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멸망해 컴퓨터를 못 쓰게 되지 않는 한 개발자 수요는 늘 있을 것입니다.”
개발자 위기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개발자의 전망에 대해 묻자 천민지 엔지니어(크래프톤 플랫폼실 프리미엄 데브 팀장)는 “여전히 개발자는 매우 전망 있는 직업”이라고 일축했다. 천 팀장은 올해로 9년차에 접어든 베테랑 개발자다. 현재 크래프톤에서 ‘PUBG: 배틀그라운드’의 플랫폼 백엔드(서버) 개발을 맡고 있다.
천 팀장은 “컴퓨터는 일상생활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 더 필요도가 높을 것이기에 이를 관리할 개발자는 언제든 필요할 것”이라며 “오히려 모든 일 중 가장 마지막까지 남을 직업이 개발자”라고 밝혔다.
올해로 7년차 웹 개발자인 황서원 아보엠디코리아 리드 엔지니어는 “앞으로 점점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다루듯 프로그래밍 언어 하나씩은 아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개발자의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올해 1년차로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인 이유리 시솔지주 엔지니어도 “개발은 사회에서 계속 필요로 하는 기술”이라며 개발자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미래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 예비 개발자 최수빈 씨는 “‘업계 특유의 빠른 변화’라는 특징 때문에 개발자 전망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차 경력이 쌓였다는 말은 개발자 세계에서는 ‘현재 기술을 모르는 포지션이 됐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고 들었다”며 “기술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지금 뜨고 있는 기술은 모두가 새로 배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개발자로 살아남을지 여부는 실력이 판가름할 것이라는 의미다.
단순 코더는 도태되고, 실력 있는 개발자는 승승장구
이들이 말하는 전망 있는 개발자들의 공통점은 있다. 소위 ‘고급 개발자’란 용어로 불린다. 남들이 짜 놓은 알고리즘을 컴퓨터 언어로 변경하는 ‘단순 코더’가 아닌, 소프트웨어나 서버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개발자’를 뜻한다.
김성우 크래프톤 인사담당자(크래프톤 탤런트 애퀴지션 팀장)는 “실제로 개발자의 생태계보다 냉정한 곳은 없다”며 “경력이 많아도 실력이 없으면 높은 연봉을 받지 못한다. 흔하진 않지만 신입이어도 실력이 좋으면 10년차 이상의 대우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온라인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출시한 기업으로, 해외 지사를 포함해 3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서 김 팀장은 인재 채용을 비롯해 해외 지사와 협업해 글로벌 채용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이어 김 팀장은 “기업 입장에서 개발자는 항상 부족하다”며 “특히 서비스 개발자, 알고리즘을 만드는 서버 개발자 등이 부족해 채용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각에선 개발자를 줄인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대부분 코딩 노동자(단순 코더)를 감축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런 개발자 채용이 앞으로는 게임 업계뿐 아니라 더 많은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테슬라 등 자동차 업계는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크래프톤도 게임을 넘어 인공지능(AI), 딥러닝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개발자가 더 많은 분야에서 필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래는 도메인이 확실한 개발자의 시대
현직 개발자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컴퓨터 엔지니어링 분야는 여전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과 분야들이 등장한다. 현직 개발자들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찾고, 공부하고, 시험한다.
이유리 엔지니어는 “현재 개발자에 대한 수요와 함께 공급도 늘어, 쉽게 취직이 된다는 생각만 가지고 선택해서는 안 된다”며 “개발자는 개발에 성취감을 느끼고 개발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전시킬 자신이 있을 때 사회적으로 전망이 밝은 직군”이라고 밝혔다. 개발자는 연차가 쌓여도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황서원 엔지니어도 “미래는 도메인(전문 분야)이 확실한 개발자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쉽게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분야를 살릴 수 있는 개발자들만이 개발자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의미다.
여기에는 실제 그의 경험이 녹아있다. 황 엔지니어는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뒤 물류센터에서 첫 직장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본인의 업무 중 대부분이 컴퓨터로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대체할 수 없는 일을 찾던 중 개발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전통적인 의미의 개발자’는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정하지 않으면 미래가 어둡다 생각한다. 자신만의 도메인이 확실한 개발자는 디지털포메이션의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