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뀔 때 기자들이 흔히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올해가 ‘무슨 해’인지 찾아보는 겁니다. 2025년은 푸른 뱀의 해이자, 89년 만의 제곱수의 해(2025=452), 허블망원경 발사 35주년, 미터 협약 150주년, 그리고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 설립 350주년입니다.
이런 ‘애니버서리 기사’는 주목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과거의 중요한 순간을 연결해 현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과학동아가 2025년 첫 특집으로 양자역학 100주년을 다룬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100년 전, 독일 이론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원자 수준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행렬 역학’이라는 새로운 체계를 고안했습니다. 이로부터 양자역학의 수학적 기초를 확립한 논문이 탄생했죠.
이 논문은 난해하기로 유명해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도 “마법 그 자체”라 불렸습니다. 이번 특집에서는 그 “마법” 이후 지난 100년 동안 양자역학이 어떻게 발전했고, 과학과 기술을 얼마나 바꿔놨는지 돌아봤습니다. 특히 80cm나 되는 타임라인 페이지로 양자역학의 역사와 주요 사건을 한눈에 조망하고, 전 세계가 양자 산업에 뛰어든 오늘날 신진 연구자들이 바라보는 양자 과학기술의 미래까지 함께 살폈습니다.
양자역학 100주년 기사처럼,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내가 만난 멸종위기종’ 연재 기사도 과거의 성과를 토대로 멸종위기종을 바라보는 새 시각을 제안합니다. 첫 화 주인공은 지리산에 방사된 지 꼭 20년이 된 반달가슴곰입니다. 막연히 멸종위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날 지리산에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이 85마리까지 늘어나 지역 주민과의 공존이 큰 숙제가 됐다는 사실이 인상적입니다.
양자 과학기술은 과연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왜 반달가슴곰을 지켜야 할까요? ‘애니버서리 기사’의 본질은 과거와 현재, 그 연장선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기념할 때, 앞으로의 목표도 가장 선명해지기 때문입니다.
내년 1월은 과학동아 창간 40주년입니다. 이 40주년이 단순한 숫자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올 한 해 의미 있는 준비를 해보려 합니다. 지난 40년 동안 한국 과학의 변화와 혁신을 기록해 온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독자 여러분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꿈꿔보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계획하신 모든 일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