀어질 수 있다. 사진은 역추진로켓을 장착해 소행성을 옮기는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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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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