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느닷없이 우주에서 떨어지는 인공물이 지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소식이 퍼져나갔다. 중국의 우주발사체 ‘창정 5B호’에서 떨어진 무게 20톤(t)짜리 잔해가 통제력을 잃어버린 채 낙하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일각에서 예상 추락 경로에 한반도가 포함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에 근거해 “한반도에 추락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발표했고, 실제로 며칠 뒤 창정 5B호의 잔해가 인도양에 추락하며 다급했던 상황은 종료됐다. 정부가 낙하물이 한반도 부근에 떨어질 위험을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던 것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의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분석 덕분이었다. 급박했던 이번 사태를 비롯해 우주위험의 최전선에서 한반도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우주위험감시센터를 6월 11일 찾았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세종홀 3층에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벽면을 가득채운 모니터엔 전 세계 지도와 함께 숫자와 그래프가 빼곡했다. 여느 과학 연구실과는 사뭇 다른 이 공간은 우주의 인공물이 지상에 낙하할 가능성과 그 낙하물이 한반도 인근을 위협할 가능성을 추적, 분석하는 국내 유일의 우주환경감시기관인 천문연이 운영하는 우주위험감시센터다. 조성기 우주위험감시센터장은 “우주위험을 감시하고 비상시 지휘를 하는 상황실”이라고 말했다.
우주위험감시센터는 자칫하면 한반도에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우주위험을 예측하고 경보를 발효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8년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1호의 추락 예상 영역에 한반도가 포함되자 우주위험 경보를 총 4단계 중 3번째 단계인 ‘경계’로 상향해 발령한 게 대표적이다. 올해 5월 로켓 창정 5B호의 잔해물 낙하 때도 일찌감치 낙하 궤도를 계산해 한반도는 낙하 예상지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다고 예측한 것도 우주위험감시센터였다.
위험상황 발생 시 24시간 지켜본다
많은 모니터 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중앙에 펼쳐진 세계 지도 위에 그려진 궤도와 점(60p 왼쪽 모니터)이었다. 한눈에 봐도 인공위성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 센터장은 “현재 국내에서 운영하는 인공위성 9기의 실시간 위치를 나타낸다”며 “가장 큰 우주위험 중 하나가 인공위성의 낙하이기에 정밀하게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에는 다양한 위험요소가 있다. 우주방사선처럼 환경적인 요인도 있지만, 가장 위험이 큰 것은 물체의 낙하와 충돌이다. 지름 약 100m의 물체가 지구에 충돌한다면 좁게는 도시부터 넓게는 한 나라 전체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우주위험감시센터에서는 우주물체의 위험성을 감시하고 있으며 인공위성도 그중 하나다. 우주위험 물체는 크게 인공우주물체와 자연우주물체로 나뉜다. 창정 5B호의 잔해나 통제를 잃은 인공위성, 우주쓰레기 등은 인공우주물체다. 혜성과 유성체, 소행성 등은 자연우주물체다.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 등 우주에 떠 있는 장비와 시설이 우주 궤도 비행을 안전하게 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우주위험감시센터에서 이를 모니터링하는 것을 ‘우주 교통 관리(STM)’라고 한다.
우주위험감시센터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은 12~13명 수준이다. 조 센터장은 “감시장비를 운영하고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업무 외에 우주위험을 감시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장비를 연구개발하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업무가 다양한 만큼 특별한 위험 요인이 없는 평시에는 상시감시 체계로 운영된다. 하지만 위험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비상감시 체계로 연구원들이 24시간 상주하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위험 경보를 내린다.
조 센터장은 “가장 최근 비상감시 운영을 했던 때는 우주위험 경보가 발효된 2018년 톈궁 1호의 추락사고”라며 “창정 5B호 사건 때는 분석을 통해 한반도가 위험 지역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국민의 관심도가 워낙 높아 비상감시에 준한 체계를 일주일간 유지했다”고 말했다.
늘어가는 우주 쓰레기, 높아지는 우주위험
‘TOTAL 48,681’ ‘ON ORBIT 23,229’ ‘ACTIVE 4,538’ ‘DECAYED 25,452’.
세계 지도 왼편에는 몇 개의 숫자와 표가 보였다. 의미를 묻자 최은정 우주위험연구실장이 “현재 전 세계에서 감시하고 있는 인공우주물체의 현황”이라고 답했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모든 데이터를 종합한 수치로 센터가 자체적으로 감시하는 국내 운용 인공위성 외에 다른 위험요인이 한반도로 향할 가능성을 빈틈없이 감시하기 위해서 설치됐다.
센터에 따르면, 이날 관리하고 있는 인공우주물체는 총 4만 8681개로 그중 2만 5452개는 이미 지구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2만 3229개가 지구 저궤도에 떠 있는 상태였다. 그중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공위성은 4538개였다.
대부분 인공우주물체에 대한 정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에서 제공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서 운영하는 인공위성만큼은 우리가 직접 관리하고 감시한다. 우주위험감시센터는 이를 위해 전 세계 다섯 곳에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시스템(OWL-Net·아울넷)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북 영천에 위치한 보현산 천문대에 설치돼 있고, 나머지는 미국과 모로코, 이스라엘, 몽골에 있다.
아울넷을 운용하는 제어실은 우주위험감시센터 한쪽에 마련돼 있다. 최 실장의 안내에 따라 제어실에 들어서자 감시실에서 보던 화면보다 빼곡히 점이 찍힌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감시실 모니터에는 국내에서 운영하는 인공위성의 위치만 볼 수 있었다면, 제어실에서는 감시 중인 인공우주물체 전체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최 실장은 “현재 감시 중인 인공우주물체 2만 3000여 개의 현재 위치를 모두 볼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감시실 모니터에 어떤 정보를 띄울지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넷이 촬영한 인공우주물체의 사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까만 도화지 위에 마치 별똥별이 떨어지는 궤적을 그려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울넷은 주기적으로 사진을 촬영하는데, 이를 위치가 거의 변하지 않는 주변 천체 사진과 비교하면 인공우주물체의 예상 경로상 실제 위치와 속도 등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계산한 데이터에 주변 환경의 물리량을 더해 시뮬레이션하면 추락하는 인공우주물체가 얼마나 위험한지 계산할 수 있다.
최 실장은 “지구 근처에서는 지구의 중력과 대기 밀도가, 지구에서 멀어지면 태양과 달의 인력이나 태양복사의 영향력이 커진다”며 “이런 요소를 고려해 시뮬레이션해야 정확한 추락 지점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넷은 우주위험감시센터를 대표하는 감시장비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순간의 위험을 감시하기 어렵다. 광학장비는 가시광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낮에는 촬영할 수 없고 날씨에 따라서도 성능 차이가 크다. 그래서 우주위험감시센터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위성레이더 추적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최 실장은 “레이더장비는 광학장비보다 넓은 범위를 감시할 수 있고, 시간과 날씨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며 “레이더장비는 전체적인 감시를, 광학장비는 특정 물체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름 1km 소행성, 지구 초토화할 수도
인공우주물체가 최근 우주위험 요소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지구에 커다란 인적, 물적 피해를 입힌 사례는 거의 없다. 반면 자연우주물체에 의한 피해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유성체 폭발 사건이다. 당시 20m 가량의 유성체가 대기권에서 폭발해 1600여 명의 부상자와 약 350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감시실의 벽면 한쪽에는 지구와 함께 지구 근처의 소행성 궤도가 그려진 모니터가 보였다. 수많은 궤도가 실타래처럼 엉켜있었다. 지구 주변 소행성의 위치를 한눈에 알려주고 있었다. 센터에 따르면 이날 근지구소행성(NEA·지구의 공전궤도 근처에 있는 소행성)은 총 2만 6021개로 전날보다 14개 증가했다.
김명진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연구원은 “자연우주물체는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높지 않고, 추락하더라도 크기가 작으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마찰열로 대부분 소멸한다”며 “다만 지구와의 최소궤도교차거리가 0.05AU(천문단위·1AU는 약 1억 5000만 km), 지름이 140m가 넘으면 지구와 충돌해 큰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구위협소행성(PHA)으로 따로 분류해 별도로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PHA의 크기 기준인 지름 140m를 훌쩍 넘어 1km급 이상인 경우에는 ‘PHA-km’이라는 명칭으로 별도 관리하고 있다. 지름 140m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 한 국가에 영향을 주지만, 1km가 넘는 경우 전 지구적인 기후에 영향을 줄 정도의 파괴력을 갖는다.
자연우주물체 감시 역시 광학장비를 주로 활용한다. 인공우주물체를 감시하는 아울넷과 더불어 외계행성을 탐색하는 데 쓰이는 광학망원경 ‘KMTNet’도 1년에 75일(3개 관측소 기준)은 자연우주물체를 관측하는 데 활용된다. 다만 소행성은 표면반사율이 매우 낮아 크기가 작은 경우 지상에 설치된 광학망원경으로 감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를 보완하고자 NASA에서 운영하는 적외선 우주망원경 ‘NEOWISE’ 등으로 관측한 자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김 선임연구원은 “평시에는 NASA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정보를 수집해 감시하고, 지구위협소행성 등이 나타나면 국내외에서 운영하는 장비를 동원해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행성의 궤도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추적관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자료는 NASA의 센트리(SENTRY) 프로그램에서 얻는다. 센트리 프로그램은 소행성의 궤도정보를 이용해 향후 100년간 지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검토하고 위험도가 높은 소행성 정보를 공유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정밀하게 궤도를 계산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갈수록 우주위험은 커지고,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높은 관심만큼 잘못된 정보로 인한 혼란도 크다. 과학적 감시와 분석, 소통으로 이런 혼란을 잠재우고 정확한 정보를 유통시키는 것도 센터의 임무 중 하나다. 조 센터장은 “창정 5B호 사건의 경우 추락 예상지역에 한반도가 포함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매우 약했지만 관심을 많이 받으면서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앞으로 우주감시센터가 철저한 우주위험 감시로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불필요한 사회적 불안을 잠재우고 안전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