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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인 줄 알고 먹었더니 바닷물에 떠다니던 밧줄이었다. 밧줄이 내장 속에서 얽힌 바다거북은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고래는 이제껏 잘 걸리지 않던 질병을 앓는다. 돌고래는 암 투병 중이다. 북극곰은 먹이를 찾아 새 둥지에 있는 알을 훔치는 강도가 됐다. 


2021년 지구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해양 동물들의 우울한 일상이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은 이들에게 크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팀은 인공물을 섭취해 죽은 해양동물에 대한 논문 79편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양동물 80종 1328마리의 사망 원인을 밝혀 보전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컨서베이션 레터스’에 발표했다. 고래류 132마리, 바다코끼리와 물개, 물범 등 기각류 20마리, 바다거북 515마리, 바닷새 658마리가 연구에 포함됐다. doi: 10.1111/conl.12781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해양 생물들의 목숨을 앗아간 방법은 다양했는데, 특히 크고 잘 휘어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든 해양동물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날카로운 플라스틱이 동물의 몸속으로 들어가 장기를 파손시킨 경우도 있었고, 섭취한 플라스틱이 소화되지 않으면서 복막염, 패혈증 등으로 죽음에 이른 동물도 있었다. 몸속에 플라스틱이 누적되거나 플라스틱 섬유에 의해 몸속 장기들이 뒤엉키기도 했다. 

 

 

오염된 바다에서 신음하는 해양동물들


고래와 바다거북은 비닐, 필름과 같은 플라스틱이 주요 사망 원인이었다. 비닐을 섭취하면 몸속에서 이상 부력이 만들어진다. 바다 깊숙이 살던 고래가 비닐 플라스틱에 의한 부력 때문에 수면에 떠 올라 선박이나 보트에 치이거나 부딪히는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다. 물개와 같은 기각류는 낚시 도구 잔해물이 죽음을 초래했고, 뾰족하고 단단한 플라스틱은 바닷새의 목숨을 앗아갔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진짜 먹이와 모양이 유사해서 해양 동물이 착각해 섭취하는 경우가 있다. 영국 엑시터대 연구팀은 2014~2016년 지중해 키프로스 해변에서 죽은 바다거북 34구를 조사했다. 그중 19마리의 위장을 들여다 본 결과 모든 바다거북의 내장에서 플라스틱을 발견했다. 섬유, 옷, 타이어, 그물 등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바다거북이 색과 모양을 구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변의 플라스틱 파편과 먹이의 모양을 착각해 섭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doi:10.1038/s41598-019-48086-4


초식성인 바다거북은 주로 해초류를 먹고 산다. 그런데 밧줄 등은 해초류와 생김이 비슷하다. 해파리 등 연체류를 좋아하는 바다거북은 파도에 움직이는 비닐,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섭취한다. 실제로 바다거북 사체에서는 검은색, 투명색, 녹색을 띠는 물질이 다량 나왔다. 

 

 

바다거북이 플라스틱을 먹는 이유


해양동물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하는 또 다른 원인은 냄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은 바다에 녹은 플라스틱 파편 냄새가 바다거북의 먹이 냄새와 비슷해 바다거북이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한다는 사실을 밝혀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doi: 10.1016/j.cub.2020.01.071


바닷새나 물고기는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이들이 섭취한 식물성 플랑크톤에 의해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그런데 바다에 녹은 플라스틱에도 미생물과 조류가 달라붙어 이와 유사한 물질이 만들어지고 바다거북의 먹이와 유사한 냄새를 풍긴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어린 바다거북 15마리를 실험한 결과 깨끗한 플라스틱 냄새는 무시했지만, 바다에 담가 놓았던 플라스틱 냄새를 맡고는 전형적인 먹이 찾기 행동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바다에 부유하는 플라스틱이 바다거북의 먹이 찾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우연히 먹은 플라스틱은 몸속에서 소화관 등 다양한 장기에 얽히며 소화를 방해하고, 익사, 질식 등의 원인이 된다. 플라스틱 파편에 흡착된 유기 화학물질 속 독성 금속, 병원균 등에 노출될 수도 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2018년 발행한 ‘플라스틱 오염 현황과 그 해결책에 대한 과학기술 정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해안 쓰레기의 56%가 플라스틱류다. 국립생태원은 2018년부터 바다거북 사체를 부검하고 연구하고 있다. 부검 결과 바다거북 수십 마리의 몸속에서 플라스틱이 나왔고, 플라스틱이 직접적인 사인이 된 것도 있었다.  


바닷새는 해수면에 서식하는 플랑크톤 등을 먹고 산다. 그런데 플랑크톤이 이미 미세플라스틱과 엉겨 있는 상태거나 독성 물질에 노출돼 있다. 바닷새는 고스란히 그것을 먹게 된다. 


바닷새는 알을 낳을 시기가 되면 알과 태어날 새끼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둥지를 짓는다. 둥지는 얇고 길쭉한 나뭇가지를 수없이 많이 물어와 엮어 만든다.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에서 서식하는 바닷새는 집을 지을 재료로 바다 위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끈을 물어온다. 


그렇게 비극이 시작된다. 나뭇가지인 줄 알았던 플라스틱 끈이 쌓일수록 서로 얽힌다. 어미새는 물론 알에서 나와 막 움직이기 시작한 아기새는 끈에 발목과 목이 걸린다.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칠수록 끈은 새를 옭아매고, 그렇게 새는 질식해 죽거나 다리가 묶인 채로 하늘을 날다가 위험해 빠져 서서히 죽게 된다. 


국내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해양 플라스틱을 저감 정책을 세워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김현정 해양수산부 해양보전과 주무관은 “지난해 해수부는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세워 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다”며 “바다로 유입되는 해양 플라스틱 저감 및 처리를 강화하는 대책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을 절반 이상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로 피부병에 걸린 돌고래  


해양 환경오염만큼 해양 생물들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에 의한 지구온난화 현상은 해양 온도를 높여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서식지를 파괴한다. 갑작스러운 수온의 상승으로 해양동물이 질병에 걸려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도 흔하다.  


호주 남동부와 미국 플로리다주, 텍사스주 등 지역에서 피부 궤양 질환을 앓던 돌고래가 수차례 죽은 채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돌고래 몸의 최대 70%에 피부 병변이 퍼져있었다. 미국 해양포유류센터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돌고래가 서식하는 해수의 온도 상승으로, 염도가 급격히 낮아진 것을 피부병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doi: 10.1038/s41598-020-78858-2


실제로 피부 질환에 걸린 돌고래가 발견된 지역은 모두 허리케인 등 극심한 기후변화에 따른 갑작스러운 염도 감소가 있는 곳이었다. 연구팀은 “해양 온도가 전 세계적으로 따뜻해지고 있고, 이 현상이 해양 포유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질병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은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로 해양 열파 현상의 빈도가 높아졌고, 그 결과 돌고래와 같은 해양 포유류는 물론, 어류, 해양 근처에 서식하는 새의 폐사율을 높아졌다고 밝혔다. doi: 10.1126/science.aba0690


바다 폭염으로 불리는 해양 열파는 수일 이상 비정상적으로 해양 표면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오래되면 유해 조류가 증가하고, 해양 영양분 공급을 감소해 결과적으로 해양 생물들이 영양 부족에 시달리게 만든다. 급기야 해양 생태계가 멸종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해양 열파가 최근 10년 동안 172번 발생했고, 평균 48일 동안 지속됐으며, 평균 온도보다 최대 5.5°C까지 높은 것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해양 열파의 발생 빈도가 1982년 이후 20배가 됐으며, 지구온난화로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샬럿 라우프쾨터 스위스 베른대 연구원은 “최근 해양 열파는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며, 복구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빙하가 녹아 서식지 변화를 겪는 북극 해양동물 


기후변화의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은 것은 북극에 서식하는 해양동물이다. 실제로 지난해 파비앵 레프리외르 프랑스 몽펠리에대 교수팀은 먹이, 서식지, 번식, 행동 및 생태 등을 토대로 해양 포유류 123종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해양 동물로 바다코끼리와 북태평양 참고래 등이 꼽혔다. 


바다코끼리는 북극 해안지역 유빙 위에서 서식하는 동물이다. 빙하의 용융은 서식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태평양은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바다여서 이곳에 서식하는 고래 등 해양 동물에게 북극의 상황은 민감하게 작용한다. 


실제로 트레이시 골드스타인 미국 데이비스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 수의대 원헬스연구소 부소장팀은 북태평양에 서식하는 해양 포유류 사이에서 출현한 물개 전염성 급성염증 바이러스(PDV)가 북극 해빙의 감소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19년 발표했다. PDV는 홍역과 비슷한 바이러스로, 물개의 뇌와 폐에 영향을 미치는 감염병을 일으킨다. doi: 10.1038/s41598-019-51699-4


연구팀은 2001~2016년에 북태평양에 서식한 물개 2530 마리, 이곳에서 죽은 물개 165구와 해달, 바다사자 등 해양 포유류의 혈액과 콧물을 채취해 바이러스를 검사했다. 그 뒤 위성으로 동물의 이동 경로를 분석해 바이러스 발생과 감염 시기를 조사했다. 


그 결과 북태평양 전역에서 일어난 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했다. 또 북극 해빙이 다량 녹아 수로가 개방되면 감염률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골드스테인 연구원은 “수로가 개방돼 동물들이 이동하면서 다른 종과 접촉하면 새로운 감염병을 옮길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는 야생 동물의 토속 식단까지 바꾸고 있다. 북극곰은 원래 물개 등 대형 해양 포유류를 잡아먹고 사는 동물인데, 최근 서식지가 변하며 새의 알을 먹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해빙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북극곰의 서식지가 변했기 때문이다.


커다란 북극곰이 고작 새알만으로 허기를 채울 수는 없다. 2016년 캐나다 윈저대, 워털루대 등 공동연구팀은 물개를 잡아먹던 북극곰이 새알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는 영양 상태가 풍족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게다가 바닷새의 개체수에 영향을 줘 북극 생태계 전체 생태 변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doi: 10.1111/gcb.13499


코디 데이 캐나다 윈저대 연구원은 “북극 바다의 얼음이 녹으면 북극곰은 다시 얼음이 얼어붙을 때까지 금식한다”며 “새알을 먹어도 새알은 (물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량이 낮아 북극곰의 영양 상태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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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디자인

    유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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