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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기세포 희망심기

10년 장벽 넘어 재생의학의 꿈을 딴다

서울대 의대 김효수 교수는 올해 중반부터 새로운 줄기세포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주사해 심장에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시술이다. 2002년 말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한 김 교수는 지금까지 2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를 주사했다. 일부 결과는 유명 외국 학술지 ‘란셋’과 ‘서큘레이션’에 발표했다.

“심근경색 환자의 막힌 혈관을 일단 뚫어준 뒤 줄기세포를 주사해 새로운 혈관을 만듭니다. 효과는 좌심실 수축률로 측정하는데, 혈관만 뚫어준 환자는 40% 정도고 줄기세포를 함께 투여하면 45% 정도로 늘어납니다. 정상인은 50~60%입니다. 2년 동안 환자를 추적했는데 효과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올해 임상에서는 수축률을 더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줄기세포 치료는 난치병 환자를 위한 훌륭한 대안의 하나다. 사진은 첨단치료법인 항체 치료를 하는 모습.


2000년대는 줄기세포의 시대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는 쥐와 인간 배아줄기세포로 도파민 신경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해 ‘스템셀’ ‘분자치료’ 등에 최근 3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1편의 논문을 출판 예정 중에 있다. 파킨슨병 환자는 도파민 세포가 죽어가기 때문에 줄기세포로 도파민 신경세포를 만들어 환자에 주사하면 파킨슨병을 고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가 만든 도파민 신경세포는 분화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 대상의 임상은 아직 먼 이야기”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많은 사람들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없다는 말을 마치 모든 줄기세포가 무의미해진 것처럼 받아들인다. 황우석 파문의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세계적으로 줄기세포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거품을 걷어내고 건강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톨릭대 의대 오일환 교수는 “세포가 죽고 장기가 죽을 때 현대 의학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으며 상황을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할 뿐”이라며 “줄기세포 치료는 그런 난치병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교수도 “80년대에 유전공학, 90년대에 유전자치료가 각광을 받았다면 2000년대는 세포 치료의 시대”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에는 줄기세포 연구팀이 적어도 80개가 넘는다”며 “체세포복제 줄기세포는 그 중 일부이므로 이번 사건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줄기세포의 종류와 치료 전망^줄기세포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로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다. 크게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로 나뉜다. 성체줄기세포는 몸 안에서 암세포로 변할 가능성이 적고 윤리 문제가 없지만 분화 능력이 떨어진다. 배아줄기세포는 분화 능력이 뛰어나지만 난자나 냉동 배아를 이용하기 때문에 윤리 문제가 있다. 현재 실용화 시기는 성체 줄기세포가 좀더 가깝다. 그림은 줄기세포 치료가 유망한 분야다.


우리 몸의 세포는 신경이면 신경, 근육이면 근육 등 오직 한 가지 세포로만 존재한다. 그러나 줄기세포는 여러 세포로 변할 수 있는 원시세포다.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나눌 수 있는데 세계적으로 성체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조금 더 많으며 실용화도 가깝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1961년 캐나다 제임스 틸과 어니스트 맥쿨록 박사가 골수에서 백혈구와 적혈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를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연구는 백혈병 환자에 대한 골수이식으로 발전했다. 배아줄기세포는 1998년 미국 제임스 톰슨 박사가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하면서 연구가 활발해졌다. 배아줄기세포는 10년, 성체줄기세포는 50년도 안된 짧은 역사인 셈이다.

외국에서는 줄기세포를 배양하거나 다른 세포로 분화시키고, 특정 병에 대한 치료 효과를 찾아내는 연구가 활발하다. 한국에서도 점점 우수한 연구가 나오고 있다. 김동욱 교수는 “배아줄기세포 확립과 배양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성체줄기세포 연구 일부도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 서울대, 차병원, 마리아병원, 미즈메디병원 등에서 배아줄기세포주를 처음 확립했으며, 줄기세포를 뇌신경세포(포천중문의대 정형민 교수), 인슐린분비세포(서울대 문신용 교수) 등으로 분화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마리아병원은 2005년 세포치료용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로 미국 특허를 받았다. 이밖에 가톨릭대, 한양대 등 10여곳에서 성체줄기세포 임상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 많은 양을 얻을 수 있는 제대혈줄기세포 연구도 활발하다.

그러나 포천중문의대 백광현 교수는 “국내에서 이뤄진 연구 중에 논문으로 입증된 것이 적다”며 “외국은 전반적인 임상은 아직 멀었다고 판단해 기초 연구로 많이 돌아섰지만 한국은 여전히 임상이 더 많고 기초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줄기세포가 다른 세포로 변해도 왜 변하는지, 임상에서 효과가 있어도 왜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치료에 쓰기 어렵다. 동물실험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인간에 적용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배아줄기세포는 암세포처럼 무한증식해 세포주로 확립할 수 있다. 한 연구원이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있는 모습.


10년의 장벽을 극복하라

그렇다면 언제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할까. 골수이식을 제외한다면 성체줄기세포는 적어도 5~10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백광현 교수는 “배아줄기세포는 암세포가 돼 증식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든 병에 적용할 수도 없다. 김동욱 교수는 “파킨슨병, 심근경색 등이 현재 유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효수 교수는 “혈관이 죽어 생기는 허혈성 질병에 많이 쓰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뼈를 재생하는 연구도 많이 하고 있다. 치매, 척추손상 등은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과학계에서 ‘10년 이상 걸린다’는 예측은 대개 더 시간이 지나야 이뤄지거나 아예 실용화되지 않곤 했다. 골수이식도 20년에 걸쳐 수많은 논문과 임상시험, 부작용 관찰 등이 이뤄진 뒤에야 실용화됐다. 최근 중앙일보는 줄기세포 임상시험을 받다가 부작용을 일으킨 척추손상 환자의 사례를 보도했는데 그만큼 줄기세포 치료가 쉽지 않다.

오히려 지금은 앞에 놓인 산을 하나하나 차분히 넘어야 할 때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를 위해서는 줄기세포 대량생산, 원하는 세포 분화 조절, 이식후 생존지속, 주위 조직과 융화, 이식 세포의 기능 유지와 개선, 면역거부반응 방지, 암세포 방지 등의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줄기세포 치료와 질병 회복 간의 관계도 규명해야 하고 생명윤리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이런 것들이 섣부른 임상이나 동물 실험이 아니라 수많은 논문과 임상을 통해 학계에서 검증돼야 재생의학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지만 황우석 파문은 당분간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에 먹구름이 될 것이다. 여러 과학자들이 외국의 논문 심사 강화, 지나친 생명윤리 규제 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과학기술부도 1월 17일 “우리나라가 논문 조작으로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미국, 스페인, 영국 등이 줄기세포 연구에 전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가장 적극적인 캘리포니아주가 1년에 3억 달러(3000억원)씩 10년 동안 지원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허용한 영국이 줄기세포 선도국가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줄기세포라는 황금어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주에서 한국은 한번 넘어졌고, 이전부터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이 더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경주는 시작일 뿐 끝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꾸준한 연구와 함께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만 이어지면 선진국과 충분히 경쟁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줄기세포 연구에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김동욱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를 후원하는 민간 연구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합리적인 연구 풍토와 환상을 배제한 차분한 기다림만이 줄기세포에서 진짜 희망을 따줄 것이다.
 

쥐에 줄기세포를 주사해 원하는 세포로 자라는지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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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 사진

    박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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