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난이도 | 호르무즈해협 군함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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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선원 21명을 구출한 ‘아덴만의 영웅’ 청해부대가 1월 21일부터 아라비아반도와 이란을 가르는 호르무즈해협 너머까지 작전 해협을 넓혔다. 호르무즈해협은 미군과 이란군이 맞서고 있어 언제든 교전이 펼쳐질 수 있는, 전 세계에서 군사적 위협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임무에 따르는 위협과 이에 대비한 군사기술을 알아봤다.
“우리 정부는 현 중동 정세를 감안해 우리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방부는 1월 21일 브리핑을 통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아덴만 일대에서 호르무즈해협 전역인 오만만, 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27일 부산 작전사령부에서 출항한 청해부대의 왕건함(DDH-978)이 확대된 작전구역에서 상선 보호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왕건함은 길이 150m, 폭 17.4m, 깊이 7.3m 크기에 최대 시속 29노트(54km)를 내는 4400t(톤)급 방공구축함이다.
<;1 미사일>; 3차원 대공탐색레이더로 탐지
왕건함이 파병 임무에 나서는 호르무즈해협은 수심이 낮고 바다 폭이 좁은 것이 특징이다. 즉 가까운 내륙에서 날아오는 미사일 등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란은 사정거리 200km의 중거리 대함 순항미사일을 가지고 있다.
대공방어에 가장 중요한 것은 탐지능력이다. 미사일을 비롯한 비행체의 속도가 빠른 만큼 신속히 탐지할 수록 방어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기 때문이다. 왕건함은 원거리에서 접근하는 비행체를 탐지할 수 있는 2차원 장거리 대공탐색레이더(AN/SPS-49(V)5)와 3차원 대공탐색레이더(MW-08)를 탑재하고 있다.
2차원 장거리 대공탐색레이더는 최대 474km, 3차원 대공탐색레이더는 최대 100km 떨어진 지역까지 탐지한다. 3차원 대공탐색레이더는 탐지 영역이 상대적으로 좁지만, 목표물의 위치를 3차원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단일 전파를 사용하는 일반 레이더와 달리, 직교하는 방향(z축)으로 각기 다른 전파를 보내 목표물의 고도까지 확인한다. 장거리 대공탐색레이더로는 알 수 없는 저고도 비행체나 소형 비행체를 탐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왕건함에 적용된 두 가지 레이더는 모두 회전식 레이더다. 360도 모든 방향을 탐지하기 위해 회전하는 동안 감시하지 못하는 구역이 발생하고 표적의 추적 능력이 떨어진다.
이와 다르게 영국과 일본이 각각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한 HMS디펜더함(D36)과 다카나미함(DD-110)은 위상배열레이더가 탑재됐다. 위상배열레이더는 안테나를 기계적으로 회전시키지 않고, 고정된 안테나에서 전파의 위상을 변화시켜 목표물을 탐색한다. 레이더 탐지 빔 형성과 방사 방향 설정이 신속하게 이뤄져 사각지대 없이 실시간으로 다양한 목표물을 탐색, 추적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군함 중에는 이지스함(DDG)인 세종대왕급 구축함에 이런 위상배열레이더가 탑재돼있다.
문근식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예비역 해군 대령)은 “왕건함은 전자전 장비*와 3단계 미사일 요격시스템 등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이란에서 운용 중인 대함미사일은 비행 속도가 음속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 어뢰>; 어뢰음향 대항시스템으로 회피
잠수함에서 나오는 어뢰 공격도 우리 해군에겐 위협적이다. 우리 상선이나 왕건함이 직접 공격대상이 되진 않겠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항공기와 미사일을 찾는 데 레이더를 사용한다면 잠수함이나 어뢰는 음파로 탐지한다. 파장이 짧은 전파는 물속에서 산란되기 때문이다. 음파는 상대적으로 파장이 길어 물속에서도 진행할 수 있다. 왕건함에는 두 가지 수중 음파탐지 장비(소나·SONAR)가 탑재됐다.
함수(뱃머리)에 부착된 함수고정소나(DSQS-21BZ)는 능동형 소나로, 발사한 음파가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속도를 계산해 잠수함을 찾아낸다. 선체에 부착된 장비라 함정이 기동하면서 내는 소음의 방해를 받아 탐지거리가 30km가량으로 짧은 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왕건함은 견인소나를 동시에 사용한다. 견인소나는 줄에 묶어 끌고 다니며 사용하는 음파탐지기다. 함수고정소나보다 크고 함정의 소음에 영향을 덜 받아 우수한 탐지 성능을 보여준다.
그밖에 왕건함은 함정에 다가오는 유도어뢰를 회피하는 어뢰음향 대항시스템도 가지고 있다. 함정이 움직이는 소리를 쫓아서 적이 쏜 어뢰가 다가올 때 이를 다른 음향으로 따돌리는 기술이다.
쫓아오는 어뢰를 요격하는 시스템은 아직 없다. 어뢰 요격 시스템은 미국과 독일 등에서 개발 중으로 상용화되지는 않았다. 어뢰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탐지해서 회피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 이유다.
<;3드론>; 드론 요격 레이저 2023년 실전 배치
드론도 방어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현재 많은 나라에서 군사용 드론을 개발해 교전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지난해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왕건함을 포함해 현재 개발된 대부분의 군함은 드론 공격에 취약하다. 드론을 식별하고 추적할 수 있는 탐지체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 객원연구위원은 “드론은 크기가 작고 저고도로 비행해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렵다”며 “사람이 직접 눈으로 드론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드론을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다. 오대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협동로봇융합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해 7월 탐지 범위 3km 이상에서 드론을 식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2016년 초고해상도 레이더 신호처리 기술을 이용해 200m 이상 떨어진 드론을 탐지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고,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탐지 범위를 크게 늘렸다. 초고해상도 레이더를 이용해 수집한 드론의 다양한 탐지 패턴을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결과다. doi: 10.1002/mop.31408
오 선임연구원은 “3km 범위의 드론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은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라며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탐지한 드론을 요격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를 개발 중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레이저를 이용한 드론 요격 무기를 개발해 2023년까지 실전에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1월 21일 발표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레이저 대공 무기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레이저는 빛의 속도로 빠르게 이동하지만 공격 대상에게 타격을 줄 만큼 출력을 높이기가 어려워 과거엔 거리측정 수단으로 주로 사용됐다. 그런데 레이저를 전기에너지가 아닌, 화학반응으로 발생시키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레이저의 출력이 크게 개선됐다. 실제로 미국은 2014년부터 드론 요격용 레이저 무기를 강습상륙함(상륙 작전을 위한 병력과 장비의 수송을 위한 대형 수송함)인 USS폰스함(LPD-15) 등에 탑재해 운용 중이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첨단기술이라도 모든 위협을 막아줄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최근 이란에게 공격을 당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비 지출은 각각 세계 1위와 3위다. 문 객원연구위원은 “안전한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위험지역에 진입할 때 항시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경계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용어정리
* 전자전 장비 : 전자파를 이용한 공격과 방어를 수행하는 장비.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상대 전자파를 무력화하는 전자 공격, 전자파를 교란해 아군을 보호하는 전자 보호, 전자파를 도청하거나 위협을 분석하는 전자 지원으로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