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는 비말 감염이라더니 오늘은 공기 중으로도 전파가 된다고? 2월 18일 기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7만 명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최초로 발생한 뒤 코로나19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로 퍼진지 두 달이 다 돼갑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정보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정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코로나19에 관한 ‘진짜 팩트’만 추려봤습니다.
마스크 착용, 예방 효과 없다?
감염병을 제대로 예방하려면 바이러스의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코로나19는 대부분의 호흡기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비말(침방울·droplet)을 통해 감염됩니다. 즉, 환자가 기침할 때 나오는 침방울을 타고 바이러스가 퍼집니다. 보통 기침을 하면 침방울이 1~2m 떨어진 지점까지 튀고, 이런 침방울이 다른 사람의 코에 닿으면서 전파가 일어납니다.
분명한 건 코로나19가 홍역이나 결핵처럼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병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공기를 통한 감염은 기침할 때 튀어나온 침방울에서 비말 핵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비말 핵은 비말을 덮고 있는 물기가 말라서 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가벼운 덩어리로 바뀐 것을 말합니다.
공기 감염은 엄밀하게는 비말 핵 감염으로, 바이러스나 세균이 비말 핵에 붙어 공기 중을 떠다니다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킵니다. 비말 감염에 비해 전파력이 큰 이유도 공기 중에 떠다니기 때문입니다.
효과 측면에서 마스크는 비말 감염의 우선 예방책이 아닙니다. 코로나19처럼 비말 감염이 일어나는 감염병의 경우 대부분 문고리를 만지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거나, 악수를 하는 등 손을 사용하다가 감염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겹도록 듣는 얘기지만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예방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것은 예방 측면에서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당연히 KF80(0.6μm 이하 입자를 80% 이상 걸러냄), KF94(0.4μm 이하 입자를 94% 이상 걸러냄), KF99(0.4μm 이하 입자를 99% 이상 걸러냄) 등 마스크의 종류를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감염자나 감염됐을 위험이 있는 사람은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꼭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이동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총괄과장은 “마스크의 종류를 따질 시간에 손을 한번 더 씻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2009년 국내에 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 전문가들이 손 씻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사람들이 열심히 손을 씻었습니다. 그랬더니 신종플루 예방효과뿐만 아니라 동시에 여름마다 찾아오는 유행성 결막염이 훨씬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역학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손 씻기만 잘해도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셈입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우선순위로 발열과 호흡기 질환자,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 고령·만성질환자가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하는 경우 등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 시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는 자신의 비말이 타인이나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또는 타인의 비말이 자신의 호흡기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줍니다. 이와 함께 상대방과 2m 거리 두기,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합니다.
에이즈 치료제로 코로나19 치료한다?
2월 5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2번 환자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칼레트라’를 처방받아 복용한 뒤 증상이 호전됐습니다. 칼레트라는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에이즈 치료제로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라는 두 성분을 혼합해 만든 항바이러스제입니다.
이들 두 성분은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제를 억제하는 물질입니다. 바이러스는 유전체와 이를 감싸는 단백질로 이뤄져 있습니다. 숙주세포에서 합성된 바이러스 단백질은 프로테아제에 의해 적당한 크기로 잘리면서 활성화됩니다. 그리고 유전체와 함께 조립돼 바이러스가 만들어집니다.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것이죠. 그런데 칼레트라의 두 성분이 프로테아제의 작용을 막고, 결과적으로 바이러스의 증식이 억제됩니다.
코로나19처럼 새롭게 등장한 감염병에는 당장 꼭 맞는 치료제가 없습니다.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는 증상에 따라 현재 출시된 약 중 안전성이 검증된 치료제를 마치 칵테일처럼 조합해 사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2월 2일 태국 보건당국은 칼레트라와 함께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투여해 코로나19 중증 감염자인 71세 여성을 치료했다고 밝혔습니다. 타미플루는 증식이 끝난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서 방출되는 과정을 방해하는 약입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환자 270명에게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알려진 ‘렘데시비르’를 투여해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렘데시비르는 FDA의 승인을 받지 않아 아직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는 사안이 위급한 만큼 임상시험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스치면 감염, 슈퍼전파자 있다?
영국에서 코로나19의 세 번째 확진자인 50대 남성은 싱가포르에서 감염된 뒤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총 11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로나19의 슈퍼전파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슈퍼전파자란 감염자 한 사람이 재생산지수(R0·환자 한 명이 직접 감염시키는 평균 인원수)보다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경우를 말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월 24일 코로나19의 재생산지수가 1.4~2.5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스(4)보다 낮고 메르스(0.4~0.9)보다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이 기준에서 영국의 세 번째 확진자는 코로나19 슈퍼전파자입니다.
슈퍼전파자는 주로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다른 기저질환이 함께 있어 감염됐을 때 바이러스가 일반인보다 더 많이 증식할 수 있는 몸상태를 가진 환자를 말합니다. 즉, 슈퍼전파자는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을 더 많이 감염시킬 잠재력을 가진 셈입니다.
또 환경에 의해서도 슈퍼전파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함께 생활하는 병원이나 폐쇄된 입원실에서는 바이러스가 훨씬 빨리 전파될 수 있습니다. 인공호흡기나 기도삽관 등으로 환자의 분비물이 외부에 노출되는 환경도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높입니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2월 19일 기준 542명의 감염자가 확인됐습니다. 2월 5일 10명의 집단감염이 확인된 이후 2주 만에 감염자의 숫자가 5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는 환경에 따라서 코로나19의 슈퍼전파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백신 미리 개발할 수 없다?
사실 감염병 확산이 일어나는 순간은 이미 백신을 개발하기에는 늦은 시점일 수 있습니다. 백신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죠. 지금부터 백신을 개발한다 해도 완성될 즈음에는 이미 감염병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일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경우 다음에 어떤 바이러스가 나타날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백신 개발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 감염병 확산이 종료되기 전 재빨리 개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DNA 백신’이 대표적입니다.
기존의 백신은 바이러스를 분리하고 활성도를 떨어뜨리는 처리 과정이 필요합니다. 반면 DNA 백신은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담긴 DNA 자체를 백신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별다른 처리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바이러스의 염기서열만 있으면 2주 안에 제작할 수 있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가 개발 중인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DNA 백신 자체가 숙주세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부작용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현재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DNA 백신은 2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다양한 바이러스에 작용할 수 있는 범용 백신(univer -sal vaccine)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백신은 바이러스의 돌기 부분(스파이크 단백질)을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돌기에 변이가 일어나면 백신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범용 백신은 돌기 대신 변이가 일어나도 형태가 변하지 않는 코어 단백질에 작용해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돌연변이가 많이 나타나는 바이러스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베타 코로나바이러스 범용 백신을 개발하면 백신 하나로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다양한 감염병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려동물에게 옮길 수 있다?
1월 29일 중국의 전염병학자인 리란주안 박사는 국영방송을 통해 “코로나19 의심환자와 접촉한 반려동물은 격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중국 내에서는 심한 경우 반려동물을 처분하는 경우까지 발생했습니다.
인간을 숙주로 삼는 코로나19가 다른 종인 반려동물을 감염시킬 가능성은 없습니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수용체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가 전파되려면 숙주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19가 결합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용체 ACE2는 인간 이외에 다른 동물 종에도 존재하긴 합니다. 다만 서로 아미노산 서열이 다릅니다. 즉 인간의 수용체에 결합하는 바이러스가 개, 고양이의 수용체에 결합할 수 없습니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RNA 바이러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코로나19가 아직 종간 장벽을 넘어 전파됐다는 증거가 발견된 적은 없습니다.
WHO도 홈페이지 내 ‘미신타파(Myth busters)’ 페이지를 통해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합니다. 다만 살모넬라, 대장균 같은 일반 박테리아의 감염 위험은 있는 만큼 반려동물을 만진 뒤에는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합니다.
도움
남재환 가톨릭대 생명공학과 교수,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이동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총괄과장,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