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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산을 가르고 바다와 섞이고

과거 중국의 한, 위나라에서는 한강을 ‘대수(帶·띠 대)’라 불렀다. 한강의 모습이 한반도의 허리에 띠를 두른 것처럼 보이는 데에서 나온 표현이다.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에는 크고 넓은 물이란 뜻의 ‘아리수’로 적혀 있다. 지금 쓰이는 한강이란 이름은 우리말 ‘한가람’에서 비롯된 말로 ‘한’은 ‘크다, 넓다, 가득하다’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한강은 유역면적이 3만 5770km2로 한반도에서 압록강 다음으로 넓다. 한반도 중앙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두른 형태로 흐르며 총 하천 길이는 494.4km로 네 번째로 길다. 강원도, 충청북도, 경기도, 서울특별시 등 여러 행정구역을 가로지르며 흐른다. 한강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인구는 한국 전체의 절반 가까이다.

 

한강은 독일의 라인강, 영국의 템즈강, 프랑스의 센강과 종종 비교된다. 각 국가의 수도를 관통한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아마존강이나 나일강, 황허강, 인더스강 등 길이가 수천 km에 달하는 주요 강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다는 점도 이들 강 사이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모든 강은 위치한 지역의 기후와 지형, 인간의 활용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과 특성을 보인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의 한강은 여느 강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이 나타난다.

 

본래 한강은 퇴적지 발달에 유리한 강


한반도는 동아시아 몬순 기후대 영향권에 속해 여름에 강수량이 집중된다. 지난해 여름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한반도의 강이 일제히 불어났다. 한강 유역은 9년 만에 홍수특보가 발표됐으며 잠수교의 수위는 11.53m로 역대 최고 홍수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중부 지방을 기준으로 54일간 장마가 지속됐으며 전국 평균 누적 강우량은 686.9mm 정도였다.


이처럼 한 계절에 비가 집중되면 강은 극적인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강을 포함한 한반도의 강은 평균 경사도가 비교적 높기 때문에 강우가 빠르게 하천으로 집중된다. 강의 최대 유량과 최소 유량의 비율인 하상계수를 보면 템즈강은 8, 라인강은 14, 센강은 34인 반면, 한강은 393이다. 한강은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에 최소 유량의 393배나 불어난다는 뜻이다.


집중호우로 유량이 증가하면 부유 물질이 급격히 증가한다. 게다가 한강 유역의 지질은 퇴적암과 화강암이 풍화돼 만들어진 푸석푸석한 새프롤라이트가 기반암인 곳이 대부분이다. 이 입자는 강을 따라 이동하기 쉬운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장마철이 지나고 유량이 감소해 유속이 점점 느려지면 강을 따라 이동하던 자갈, 모래 등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래서 과거 한강의 하천 바닥과 양 옆에는 모래 등이 쌓인 톱이 나타나고 하중도가 많이 관찰됐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공하는 구(舊)지도를 살펴보면 1910~1930년 당시 남한강을 따라 직경 수십 m~수백 m의 하중도가 강이 구부러진 곳마다 관찰된다. 지금의 미사대교~팔당대교 사이, 동작대교와 반포대교 사이에도 하중도가 있었다. 변종민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골재 채취와 하천정비 사업을 하면서 현재는 (하중도와 같은 퇴적지의) 본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퇴적 지형은 다공질이기 때문에 부영양화를 방지하고 유해 물질을 걸러내 수질을 정화시키는 효과를 내며 수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시켜 준다.


현재 한강 하류는 강바닥에 톱이 나타나면 주기적으로 모래를 준설해 수심을 2.5m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2.5m는 유람선이 다닐 수 있는 최소 수심이다. 남한강은 2008~2012년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여주보, 이포보, 강천보를 건설하며 수심이 3m 이상으로 높아졌다. 남한강 곳곳에 남아있던 하중도와 하천 양 옆의 퇴적지도 4대강 사업으로 사라졌다. 


습지 형태로 만들어진 한강 하구 퇴적지는 습지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하구는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서해안은 조석 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에 하루에 두 번 물이 바다에서 강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현상도 관찰된다. 변 교수는 “한강은 가뜩이나 유속이 느린 강에 속하는데 한강 하류는 조석의 영향을 받으면 더 느려진다”며 “유속이 느려질수록 고운 입자가 퇴적된다. 한강 하류 물가에 갯벌처럼 고운 입자가 쌓여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6년 국립환경과학원의 습지보호지역 정밀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강 하구의 성동습지, 공릉천하구습지, 시암리습지, 산남습지 등은 실트(입자 직경 0.002~0.05mm)와 모래(입자 직경 0.05~2mm) 함량이 높았으며 가장 상류 쪽에 있는 장항습지는 평균 입자 크기가 가장 컸다. 습지를 구성하는 입자의 지름은 갯벌 퇴적물과 비슷하거나 조금 큰 크기로 하천과 바다의 작용을 동시에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심 하천 이전에 산지 하천


남한강은 강원도 정선에서 시작해 충북 단양, 제천, 경기도 여주로 흐르고 북한강은 강원도 철원, 화천, 춘천을 거친다. 두 강은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만나 한강의 본류가 되어 서울을 통과한다. 대부분 한강을 떠올리면 경사가 거의 없는 곳에서 1km 정도의 넓이로 넓게 흐르는 서울의 한강만을 연상하지만, 한강의 하류에 속하는 북한강과 남한강의 합류 지점까지도 산지 하천의 특색이 나타난다. 


산지하천은 계곡 폭이 상대적으로 좁고 경사가 급하며 기반암이 노출된 곳이 많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구상했을 때도 국내의 지형학자들은 산지하천이 많기 때문에 운하 건설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2008년 열린 ‘한반도 대운하와 지형환경’ 심포지엄에서 지형학을 연구하는 오경섭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대운하 사업을 하려면 모래 준설뿐만 아니라 단단한 하상 기반암을 5~6m 이상 파괴하면서 굴착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산지하천이 발달한 이유는 단순하다. 한반도에 산지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경사도가 5도 이하인 평탄한 지역은 약 23%에 불과하다. 변 교수는 “하류에 속하는 남한강과 북한강 합류 지점에 이미 고도 600m 이상의 산지가 발달해 있고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하천 양안에 높은 산지가 있는 산지하천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산지하천을 세로로 잘라 보면(종단면) 상류 쪽에서 급격하게 하상고도(하천 바닥의 해발고도)가 하강하고 곳곳에 분지 형태의 평탄면이 나타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박수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남한강 본류 시작지점(분계선)에서 50km까지의 구간에서는 하상고도가 150m 정도 가파르게 하강한다. 해안에서 약 200km 떨어진 중상류 지점에서는 해수면과 하상고도의 차이가 50m 정도가 되는데, 이 사이에 중간중간 평탄면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충주 분지에서는 하상고도가 37~38m를 유지하며 평탄면을 이룬다. 여주-이천 분지에서는 하상고도가 11~15m를 유지한다.


북한강은 자연 상태의 종단면을 확인하기 어렵다. 산지하천은 물이 높은 위치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수력발전에 최적인데, 특히 북한강에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많은 댐이 건설됐다. 북한의 임남댐을 포함해 현재 7개의 댐이 있으며 평화의 댐을 제외한 나머지 화천댐,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소양강댐으로 수력발전을 하고 있다.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보전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강은 댐이 연속적으로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인위적인 계단식 지형을 보인다”며 “자연적인 하천 지형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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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경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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