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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금개구리 신체검사 받던 날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0월 7일, 충남 서천에 위치한 국립생태원을 찾았다. 휴관일이라 방문객 하나 없이 한산한 그곳에서 유달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이정현 책임연구원과 권관익 전임연구원이었다. 이날은 지난 7월 방사한 국내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를 올해 마지막으로 모니터링하는 날이었다.

 

국립생태원은 올해 8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갓 개구리가 된 준성체 상태의 어린 금개구리 600여 마리를 국립생태원 내 수생식물원에 방사했다. 금개구리라는 고급진(?) 이름은 등 양쪽에 2개의 굵고 뚜렷한 금색줄이 볼록 솟아 있어 붙었다. 금개구리들은 10월 중순이 되면 겨울잠에 들기 때문에 그 전에 개구리들의 건강상태와 크기를 측정해야 한다. 

 

▲ 올해 8월에 방사된 금개구리 준성체들. 낮에는 금개구리들이 천적을 피해 물속이나 수생식물 사이에 숨어지낸다.

 

겨울잠 자기 전 생존율 10%, ‘신검’ 필수


금개구리를 만난다는 설렘을 안고 이 책임연구원과 함께 국립생태원 내 수생식물원을 꼼꼼히 돌았다. 하지만 금개구리는 한 마리도 만나지 못했다. 저만치 도망가는, 개구리로 추정되는 생물체를 본 게 전부였다.


“600마리나 있다면서요!”


원망하는 기자를 이 책임연구원은 “날이 좀 더 어두워져야 한다”며 진정시켰다. 금개구리 모니터링은 모든 작업이 한밤중에 이뤄진다. 낮에는 금개구리 대부분이 천적을 피해 물속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방법이 있나. 잠복요원마냥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 비가 와서 날이 흐린 데다 불빛 하나 없는 교외라 오후 6시가 조금 지나자 금세 어두컴컴해졌다. 손전등과 우비를 챙겨 연못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뽁뽁뽁’. 


익숙지 않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손전등을 비췄다. 자라풀 사이로 얼굴을 삐쭉 내민 금개구리가 보였다. 수생식물원 연못이었다. 사실 금개구리를 처음 방사한 곳은 국립생태원 내 양서류습지였다. 그런데 며칠 뒤 대부분의 금개구리들이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양서류습지는 연못을 덮고 있는 수생식물이 거의 없어 천적에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동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실제로 금개구리가 발견된 수생식물원 연못은 애기부들, 자라풀, 개구리밥이 풍부하게 자라있었다. 처음 금개구리를 방사한 지역은 전반적으로 먹이가 풍부하고, 농약 등에 노출될 위험이 없어 금개구리가 살기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서식조건이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이렇게 스스로 서식지를 옮기기도 한다.


금개구리가 발견되자 두 연구원은 본격적으로 포획을 시작했다. 포획된 금개구리의 사진을 찍고, 몸길이와 무게를 잰 뒤 방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처음 잡은 금개구리는 몸길이 3.9cm, 무게는 6.5g이었다. 건강상태도 양호했다. 


중간중간 천적 등 위험요인이 보이면 제거하기도 했다. 물속에 숨어있는 손바닥만 한 황소개구리를 8마리나 포획했다. 황소개구리는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 외래종이다. 


두 연구원이 이날 포획해 ‘신체검사’를 마친 금개구리는 총 46마리. 꼬박 4시간이 걸렸다. 이렇게까지 공들여 조사하는 이유가 뭘까. 


이 책임연구원은 “유생(올챙이)에서 첫 동면에 들어가기까지가 금개구리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양서류의 평균 수명은 8년 정도인데, 첫 동면에 들어가기 전까지 생존율이 1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살아남은 금개구리가 겨울잠을 자기 위해 처음 땅에 올라왔을 때 얼마나 성장했는지, 먹이를 충분히 섭취했는지가 겨울을 버텨내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금개구리 복원 전략은 ‘와해전술’


이 책임연구원은 올해 초 금개구리 번식에 성공했다. 금개구리는 우리나라 서남부의 대규모 농경지나 밭에서 주로 서식한다. 이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충남 아산시 부근 논에서 복원을 위한 금개구리 성체를 확보했다.


그는 확보한 성체로 금개구리의 자연번식에 성공했다. 금개구리는 4월경 교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수정란은 올챙이로 부화해 3개월 정도가 지나면 다리가 자라고 꼬리가 사라지며 개구리의 모양을 갖춘다. 10월이 되면 대부분의 양서파충류와 마찬가지로 겨울잠에 든다.


연구팀은 번식기에 맞춰 금개구리의 암컷과 수컷을 합사시켰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은 풍선을 물 묻은 손으로 문지르는 듯한 ‘깍, 까르르~’하는 구애의 울음소리를 낸다. 이때 암수를 합사하면 수컷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암컷의 등에 마치 어부바를 하듯이 올라타 배를 꽉 잡아 알을 짜내고 그 위에 정액을 뿌린다. 정자와 알(난자)이 만나 수정란이 되면서 발생 과정이 시작된다. 금개구리는 한 번의 짝짓기로 약 600개의 알을 낳을 수 있다.


이번에 금개구리 복원에는 ‘와(蛙‧개구리 와)해전술’이 사용됐다. 최대한 금개구리를 많이 만들어서 방사한 뒤 최소 3년간 얼마나 많이 살아남는지 살필 계획이다. 국내 다른 멸종위기종에 비해 생존율은 낮지만 번식이 상대적으로 쉬워 택한 방법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3년간 금개구리를 계속 방사할 예정”이라며 “내년에 2차로 방사할 때는 금개구리의 물갈퀴에 생체용 형광 페인트를 칠해 기존 금개구리와 구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멸종위기 어류는 줄기세포로 기술로 복원


2018년 기준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은Ⅰ급과 Ⅱ급을 합쳐 총 267종이다. 금개구리는 2012년 5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됐다. 이후 다양한 연구를 통해 서식지와 번식 조건 등이 밝혀졌다. 자연번식을 통해 증식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지만 개체수가 적거나 서식지나 번식 조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종들은 자연번식이 쉽지 않다. 수원청개구리가 대표적이다. 금개구리에 비해 개체수가 훨씬 적고, 한 배에서 낳는 알의 수가 적다. 이 경우 인공번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인공번식은 호르몬제를 이용한다. 생식선 자극 호르몬 중 하나인 HCG를 암컷의 다리에 주사하면 알 성숙이 촉진되고, 성숙된 알을 품은 암컷의 볼록한 배를 누르면 알을 추출할 수 있다. 또 수컷의 총배설강(번식과 배설을 하는 구멍)을 자극해 정액을 얻은 뒤 이를 알 위에 뿌려 수정란을 얻는다. 이 책임연구원은 “내후년에는 수원청개구리의 인공번식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멸종위기 어류의 경우 인공번식 대신 줄기세포를 이용한 복원법도 개발됐다. 이승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어류 이종간 이식기술’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2015년 11월 2일자에 발표한 바 있다. doi: 10.1038/srep16045


연구팀은 영하 80도에서 냉동 보관된 무지개송어에서 살아있는 정자의 줄기세포(정원줄기세포)를 분리해 새끼 산천어의 복강에 이식했다. 그 결과 무지개송어의 줄기세포가 산천어의 복강에서 알과 정자로 분화했고, 이를 추출해 수정시켜 무지개송어를 얻었다.


이 연구사는 줄기세포 복원기술을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민물고기 미호종개의 복원에도 적용했다. 연구팀은 2017년 극저온(영하 136도 이하) 상태에 보관 중이던 미호종개의 생식소를 해동한 뒤, 미꾸라지에 이식해 미호종개 개체를 증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사는 “줄기세포를 살아있는 상태로 회수해 정제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며 “앞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흰수마자, 꼬치동자개 등의 복원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정현 국립생태원 책임연구원이 금개구리를 포획하기 위해 수생식물로 둘러싸인 연못을 조사하고 있다.


그동안 멸종위기 어류종 복원은 복원된 어류를 인공양어장에서 계속 기르면서 서식지가 확보되면 방사했다. 하지만 양어장 유지비용이 들고, 복원된 개체가 기상이변에 취약해 어려움이 있었다. 그에 반해 줄기세포 복원기술은 줄기세포를 냉동 보관하다가 환경이 마련되면 유사한 종의 물고기 배를 빌려 언제든 복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종 복원기술은 계속 발전하는 추세”라며 “앞으로 3년간 남생이와 비바리뱀, 수원청개구리를 순차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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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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