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쉴 날이 없는 매스, 오늘도 사건 현장으로 출동한다.
발자국 모양으로 도둑 찾기
여길 보게. 발자국의 끝이 날카롭고 뾰족하잖아. 발가락 세 개도 선명하게 보이지. 영락없는 육식공룡 수각류의 발자국이야. 조반류에 속하는 조각류 공룡도 발가락 세 개가 찍힌 발자국을 남기지만 끝이 뭉뚝하고 발굽 부분이 둥글거든. 목이 긴 용각류는 커다란 원형 발자국을 남기지.
도둑이 남긴 발자국의 길이가 약 11cm인 걸 보면 작은 수각류 공룡이라는 걸 알 수 있어. 그런데 살금살금 걸을 때와 쿵쾅쿵쾅 뛸 때 발자국의 크기는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야. 지금까지 공룡 발자국은 2cm에서 1.2m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발자국 주인이 얼마나 크거나 작은지를 대략적으로 확인하는 정도로만 쓰이고 있지.
발자국을 보면 공룡이 두 발로 걸었는지 네 발로 걸었는지도 알 수 있어. 이 발자국은 왼발 오른발이 번갈아 가며 내딛고 있어. 두 발로 걸었다는 거야. 네 발로 걸었던 용각류 공룡은 뒷발보다 작은, 앞발의 발자국도 함께 나타나지. 조각류 공룡 중 이구아노돈은 작은 앞발자국이 함께 남겨진 경우도 있어. 두 발로 걷다가 네 발로도 걸을 수 있다는 거지. 특히 조각류의 발자국에는 여러 줄의 발자국이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무리를 지어 다녔다는 걸 알 수 있지.
물구나무 선 공룡?
전라남도 해남군에서는 총 105개의 용각류의 발자국이 발굴됐어. 윤곽이 둥근 모양으로 발자국 안에 솟아오른 부분이 별 모양으로 나타났지. 특이하게도 이들은 모두 앞발자국으로 뒷발자국은 하나도 없었어. 몸집 큰 네 발 공룡이 앞발로만 걷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야. 학자들은 용각류가 물속에서 뒷부분이 뜬 채 앞발로 걸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미국 텍사스 주에서도 비슷한 발자국이 발견된 적이 있거든.
목긴 공룡의 힘
용각류의 발자국 화석이 많이 발견되었지만 꼬리를 끈 흔적이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어. 길고 무거운 꼬리를 어떻게 들고 있을 수 있었을까? 용각류는 목에서 꼬리 끝까지 굵은 밧줄 같은 힘줄이 길게 연결돼 있었어. 긴 목과 꼬리는 어깨와 엉덩이뼈를 기둥 삼아 현수교처럼 균형을 이루며 공중에 떠 있는 거지.
공룡의 일대기
공룡뼈에 있는 성장선의 수와 크기를 보면 나이와 성장속도를 알 수 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10세까지 천천히 자라다가 20세까지 1년에 767kg씩 몸무게가 늘 정도로 빠르게 자란다. 22세 무렵이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도둑의 움직임 추적하기
발자국에는 도둑의 움직임이 그대로 남아 있어. 발자국을 연구해서 공룡의 움직임을 파악하려는 학자들도 있지. 앞서 발자국의 크기만으로 공룡의 크기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고 했잖아. 그래도 학자들은 통계적인 방법을 통해 다리 길이를 계산하는 공식을 만들었어.
육식공룡인 수각류의 경우에 작은 공룡은 발자국 길이의 4.5배를 하고, 큰 것은 5.5배를 하면 다리 길이를 알 수 있다고 해. 도둑의 발자국이 11cm라고 했으니까 작은 공룡일 테니 도둑의 다리 길이는 49.5cm가 되겠군.
이제 다리 길이를 알았으니 발자국 사이의 거리까지 알면 도둑의 속도를 구할 수 있어. 발자국 사이의 거리라는 것은 왼발자국에서 다음 왼발자국까지의 거리를 말해. 도둑의 발자국 사이의 거리를 재 보니 2.5m가 나오는군. 영국의 생물학자 맥닐 알렉산더는 동물의 크기와 발자국 사이의 거리관계를 연구했지. 그는 사람, 말, 타조, 코끼리, 쥐의 발자국 사이의 거리를 다리 길이로 나눈 값을 정리해 속도를 계산할 수 있는 방정식을 만들었어. 복잡해 보이지만 컴퓨터로 계산할 수 있으니 한번 살펴보기로 해.
이 식에 따르면 공룡의 속도는 발자국 사이의 거리에 달려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다리길이는 공룡의 크기에 따라 정해지므로 바뀔 수 없거든. 종류별로 보면 수각류의 발자국 사이의 거리는 조각류보다 커서 빨리 달렸다고 예상할 수 있어. 하지만 어떤 공룡도 위급한 순간이 닥치면 속도가 빨라지면서 발걸음을 크게 내딛게 되지.
도둑의 발자국 사이의 거리도 처음에는 2.5m지만 점차 3m, 4m로 커지는 게 보이잖아. 도둑은 조심조심 걸어서 현장을 벗어난 다음 마구 달려서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아랫다리뼈가 길면 빠르다
다리의 아랫부분이 윗부분보다 길면 속도가 빠르다. 말은 다리 아랫부분과 윗부분의 비율이 2.5:1 이다. 코끼리는 오히려 아랫부분이 더 짧아서 0.7:1을 이룬다. 조각류 공룡 람베오사우루스는 비율이 1.5:1이라 잘 달렸을 것이다.
수각류로 다리 길이가 50cm 정도에 속도가 빠른 공룡이라면, 내 생각으로 범인은 벨로키랍토르야. 이 공룡은 시속 60km까지 달릴 수 있었다고 해. 작은 몸에 지능이 높아 아주 약삭빠른 놈이지. 하지만 급하게 도망가느라 자신의 발자국이 남는 것은 신경 쓰지 못했나보군. 녀석을 체포하러 가세.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공룡나라의 수학탐정
사건파일 1 공룡뼈의 정체를 밝혀라!
사건파일 2 도둑의 발자국
사건파일 3 공룡폭행사건
인터뷰 공룡전문가 이융남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